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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들' 품은 악동뮤지션, 어느 별에서 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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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들' 품은 악동뮤지션, 어느 별에서 왔니?
  • 김나라 기자
  • 승인 2014.05.24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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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김나라기자]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 청소년들에 대한 기성세대의 미안함이 솟구치는 가운데 오히려 10대 뮤지션이 기성세대인 이른바 '얼음들'을 향한 위로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남매 이찬혁(17)과 이수현(15)으로 구성된 '악동뮤지션'은 지난달 7일 정규1집 '플레이'를 통해 또래 세대뿐만 아니라 전 세대를 아우르는 음악으로 열풍을 지피고 있다.

▲ 남매듀오 악동뮤지션의 이찬혁과 이수현 [사진=YG엔터테인먼트]

◆ 어른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 담은 '얼음들'에 기성세대 위안얻어

1집은 오빠 이찬혁이 프로듀서를 맡아 자작곡 11곡을 담았다. 타이틀곡 ‘200%’는 경쾌하고 리드미컬한 멜로디의 포크팝에 톡톡 튀는 랩을 얹어 10대의 감성과 위트를 잘 반영했다. 어른들을 차가운 얼음에 비유한 ‘얼음들’은 어른들은 얼음들 같아서 녹으면 따뜻해질 텐데 왜 그렇게 차가울까에 대한 이야기를 순수한 아이들의 시선으로 속삭여 깊은 울림을 안겨준다.

이외 모바일 게임에서 하트를 주고받은 것에 영감을 받은 ‘기브 러브’, 가르마를 바꿨을 뿐인데 예뻐진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펑키곡 ‘가르마’, 지하철 속 사람들을 관찰한 ‘지하철에서’, 이찬혁이 운동 중 휴식을 취하기 위해 인공 잔디 위에 앉다가 떠올라 만든 ‘인공 잔디’ 등 공감 가는 가사와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멜로디가 넘실댄다.

신보는 발매되자마자 SBS ‘인기가요’에서 올해 첫 트리플 크라운 트로피 수상, 가온차트 4월 월간 디지털 종합차트, 월간 스트리밍 차트, 월간 다운로드 차트 총 3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또 엠넷, 올레뮤직, 소리바다, 싸이월드, 몽키3, 지니, 네이버뮤직, 다음뮤직 등 주요 음원사이트 월간차트에서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3곡의 타이틀곡 '200%' '얼음들' '기브 러브' 모두 10위권 안에 들어 무서운 음원파워를 보였다.

가정주부 이승지(39)씨는 “악동뮤지션은 10대임에도 불구하고 기성세대에게 익숙한 통기타 연주와 진정성 있는 노랫말, 멜로디로 공감을 일으킨다. 마음을 어루만지는 감미로운 음악으로 1970년대를 풍미한 미국의 남매듀오 카펜터스의 한국판 영 버전이다”며 "세월호 사고 이후 마음이 우울하고 심란했는데 순수한 악동뮤지션의 음악을 들으며 위안을 얻는다"고 전했다.

▲ 남매듀오 악동뮤지션의 이찬혁과 이수현 [사진=YG엔터테인먼트]

직장인 이지영(30)씨는 “기존 아이돌 음악과 달리 기계음이 없어서 듣기 편하다. 평범한 내용이지만 가사를 독특하게 표현하는 데다 마이너 느낌이 풍겨 감성을 자극한다”고 전했다. A대학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 조윤지(23)양은 “스스로 즐기면서 음악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 기분이 좋아진다. 특히 라면이나 지하철 등 친근한 소재를 다뤄 더 마음에 와 닿는다”고 말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난해하고 박자가 빨라 나이든 청자들이 쫓아가기 힘든 음악이 아닌, 누구나 공감하고 따라부를 수 있는 음악을 구사한다. 전 세대가 부담 없이 감상하기에 제격”이라며 "통기타에 아놀로그 감성을 담음으로써 따뜻함과 순수함을 전달한다. 대중은 이에 각박한 세상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치유받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고 분석했다.

◆ 홈스쿨링+몽골생활...제도권 교육에서 벗어난 경험이 창의력 원천

지난해 SBS ‘K팝스타 시즌2’ 우승을 차지하며 데뷔한 악동뮤지션은 오디션 프로그램 사상 최초의 10대 싱어송라이터 우승자로 눈길을 끌었다. 당시 이들은 ‘다리 꼬지마’ ‘매력 있어’ ‘외국인의 고백’ 등 재치 넘치는 가사와 순수한 감성이 돋보이는 다수의 자작곡으로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선교사인 부모님을 따라 2008년 5월 몽골 울란바토르로 떠난 악동뮤지션은 선교사 자녀학교인 MK스쿨에 진학했지만 고난이도의 영어, 집안의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1년 만에 홈스쿨링으로 전향했다. 학교 대신 집에서 부모한테 교육을 받는 재택 교육인 홈스쿨링 또한 이들이 적응하기에 쉽지 않았다. 사춘기가 찾아온 이찬혁은 부모님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아빠와 갈등을 빚고, 학교 수업 못지않은 학업 스케줄에 온 가족이 고충을 겪었다.

1년간 시행착오를 거친 뒤 남매 스스로 홈스쿨링을 이끌어가며 음악적 역량을 강화했다. 이찬혁은 기타를 연주하며 작곡을 시작해 첫 자작곡 ‘갤럭시’를 비롯, 수십여 곡을 만들었으며 동생 수현은 오빠의 연주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아직까지 악보를 읽지 못한다는 찬혁은 첫 자작곡을 데뷔앨범에 수록할 만큼 뛰어난 실력을 보여 ‘천재 작곡가’로 불린다.

▲ 남매듀오 악동뮤지션의 이찬혁과 이수현 [사진=YG엔터테인먼트]

'즐길 락(樂)' '아이 동(童)'이라는 의미에 걸맞게 하나의 놀이처럼 노래를 즐기던 악동뮤지션은 2012년 5월 유튜브에 게재된 그들의 동영상을 접한 아마추어 매니지먼트 집단인 프로튜어먼트와 인연을 맺어 함께 버스킹(거리 공연)을 개최한 뒤 ‘K팝스타2’에 지원하게 됐다.

몽골 생활을 통해 가족, 친구,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은 악동뮤지션은 “몽골에서 홈스쿨링을 한 것과 'K팝스타2'의 출연이 지금의 악동뮤지션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최근 악동뮤지션의 인기로 홈스쿨링에 대한 관심까지 치솟는 중이다. 제도권 교육을 받은 이들에게서 나올 수 없는 창의성을 악동뮤지션으로부터 확인한 영향이 크다. 악동뮤지션의 경우 잠재된 아티스트의 능력이 홈스쿨링에 긍정적으로 작용해 배움의 재미를 느껴 재능 발굴, 시간의 효율적 활용, 능동적인 학습태도 등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다.

◆ "가요기획사 YG와 결합한 뒤 대중성 음악성 전보다 향상"

악동뮤지션의 이찬혁은 최근 스포츠Q와 인터뷰에서 “‘K팝스타2’ 전에 만든 곡들은 전문성이 떨어져 다소 유치했다면 좋은 시설을 갖춘 YG에서 곡 작업을 하니까 대중성과 음악성이 예전보다 더 향상돼 전문성을 더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 남매듀오 악동뮤지션의 이찬혁과 이수현 [사진=SBS]

한 가요계 관계자는 악동뮤지션에 대해 “‘K팝스타2’를 통해 처음 접했을 때 가사나 멜로디 등 대중가요에서 좀처럼 들어보지 못했던 스타일이라 색다른 매력을 느꼈다”며 “‘얼음들’ ‘인공잔디’를 들어보면 어린 친구들인데도 생각이 깊다는 걸 알 수 있다. 순수한 시각도 갖고 있으면서 주제의식이 분명하다”고 얘기했다.

무기력과 피로감에 쌓인 기성세대를 품는 악동뮤지션. 몽골에서 온 10대 남매가 실어나르는 바람의 진원지는 순수한 마음과 따뜻한 아날로그 정서임이 명확해 보인다.

nara927@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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