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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아닌 나'였다는 손연재, U대회 3관왕에서 발견한 희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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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아닌 나'였다는 손연재, U대회 3관왕에서 발견한 희망은?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7.13 2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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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발목 부상 이겨내고 U대회 최다 메달 5개…마지막 올림픽 무대 도전 위한 후회없는 시간 '스타트'

[광주=스포츠Q 박상현 기자] 손연재(21·연세대)가 기대했던 5관왕이라는 대기록을 쓰진 못했지만 그것만으로 잘했다, 못했다를 평가할 수는 없었다. 리듬체조에서 처음으로 유니버시아드 금메달을 따낸 것만으로도, 그리고 개인종목에 걸린 금메달 5개 가운데 3개를 가져온 것만으로도 눈부신 투혼이었다.

손연재는 13일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체육관에서 벌어진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리듬체조 개인 종목별 결승에서 후프와 볼에서 금메달을 따내 전날 개인종합 우승을 포함해 3관왕에 올랐다. 곤봉과 리본에서 는 은메달을 보탰다.

내심 욕심냈던 5개의 금메달을 따내지는 못했지만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로 여자 수영의 섀넌 브리랜드(미국·금4, 동1), 남자 사격의 양하오란(중국·금3, 은1, 동1)과 함께 이번 대회에서 5개의 메달을 획득한 선수가 됐다.

▲ [광주=스포츠Q 이상민 기자] 손연재가 13일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체육관에서 열린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리듬체조 개인종목별 결승에서 후프와 볼 종목 금메달 시상식을 마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 후회 남기지 않겠다는 각오, 미련없이 치른 U대회

이와 함께 손연재는 배드민턴 김기정(26), 신승찬(21·이상 삼성전기)과 양궁 김종호(21·중원대), 이승윤(20·코오롱), 사격 박대훈(20·동명대)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 3관왕에 오른 여섯 번째 한국 선수가 됐다.

그러나 손연재는 U대회 출전 컨디션이 100%가 아니었다. 리듬체조 월드컵 경기 도중 다친 발목이 아직까지 낫지 않은 탓이다. 사실 모든 선수가 부상없이 경기를 치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최상의 몸상태로 경기를 치르는 것이 성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손연재가 리듬체조에서 가장 중요한 발목을 다쳤다는 점이다. 턴이나 점프 동작은 물론이고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발목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에 대해 손연재는 "국제대회에서 태극기를 가장 높은 곳에 올리는 것이 선수로서 가장 큰 목표다. U대회에서도 그렇게 하고 싶었다"며 "경기를 치를 때마다 그리고 훈련할 때마다 진통제를 맞으면서 계속 해왔다. 진통제를 맞아서 별다른 느낌이 없긴 하지만 어쨌든 준비부터 경기까지 힘든 과정의 연속이었다"고 털어놨다.

▲ [광주=스포츠Q 이상민 기자] 손연재가 13일 개인종목별 결승에서 후프 연기를 하고 있다.

손연재가 사실상 U대회에 '올인'한 것은 그의 선수생활이 오래 지속되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은메달을 딴 뒤 은퇴한 김윤희(24)의 사례에서 보듯 대학을 졸업하는 나이가 되면 리듬체조 선수는 사실상 현역 은퇴 수순이 된다.

이제 대학 3학년의 나이인 손연재로서는 이번 대회가 자신의 마지막 U대회 출전일 수도 있다. 한 점 후회나 미련없이 경기를 치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대회를 준비해왔고 결국 3관왕이라는 빛나는 기록으로 이어졌다.

손연재는 네 종목을 모두 마친 뒤 "3관왕으로 U대회를 마칠 수 있어서 기쁘다. 약간의 실수가 있었지만 아시아선수권 때보다 집중도는 훨씬 높았다"며 "내가 앞으로도 더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는 대회였다고 생각한다. 5관왕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그만큼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 [광주=스포츠Q 이상민 기자] 손연재가 13일 개인종목별 결승에서 혼신의 볼 연기를 하고 있다.

◆ 이제 남은 것은 리우 올림픽, 손연재의 '마지막 도전'

또 손연재는 이번 U대회를 치르면서 한 점 후회없는 경기를 치르자고 다짐했던 것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손연재는 "그동안 경기를 치르면서 내가 내가 아닌 느낌이었다. 매트에서 즐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 때문에 나 스스로 실망했다"며 "그러나 이번만큼은 후회없이 준비했고 준비한만큼 매트에서 하나하나 연기를 느끼면서 경기를 펼쳤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손연재가 후회없이 대회를 치러나간다는 것은 내년 올림픽을 앞뒀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이면 그의 나이 26세가 되기 때문에 출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사실상 손연재의 마지막 올림픽이며 어쩌면 현역 은퇴 무대일지도 모른다. 손연재도 이를 이미 인식하는 듯 했다.

손연재는 "아직 올림픽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다. 그동안 얼마나 몸 관리를 잘하고 멈춰있지 않고 발전하느냐에 따라 성적이 결정될 것"이라며 "(U대회가 끝나고 나니까) 올림픽이 다가오는 것이 실감이 난다"고 밝혔다.

▲ [광주=스포츠Q 이상민 기자] 손연재가 13일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체육관에서 열린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리듬체조 개인종목별 결승에서 아름다운 곤봉 연기를 하고 있다.

이미 4년 전 런던 올림픽에 나섰던 손연재는 "첫 출전 때만 하더라도 그저 결선에 오르는 것이 목표였고 꿈의 무대에 나가는 것 하나만으로도 행복했다"며 "그러나 내년 올림픽은 '결과'를 내야만 하는 대회다. 인생에 다시 없을 기회이고 무대이기 때문에 앞으로 남은 1년을 내 인생에서 평생 기억에 남을, 그리고 후회없는 시간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U대회가 그랬던 것처럼 후회없이 준비하겠다는 각오다.

손연재는 앞으로 월드컵과 함께 세계선수권대회를 치러야만 한다. 특히 오는 9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벌어지는 세계선수권은 올림픽 본선진출 티켓이 걸린 중요한 대회여서 전세계 모든 선수들이 벌이는 '전쟁터'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과 충북 제천에서 열렸던 아시아선수권 3관왕에 이어 U대회 3관왕까지 손연재는 그야말로 더할 나위 없는 경기를 펼쳤다. 이제 다시 한번 더할 나위 없는 연기를 보여줘야만 하는 시간이 다가온다.

손연재 인생 최고의 순간이 될 수 있는 앞으로 1년이 이제 막 시작됐다.

▲ [광주=스포츠Q 이상민 기자] 손연재가 13일 개인종목별 결승에서 마지막 종목인 리본 연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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