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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연아의 참을 수 없는 마지막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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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연아의 참을 수 없는 마지막 눈물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5.06 22: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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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슨 코치의 축복사에 '폭풍 눈물'…2천여팬들 마지막 길 배웅

[올림픽공원=스포츠Q 글 박상현·사진 최대성 기자] "연아야 고마워, 연아야 사랑해!"

서울 올림픽공원 한쪽에서는 김연아(24·올댓스포츠)를 연호하는 팬들로 가득했다. 김연아의 현역 마지막 아이스쇼인 '삼성갤럭시★스마트에어컨 올댓스케이트 2014'가 6일 막을 내린 가운데 2천여 팬들은 참가 선수들이 올라탈 리무진 버스 앞에서 온갖 현수막과 풍선들을 들고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이들 가운데는 아이스쇼를 보지 않고 공연 마감 두시간 전부터 진을 치고 기다린 팬들도 있었다. 그저 김연아의 마지막 가는 길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싶다는 그것 하나 때문이었다. 이들은 DMB 방송을 통해 생중계되는 아이스쇼를 지켜보며 김연아가 공연을 마치고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선수들이 차례로 출입구를 통해 나오자 팬들은 일제히 함성을 올렸다. 김진서(21·고려대)를 비롯해 데니스 텐(카자흐스탄), 스테판 랑비엘(스위스) 등은 팬들의 환호에 화답하며 하나하나 악수와 하이파이브를 나눴고 김해진(17·과천고), 박소연(17·신목고) 역시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보냈다.

역시 마지막에는 김연아가 나왔다. 김연아 역시 2천여팬들의 배웅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팬들의 성원에 답했다. 김연아가 올라타자 리무진 버스가 움직였고 팬들은 끝까지 자리에 남아 환호를 보내며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김연아는 창밖으로 손을 흔들면서 몰래 눈을 훔쳤다.

▲ 김연아가 6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끝난 '삼성갤럭시★스마트에어컨 올댓스케이트 2014' 기자회견에서 데이빗 윌슨 코치의 찬사에 흘리는 눈물을 훔치고 있다.

◆ 애써 참았던 눈물, 기자회견장서 폭발

공연 내내 김연아는 의연했다. 수많은 관객들의 박수를 받고 마지막 연기인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의 '공주는 잠못이루고'를 마친 후에도 김연아는 눈물 대신 미소를 지어보였다.

물론 살짝 감정이 북받친 때도 있었다. '타임 투 세이 굿바이'가 끝날 때는 살짝 눈물을 닦는 모습도 목격됐다.

그러나 후배 김해진의 눈물샘이 폭발했고 이 모습을 본 김연아는 눈물을 멈추고 다시 환한 모습을 찾았다. 후배를 달래기 위한 '큰 언니'의 모습이었다. 옆에 있던 친구 박소연도 김해진을 달래면서 금새 눈시울이 붉어졌다.

데이빗 윌슨 코치를 비롯해 레베카 김, 김해진, 박소연, 랑비엘, 텐, 김진서 등과 함께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김연아는 "사흘동안 너무 즐거웠다. 은퇴 무대인만큼 완벽한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했고 많이 긴장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김연아는 참았던 눈물을 끝내 주체하지 못했다.

윌슨 코치가 "안무가로서 김연아를 지도할 수 있었던 것은 내 인생의 완벽한 최고의 순간이었다. 은퇴를 지켜보는 것 역시 씁쓸하면서도 달콤하다"며 "자랑스럽다는 말을 하고 싶다.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그리고 안정적으로 편하고 우아하게 쇼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했다. 칭찬해주고 격려해주고 싶다'고 찬사를 보내자 속에서 참았던 모든 감정이 폭발했던 것.

▲ 김연아(오른쪽)가 6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삼성갤럭시★스마트에어컨 올댓스케이트 2014' 아이스쇼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데이빗 윌슨 코치의 말에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내 티슈를 찾느라 기자회견이 잠시 중단됐다. 윌슨 코치는 김연아가 흘리는 눈물을 살짝 감추기 위한 익살스러운 행동을 취한 뒤 계속 말을 이어갔다.

"김연아가 토론토에서 떠났을 때 그가 그리워서 아기처럼 울었다. 그렇게 떠나는 것을 보면서 슬펐다. 어머니께서 내가 말씀해주시길 나를 키운 이유가 어머니 곁에 두기보다는 세상에 내보내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때 어머니의 심정이 지금 김연아를 대하는 마음이다. 김연아가 앞으로 얼마나 진전해나갈지 행보가 기대된다."

마치 다른 곳으로 떠나보내는 또는 딸을 시집보내는 친정 어머니의 마음이었다. 김연아는 또 다시 이 말에 눈물을 흘렸다. 김해진 역시 굵은 물방울을 뚝뚝 떨어뜨렸다.

◆ "누나·언니가 떠나서 너무 아쉬워요"

김연아의 마지막 무대를 함께 한 김진서, 김해진, 박소연, 레베카 김도 마음이 복잡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김진서는 "이렇게 연아 누나와 함께 쇼를 하게 돼 너무 기쁘고 영광스럽다. 연습하면서 꿈만 같았다. 너무나도 행복했다"고 말한 뒤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고 박소연도 "사흘이 너무 빨리 지나갔지만 너무나 소중한 경험이었다. 언니에게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 김해진이 6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삼성갤럭시★스마트에어컨 올댓스케이트 2014'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려 눈이 많이 부은채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눈물을 참지 못했던 김해진도 "그동안 언니가 했던 것 많이 봐왔다. 언니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두 지켜봤다"며 "올림픽 티켓도 따주셔서 감사한다. 이제는 부담을 벗어던지고 언니가 원하는 생활을 즐겼으면 좋겠다. 그동안 너무 감사했다"고 말했다. 레베카 김도 "연아 언니와 함께 무대에 설 것이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 마지막 아이스쇼를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는 소감을 밝혔다.

'의병장의 후손'인 텐 역시 "김연아는 피겨 스케이터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뤄낸 위대한 선수"라며 "2008년 그랑프리 때 처음 만났었는데 사인을 받고 싶어서 8번이나 만나려고 했던 기억이 난다. 소치 올림픽 때 갈라쇼 파트너가 되어준 것도 영광이었다. 내 올림픽 최고의 순간이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6일 열린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삼성갤럭시★스마트에어컨 올댓스케이트 2014' 아이스쇼에서 수많은 팬들이 마지막 공연을 펼친 김연아에게 응원을 보내고 있다.

◆ 윌슨과 후배들에게 전하는 김연아의 마지막 한마디

윌슨 코치를 비롯해 후배들로부터 찬사를 받은 김연아도 역시 찬사로 답례했다.

김연아는 "윌슨 코치는 주니어에서 시니어로 올라갈 때 내 수준을 올려준 지도자"라며 "내게 준 영향이 가장 큰 사람이며 내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였다. 오랜 시간 함께 해서 우정도 많이 쌓였다.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김연아는 후배들에 대해 "이들이 초등학생일 때부터 봤던 선수들이고 지금도 함께 훈련하고 있다"며 "예전보다 기량이 많이 향상됐기 때문에 이제는 국제대회 나가서도 주눅들지 않고 자신있게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 이제 세계 무대에서도 인정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에 큰 대회 나가서도 목표를 높게 잡았으면 좋겠다"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또 선수생활 하면서 미처 해보지 못했던 곡이 없느냐는 질문에 김연아가 "피겨에서 쓰이는 음악이 너무나 많아 꼽기 어렵다. 하고 싶은 곡은 너무나 많았다"고 답하자 윌슨 코치는 "죽음의 무도나 제임스 본드 메들리, 지젤 등 여러가지 곡을 하나로 묶어 영화로 제작하는 것이 꿈이다. 예전에도 심미적인 감각을 바탕으로 영화가 제작된 적이 있다. 만약 영화 제작이 된다면 랑비엘도 함께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내기도 했다.

김연아는 "두 차례 올림픽에서 만족스럽게 경기한 것이 가장 좋았던 기억인 반면 부상도 많이 당하고 슬럼프도 많이 겪었던 것은 힘들었던 순간"이라며 "하지만 힘든 순간을 모두 이겨냈기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좋지 않은 기억이지만 앞으로 살아감에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김연아는 팬들의 뜨거운 배웅을 받으며 경기장을 떠났다. 팬들은 아쉬운 마음에 한동안 자리를 떠날줄 모르고 끝까지 김연아를 외쳤다. 그렇게 '피겨 전설'의 마지막 아이스쇼는 미소와 눈물, 기쁨과 아쉬움이 한데 어우러지며 끝났다.

▲ 김연아(왼쪽)가 6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막을 내린 '삼성갤럭시★스마트에어컨 올댓스케이트 2014' 아이스쇼를 마친 뒤 리무진 버스에 오르기 직전 팬들의 환호에 화답하고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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