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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셈블리' 국회의원의 진짜 의미, 정재영의 입을 통해 되새기다 (뷰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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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셈블리' 국회의원의 진짜 의미, 정재영의 입을 통해 되새기다 (뷰포인트)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5.08.14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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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원호성 기자] 국민의 대표로 구성한 입법 기관. 민의(民意)를 받들어 법치 정치의 기초인 법률을 제정하며 행정부와 사법부를 감시하고 그 책임을 추궁하는 따위의 여러 가지 국가의 중요 사항을 의결하는 권한을 가진다.

국어사전에 수록된 ‘국회의원’의 사전적 의미는 위에 적은 것과 같다. 국회의원은 인구와 규모의 확대로 전 국민이 의사체결과정에 참여할 수 없기에 직접민주주의가 불가능한 현대사회에서 국민을 대표해 선출된 사람으로서, 국가의 이익을 위해 법률을 제정하고 국가의 중요 사항에 대한 책임을 지는 위치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에서도 ‘국회의원’을 저런 사전적인 의미로 정의할 수 있을까? 총선에서 국회의원 후보자들은 국가를 위한 정책보다는 지역에 지하철을 놓고, 도로를 하나 더 개통하며, 지역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공약(公約)을 공약(空約)처럼 남발한다. 다소 심하게 말해 국회의원에게는 국가의 정책을 결정하는 것보다도, 지역 유권자를 관리해 차기 선거를 도모하고 더 나아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넓히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이처럼 ‘국회의원’의 의미가 날로 퇴색되어 가는 시기에 13일 방송된 KBS 정치드라마 ‘어셈블리’는 노동자 출신 초선 국회의원 진상필(정재영 분)의 입을 빌어 국회의원의 참된 의미가 무엇인지를 설명했다.

▲ 정재영은 연설을 통해 "국회의원은 CEO도, 구의원도, 지역이기주의에 앞장서는 영업사원도 아닙니다. 나라 전체와 국민을 함께 생각하는 그런 진짜 국회의원. 저요 국민들에게 떳떳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진짜 국회의원이 되고 싶습니다"며 국회의원이라는 네 글자의 참된 의미를 강조했다. [사진 = KBS 드라마 '어셈블리' 방송화면 캡처]

13일 방송된 ‘어셈블리’ 10화에서 정재영은 지역구인 경제시의 동남권 신항만 유치에 반기를 든 결과 지역총회에 회부되어 불신임 투표를 받게 된다. 불신임 투표에서 패배할 경우 차기 경제시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민당의 공천은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든 상황. 

하지만 정재영은 자신의 정치인생을 좌우할 수도 있는 이 중요한 자리에서도 끝내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는 명연설을 펼친다. 그는 경제시 신항만 유치에 대해 “사업 타당성도 없는 말도 안 되는 사업에 수백억에서 수천억까지 쏟아 부을 겁니다. 정부에서나 정치권에서나 뽀록나면 안 되니까 처음엔 특혜도 주고 무지하게 밀어주겠죠. 다른 항구에 들어가는 배를 뱃머리를 돌려서라도 생난리를 칠거에요”라며 신항만 유치에 대한 부정적 의견과 사업 타당성이 없음을 강조했다.

중요한 것은 이 다음부터다. 정재영은 “그런데 그거 다 경제시민들 돈이잖아요. 국민들 돈이잖아요. 설령 신항만 유치해서 우리 경제시가 흥청망청 잘 살게 됐다고 칩시다. 그런데 대한민국에 우리 경제시만 있습니까?”라며, “다른 동네들 사람 뼛골 빼먹으면서 우리만 잘 먹고 잘 살면 됩니까?”라고 신항만 유치해 우리만 잘 살자는 지역유지들의 지역이기주의에 일침을 가했다. 설령 그 국회의원이 대권 유력주자라고 해도 이런 말을 꺼내는 순간 지역언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정치적 생명이 끝장날 판에, 하물며 정재영은 힘도, 연고도 없는 일개 노동자 출신 초선의원이 아니던가.

정재영의 연설은 계속됐다. “국회의원이 처음 되면 선서를 하는데, 뭐라고 써져 있냐면 국민의 자유와 국가의 이익을 우선, 그리고 양심 이 세 가지가 골자에요. 국회의원은 CEO도, 구의원도, 지역이기주의에 앞장서는 영업사원도 아닙니다”라며, “나라 전체와 국민을 함께 생각하는 그런 진짜 국회의원. 저요 국민들에게 떳떳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진짜 국회의원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거듭 국회의원이라는 네 글자의 참된 의미를 강조했다.

▲ 흥미롭게도 ‘어셈블리’에서 정재영이 택하는 향후 행보는 ‘정치9단’의 카지 류우스케랑 비슷하다. 정재영은 기자회견을 통해 “저는 내년 선거에서 국민당의 공천을 받는 것이 불가능해졌습니다. 저는 국민당을 탈당하지 않겠습니다. 줘도 안 받습니다. 절대 안 받습니다. 대신 저는 당에 남아 다른 일을 하겠습니다”라며, 탈당 대신 ‘친청’도 ‘반청’도 아닌 ‘딴청계’의 설립을 선언한다. [사진 = KBS '어셈블리' 방송화면 캡처, 講談社(코단샤) 발간 '정치9단' 만화책 표지]

현실에서는 모르지만 창작물의 세계에서는 정재영과 비슷한 생각을 했던 이들이 존재한다. 그 중 가장 비슷한 것은 ‘시마과장’ 시리즈로 유명한 일본 만화가 히로카네 켄시의 정치 만화 ‘정치 9단’(加治隆介の議)이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정치 9단’의 주인공 ‘카지 류우스케’는 정치계의 거물이었던 아버지와 후계자로 지목된 형이 갑작스런 사고로 사망하며, 정치의 길에 투신하게 된다. 하지만 카지 류우스케는 첫 선거부터 지역을 위한 정책 대신 국회의원의 참된 의미를 강조하며 오직 국가를 위한 정책을 펴겠다고 선언하고, 이런 그의 발언에 흥분한 지역시민들에게 계란과 토마토 투척을 받기까지 했다.

흥미롭게도 ‘어셈블리’에서 정재영이 택하는 향후 행보 역시 ‘정치9단’의 카지 류우스케랑 비슷하다. 아버지의 지역구를 정치공작의 달인인 아버지의 수행비서에게 뺏겨 자민당 공천에 실패한 카지 류우스케는 무소속으로 힘겹게 당선된 후, 자민당 내 유력 정치계파의 스카웃을 거절하고 ‘사쿠라회’라는 독자노선을 설립한다. ‘사쿠라회’는 정치연구모임을 표방하지만, 지역이기주의를 배제하고 오직 국가를 위한 정책을 만들어나가는 젊은 정치인들의 연합이다.

정재영 역시 마찬가지다. 정재영은 국민당을 탈당할 경우 정치노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기회가 있었다. 정재영이 탈당할 경우 여당인 국민당은 국회 과반수가 깨지며 정국이 여대야소(與大野小)에서 여소야대(與小野大)로 바뀌게 된다. 그러면 정재영은 향후 정국에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수 있게 되며, 정재영을 궁지에 몰아넣어 여대야소 정국을 붕괴시킨 장현성은 그로 인해 국민당 내부와 친청파에서의 입지가 좁아질 상황이었다.

송윤아의 계산은 장현성이 그렇게 실각하고난 후 다시 정재영이 국민당으로 복당해 차기 선거에서 경제시 공천을 받는다는 것. 여기에 다른 길도 있다. 야권 역시 고도의 정치적 계산을 앞세워 정재영의 영입에 나선 것이다. 국민당을 탈당한 정재영을 받아들임으로서 여소야대 정국을 공고히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재영은 눈앞에 놓인 쉬운 길을 선택하지 않는다. 그는 송윤아에게 "내 소원은 니가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국회의원이 되는 기다. 니가 박수받는 국회의원이 되면 내 (크레인에서) 내려올께"라는 크레인에서 농성 도중 사망한 배달수(손병호 분)의 마지막 음성을 들려주며 “내가 진짜로 원하는 거는요. 국민한테 박수 받는 거예요. 공천 같은 것은 중요하지 않아요. 탈당 같은 것 절대 안 할 겁니다”라고 의지를 분명히 한다.

▲ 정재영은 송윤아에게 "내 소원은 니가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국회의원이 되는 기다. 니가 박수받는 국회의원이 되면 내 (크레인에서) 내려올께"라는 크레인에서 농성 도중 사망한 배달수(손병호 분)의 마지막 음성을 들려주며 “내가 진짜로 원하는 거는요. 국민한테 박수 받는 거예요. 공천 같은 것은 중요하지 않아요. 탈당 같은 것 절대 안 할 겁니다”라고 의지를 분명히 한다. [사진 = KBS 드라마 '어셈블리' 방송화면 캡처]

이후의 행보는 ‘정치9단’의 카지 류우스케와 비슷하다. 정재영은 기자회견을 통해 “저는 내년 선거에서 국민당의 공천을 받는 것이 불가능해졌습니다. 저는 국민당을 탈당하지 않겠습니다. 줘도 안 받습니다. 절대 안 받습니다. 대신 저는 당에 남아 다른 일을 하겠습니다”라며, 탈당 대신 ‘친청’도 ‘반청’도 아닌 ‘딴청계’의 설립을 선언한다.

정재영의 잔류로 국민당은 여대야소 정국의 붕괴는 막았지만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아직 ‘딴청파’는 정재영 단 한 명에 불과하지만, 여대야소와 여소야대의 경계점에 놓인 그의 한 표는 여당이 추진하는 모든 것을 무산시킬 수 있는 결정적인 ‘캐스팅보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동안 국민당을 양분하던 박영규의 ‘반청계’와 장현성의 ‘친청계’ 역시 단 한 명에 불과한 정재영의 ‘딴청계’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게 됐다. 정재영 역시 “우리 쪽수 적다고 무시하면 당론이고 나발이고 다 끝장낼 테니. 쫓아낼 테면 쫓아내 봐요. 각오해”라며 ‘딴청계’의 의지를 불사르지 않았는가.

탈당 대신 새로운 계파의 설립을 선언한 정재영의 돌발 행보로 인해 ‘어셈블리’는 한층 흥미를 더하게 됐다. 모두가 예상한 탈당 후 무소속이 아니라 당에 남아 내부에서 ‘깽판’을 치겠다는 정재영의 발상도 다음 주 방송될 11화부터는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이고, “국민들에게 박수받는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정재영의 큰 그림 역시 이제부터 제대로 펼쳐 보일 기회가 왔다. 과연 정재영이 그의 소원대로 지역이기주의를 넘어서 “국민들에게 박수를 받는” 그런 참된 의미의 국회의원이 될 수 있을지 어디 한 번 지켜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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