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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원정 징크스, 비교 거부하는 슈틸리케의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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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원정 징크스, 비교 거부하는 슈틸리케의 해법은?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9.08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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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축구·최악의 그라운드 극복이 관건…짧은 패스·세밀한 세트피스로 뚫어야

[스포츠Q 박상현 기자] "기록은 기록일 뿐이다. 왜 과거와 지금을 비교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지난 1년 동안 단 한 번이라고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 적이 있었나."

레바논 원정 징크스와 관련해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지난 3일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8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라오스전을 마친 뒤 던진 반문이다. 기자회견에서 "기록적인 대승인데 과거 대승 이후 경기 결과가 좋지 않았다. 특히 레바논 원정 결과도 좋지 못했다"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슈틸리케 감독에게는 불편하고 불쾌할 수도 있겠지만 그동안 한국 축구대표팀에 징크스가 있었기에 묻지 않을 수 없는 질문이었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그것은 어디까지나 과거의 일이고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드디어 레바논을 만난다. 대표팀은 8일 레바논 사이다 무니시팔 스타디움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원정경기를 통해 3연승에 도전한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한국은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원국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57위, 레바논은 한참 밑인 133위다. 필리핀(125위), 쿠웨이트(127위), 아프가니스탄(130위) 등보다도 낮다.

하지만 한국 축구는 그동안 중동 원정만 가면 늘 어려운 경기를 펼쳐왔다. 최악의 그라운드 사정과 중동 관중들의 비매너 응원, 여기에 '침대축구'까지 더해지면 중동은 한국 축구에 늪으로 작용해왔다. 이 가운데 레바논 원정 징크스는 좀처럼 떨쳐지지 않는다.

역대 레바논과 전적이 이를 잘 말해준다. 한국은 레바논을 상대로 7승 2무 1패로 압도적으로 앞서지만 레바논 원정에서는 1승 2무 1패로 백중세다. 이쯤되면 징크스가 맞다. 처음이자 마지막 레바논 원정 승리는 1993년 5월 11일의 일이다.

◆ 중동 침대축구 사전차단? 초전박살밖에 없다

중동팀을 만나면 언제나 '패턴'이 있다. 한국 축구가 선제골을 먼저 뽑아낸 뒤 전반 또는 후반 이른 시간에 추가골을 뽑아내면 비교적 쉽게 승리한다. 그러나 선제골을 내주거나 선제골을 뽑아내고도 추가골이 금방 나오지 않는다면 경기가 늘 꼬이곤 했다.

레바논 원정 징크스의 원인도 한국이 쉽게 골을 넣지 못했거나 선제골을 내줬기 때문이었다. 원정 4경기 가운데 선제골을 먼저 내준 것이 절반인 두 차례나 되고 1무 1패를 기록했다.

2011년 11월 15일 경기에서 한국은 전반 5분에 알리 알 사디에세 선제골을 내주면서 어려운 경기를 펼쳐야만 했다. 구자철이 페널티킥으로 만회했지만 전반 31분 다시 페널티킥으로 실점한 뒤 끝내 극복하지 못하며 1-2 패배를 기록했다.

2013년 6월 4일에 열렸던 최근 경기 역시 전반 12분 하산 마투크에게 선제골을 내주면서 끌려갔다. 후반 추가시간 김치우의 극적인 프리킥 동점골이 아니었다면 레바논에서 두 번째 패배를 당할 수도 있었다.

한국 축구가 좀처럼 골을 넣지 못한 것은 역시 중동 특유의 침대축구가 후반 중반부터 발휘되기 때문이다. 침대축구가 시작되면 상대팀은 급한 마음에 더욱 경기가 꼬이게 된다. 심리적으로도 날카로워지고 무너지기 때문에 평정심을 찾을 수가 없다. 침대축구는 곧 늪이다.

그러나 선제골을 뽑고 추가골을 넣으며 크게 앞서간다면 침대축구는 절대 시전되지 않는다. 좀 크게 다친 것 같은 상황에서도 뛸 수 있으면 벌떡벌떡 일어나는 것이 중동축구다. 결국 침대축구를 미리 막고 레바논 원정 징크스를 깨려면 '초전박살'밖에 방법이 없다.

◆ 최악의 그라운드 사정, 한 골의 늪에서 탈출하려면

한국 축구의 레바논 원정경기 결과를 보면 모두 한 골만 넣었다는 흥미로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기량이나 경기력에서 우수하지만 이상하게도 레바논 원정에서는 한 골밖에 넣지 못했다. 이것이 바로 레바논 원정 징크스의 원인이다.

이는 레바논 등 중동 특유의 그라운드 환경에도 이유가 있다. 잔디 상태가 좋지 못하니 중원부터 시작하는 패스축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패스는 늘 빗나가고 잔디가 웃자라다보니 패스 스피드도 떨어진다. 패스를 하더라도 상대 선수에게 뺏기거나 동료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패스가 안되니 점점 롱볼 축구에 의존하게 되고 결국 정확도가 떨어지면서 공격다운 공격을 하지 못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잔디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길게 주는 롱 패스보다 중원에서 짧게 끊어가는 쇼트 패스가 가장 효과적이다. 거리가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패스의 정확도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를 위해서는 수비와 미드필드진, 그리고 미드필드진과 공격진의 간격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선수들이 한발짝이라도 더 뛰어야 한다.

또 하나의 극복방법은 역시 세트피스 상황에서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미 라오스전 준비 단계부터 프리킥 상황에서 다양한 공격 옵션을 준비해놨다.

직접 프리킥으로 상대 골문을 노리는 것 외에도 직접 차는 척 하면서 옆으로 빠져들어가 순식간에 상대의 벽을 허무는 공격 방법까지 연구했다. 이를 위해서는 좀 더 세밀한 축구가 필요하다. 슈틸리케 감독이 '세밀한 축구'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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