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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 하정우부터 박병은 허지원까지 '암살' 연기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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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 하정우부터 박병은 허지원까지 '암살' 연기향연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7.27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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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용원중기자] 개봉 5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한 블록버스터 시대극 ‘암살’은 타이틀 롤을 맡은 독립군 최고 저격수 안옥윤 역 전지현을 비롯해 주연 이정재 하정우, 조연 오달수 조진웅 최덕문 이경영 김의성, 특별출연 조승우 김해숙, 김홍파 박병은 허지원 등 쟁쟁한 단역들의 연기 향연으로 눈을 즐겁게 한다. 2시간19분에 이르는 긴 러닝타임을 배우들의 연기에만 주목해도 쏠쏠한 재미를 느낄 법하다.

‘암살’은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소재한 중국 상하이와 친일파들이 득세하던 경성을 배경으로 친일파 암살작전에 나선 안옥윤(전지현)과 임시정부대원 염석진(이정재), 암살단을 제거하려는 살인청부업자 하와이 피스톨(하정우)의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 '암살'에서 친일파 암살작전에 나서는 3인조 암살단 멤버인 속사포(조진웅), 저격수 안옥윤(전지현), 폭탄전문가 황덕삼(최덕문)

추리와 역사, 액션을 잘 배합한 드라마의 맛을 배가하는 것은 정교한 연출력과 더불어 멀티 캐스팅으로 꽂힌 배우들의 연기술이다. 1920년대 조선 초대 총독 데라우치 암살미수사건을 감행한 20대 염석진이 경찰의 추격을 피해 숨어드는 곳은 훗날 친일파 거두로 변신하는 강인국(이경영)의 집이다. 출세를 위해 총독의 목숨을 구하는 이경영의 아내로 여배우 진경이 등장한다. 단아한 한복차림에 담배를 피워대다 남편을 준열하게 질타하는 진경은 짧은 분량이지만 강렬한 카리스마로 영화 도입부에 방점을 찍는다.

도입부를 지난 뒤에는 백발백중의 저격실력을 뿜어내는 안옥윤 역 전지현이 책임을 진다. 전지현은 비극의 가족사, 독립에 대한 굳은 신념 등 깊은 감정연기뿐만 아니라 총격 액션에 이르기까지 만만치 않은 '임무'를 부여받았음에도 무게를 덜어낸 채 가볍게 연기하며 관객의 감정 몰입을 유도한다.

이정재는 냉철한 판단력과 치밀한 전략으로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나 늘 다른 생각을 염두에 둔 염석진의 복합적인 내면을 부족함 없이 채워낸다. 풋풋한 20대부터 뱃살 늘어진 60대에 이르는 폭넓은 나이대를 맡아 의욕적으로 만들어낸 비주얼 효과도 시선을 붙든다.

상하이에서 안옥윤과 우연스럽게 계속 맞부딪히며 결국은 대척점에 서는 무법자 하와이 피스톨 역 하정우는 기존 ‘마초’ ‘먹방’ ‘능청과 여유’로 상징되는 남성성의 화신에서 낭만과 우아함까지 장착, 역대 최고의 멋진 캐릭터를 보여준다. 안옥윤에 대한 투박한 듯하면서 애틋한 마음, 베일에 싸인 과거사가 밝혀진 뒤 조국인 조선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에선 여성팬들의 감탄이 절로 솟구친다.

하와이 피스톨의 파트너이자 지근거리에서 보필하는 영감 역 오달수는 실리만을 추구하는 캐릭터를 맡아 천만영화 단골 배우답게 그만의 독특한 코믹 호흡으로 영화의 웃음을 책임진다. 안옥윤이 이끄는 암살단의 속사포 역 조진웅은 생계형 독립군의 면모와 신흥무관학교의 마지막 멤버라는 자부심을 탄탄하게 직조한다. 폭탄전문가 황덕삼 역 최덕문은 우직한 행동파 독립군의 모습으로 조진웅과 기묘한 앙상블을 이룬다.

냉혹한 살인청부업자 하와이 피스톨 역 하정우, 복잡한 내면을 지닌 임시정부대원 염석진 역 이정재, 하와이 피스톨의 파트너 영감 역 오달수, 청년 독립운동가 명우 역 허지원(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암살작전의 타깃인 친일파 강인국 역 이경영은 출세와 물욕을 위해선 아내와 자식마저 버릴 수 있는 냉혹한 면모를 거침없이 터뜨린다. 강인국의 충성스러운 집사 역 김의성은 야비함과 교활함으로 분노 게이지를 높인다.

단역에 불과한 낯선 얼굴들의 명연도 인상적이다. 임시정부를 이끄는 백범 김구 역 김홍파는 영화의 화룡점정이다. 김구 선생과 흡사한 외모로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한 그는 너털웃음과 단호함을 짧은 순간에 휙휙 표현하는 고도의 연기술을 보여준다. 김홍파는 영화 ‘더 테러 라이브’의 주진철 역을 비롯해 ‘신세계’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신의 한수’ ‘방황하는 칼날’ 등에서 특별출연과 단역으로 낯익은 중견 배우다.

조선주둔군 사령관 카와구치 마모루의 아들인 일본인 대위 역 박병은은 창백할 만큼 하얀 얼굴로 명문가 출신의 엘리트 장교 모습을 드러내는가 하면 순식간에 등골 서늘한 광기를 발산한다. 상하이에서 활동하는 청년 임시정부대원 명우 역 허지원은 독립운동을 하다가 망가진 청춘의 애처로움이 진하게 묻어난다.

조승우와 김해숙은 최동훈 감독의 전작 '타짜' '도둑들'에 각각 출연한 인연으로 특별출연으로 가세했다. 조승우는 무장 독립운동단체 의열단 단장인 김원봉으로 분했다. 조승우 역시 실존 인물을 연기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음에도 연기 내공으로 진지함에 위트까지 보태며 작품에 무게감을 실어낸다. 5회 차에 불과한 짧은 촬영이었으나 영화 초반부터 후반부인 해방 후 장면까지 출연, 꽤 많은 장면에 등장한 느낌을 준다. 경성 소재 임시정부 아지트인 바 여주인 역 김해숙 역시 노련한 배우답게 착 가라앉은 목소리와 비장한 표정으로 사건 전개에 긴장을 고조시킨다.

배우의 잠재력 발굴 및 멀티 캐스팅 운용에 최적화된 연출자로 분류되는 최동훈 감독은 스포츠Q와 인터뷰에서 “연기 잘 하는 배우들이 감독인 나를 구원해줬다”고 벅찬 소감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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