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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 5점차에 꼭 도루를?" 전반기도 뜨거웠던 '불문율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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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 5점차에 꼭 도루를?" 전반기도 뜨거웠던 '불문율 논란'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7.18 0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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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전반기 결산] 서로 다른 생각이 부른 '불문율 논란'…이로 인한 벤치클리어링도 화제

[스포츠Q 이세영 기자] 큰 점수차로 이기고 있는 팀이 희생번트나 도루를 하는 것을 두고 ‘불문율을 어긴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올 시즌 KBO리그에선 이 불문율을 놓고 뜨거운 설전이 오갔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촉발한 벤치클리어링이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먼저 4월 12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한화의 경기. 롯데가 15-1로 앞선 5회말 사건이 발생했다. 한화 투수 이동걸이 롯데 황재균의 등에 강속구를 꽂은 것. 4회에 이어 두 번째로 몸에 맞는 볼을 기록한 황재균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마운드를 향해 걸어 나갔다. 그러자 양 팀 선수들이 더그아웃을 박차고 그라운드로 우르르 달려 나왔다. 다행히 큰 불상사 없이 벤치클리어링이 마무리됐지만 이동걸이 빈볼을 던진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면서 큰 후폭풍을 일으켰다. 두 차례 사구를 던진 이동걸은 퇴장 조치됐다.

▲ 한화 투수 이동걸의 공에 등을 강타 당한 황재균이 어이 없다는 표정으로 이동걸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빈볼이라고 할 수 있을만한 정황도 있었다. 이날 롯데가 1회에만 타자 일순하며 6점을 올린 가운데 황재균이 또 한 번 타석에 섰다. 이때 우중간 적시타로 1타점을 올린 황재균은 김문호 타석 때 2루 도루를 감행했다. 이것이 한화 벤치의 심기를 건드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큰 점수차로 앞선 팀이 베이스를 훔치는 것을 두고 일종의 불문율을 어겼다고 봤을 수도 있다.

롯데도 할 말은 있다. 불과 이틀 전 양 팀 간 경기에서 8-2로 리드하다 9회초 8-8까지 따라잡히며 어려운 경기를 했다. 연장 끝에 경기를 가져오긴 했지만 한화의 끈질긴 추격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로 미뤄봤을 때 롯데는 아무리 큰 점수차라고 하더라도 1회라는 점을 고려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 판단한 것으로 추측된다.

물론 이것이 명확한 사유로 떠오르지 않았지만 결국 양 팀의 생각 차이가 벤치클리어링과 선수 퇴장이라는 결과를 낳은 것으로 보인다.

큰 점수차 도루 금지에 대한 논란은 또 있었다. 5월 23일 수원 케이티-한화전. 당시 한화는 6-1로 앞선 상황에서 9회초 대주자 강경학이 도루를 시도했다. 이어 9회말 수비 때는 박정진, 김민우, 윤규진 등 세 명의 투수가 아웃카운트 1개씩을 잡아내며 경기를 끝냈다.

상황은 이때 발생했다. 주장 신명철을 필두로 케이티 선수들이 강경학의 도루와 빈번한 투수 교체 등에 불만을 표출한 것. 특히 신명철은 선수들이 만류하는 와중에도 몹시 흥분된 표정을 지으며 욕설을 내뱉었다. 다음 날 경기를 앞두고 사과하기는 했지만 많은 어린이들이 보는 가운데 선수로서 적절치 못한 행동이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 케이티 신명철(오른쪽)이 5월 23일 한화전이 끝난 뒤 앞서 9회 도루를 시도한 강경학에게 욕설을 퍼붓고 있다. [사진=KBS N 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투수가 공을 던지려 할 때 타임을 걸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놓고 양 팀 선수가 신경전을 벌인 사례도 있다.

5월 27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두산전. NC가 7-1로 앞서던 7회초 NC 투수 에릭 해커와 두산 오재원이 1루에서 말싸움을 하며 충돌,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했다.

두 선수의 말다툼이 일어난 이유가 있었다. 7회 선두타자로 나선 오재원이 볼카운트 1-2에서 타임을 요청했다. 해커는 이미 투구 자세를 잡고 공을 던지기 직전이었지만 주심은 타임을 받아들였다. 여기에서 해커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공을 포수 위로 날려버렸다.

타자의 타임 요청이 심판에 의해 받아들여지는 경우, 투수들은 투구 동작을 시작하다 급하게 멈춰야하기 때문에 부상을 당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보기 힘든 장면이기도 하다. 이에 해커는 예민하게 반응했고 결국 오재원과 해커는 타석과 마운드에서 1차 신경전을 벌였다.

오재원이 1루수 앞 땅볼을 쳤고 이때 해커가 1루 베이스 커버에 들어가며 아웃시켰다. 하지만 오재원이 1루에서 벤치로 들어가려는 찰나, 해커는 공을 팀 동료에게 강하게 던지며 “Get in the box(타석에 들어가라)”라고 말했다. 타석에서 오재원이 타임 요청을 한 것에 대해 언급한 것.

▲ 두산과 NC 선수들이 5월 27일 KBO리그 마산 경기 도중 벤치클리어링을 벌이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해커가 자신을 향해 큰 소리를 지른 것을 불쾌하게 느낀 오재원은 그대로 해커에게 달려들었고 양 팀 선수들이 벤치를 박차고 몰려나왔다.

매번 의견이 갈리는 ‘불문율 논란’. 명확한 기준이 없는 만큼 앞으로도 그라운드의 뜨거운 감자로 자리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예의와 배려를 덕목으로 하는 야구에서 더 이상 불문율로 인한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길 팬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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