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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리틀 텔레비전' AOA 초아의 혁명적인 실시간 가상 데이트…이것이 '약 빤 방송'의 위엄 (뷰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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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리틀 텔레비전' AOA 초아의 혁명적인 실시간 가상 데이트…이것이 '약 빤 방송'의 위엄 (뷰포인트)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5.10.04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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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원호성 기자]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파격적인 승부수가 시청자들에게 통쾌한 일격을 가했다. 공중파에서 진행하는 인터넷 생방송이라는 방송 콘셉트 자체도 흥미로운데, 여기에 '마리텔' 원년멤버 AOA 초아의 복귀와 함께 '실시간 가상 데이트'라는 소재로 시청자들의 눈을 완벽하게 사로잡았다. 이렇게나 파격적인 실험을 감히 공중파에서 선보일 수 있다니, 시청자들이 '마리텔'을 '약 빤 방송'이라고 부르는 것도 과연 오버가 아니다.

3일 방송된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에서는 추석 당일인 9월 27일 진행된 MLT-12 경연의 전반전이 방송됐다. MLT-12 경연은 '마리텔'이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신규 출연자 없이 기존에 '마리텔'을 경험했던 출연자들로만 라인업이 채워졌다.

'마리텔'의 고정 출연자인 김구라를 비롯해, '아재개그'와 함께 이제는 '마리텔'의 대표 쿡방 혹은 개그방으로 자리를 굳혀가는 오세득 셰프, 지난 MLT-11 경연에서 화려한 말빨과 헤어 스타일링 실력으로 2위에 오른 헤어 디자이너 차홍과 함께 디자이너 황재근, 그리고 설 연휴 방송된 '마리텔' 파일럿 방송부터 MLT-02 경연까지를 함께 했던 '마리텔' 원년멤버 AOA 초아가 MLT-12 경연의 출연자들이었다.

▲ AOA 초아와 모르모트PD는 혁명적인 실시간 가상 데이트를 MLT-12에서 선보였다 [사진 =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방송화면 캡처]

이 중 단연 최고로 파격적인 방송은 모니터 앞을 벗어나 아예 네티즌들과 아바타(모르모트PD)를 앞세워 실시간 가상 데이트를 선보인 AOA 초아였다. 실시간 가상 데이트는 아바타로 나선 모르모트PD가 머리에 카메라를 장착하고 1인칭 시점으로 초아와 데이트를 하는 것으로, 이 때 모르모트PD의 모든 행동과 대사는 네티즌들이 생방송 도중 채팅창에 올려놓은 것들로만 진행됐다.

얼핏 '미연시'(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를 떠올리게 하는 이런 1인칭 데이트는 사실 '마리텔'이 원조는 아니다. 이런 콘셉트는 JTBC에서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방송된 '지금은 연애중'을 통해 이미 한 차례 방송에서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마리텔'의 1인칭 데이트가 남다른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 방송 편집을 거치지 않고 인터넷 생방송으로 진행된다는 점, 둘째 모든 동작과 대사를 네티즌들이 지정한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의 신선한 장점을 지닌 초아의 방송은 그야말로 놀라웠다. 누구나 생각하는 그런 연애의 진행흐름이 아니라 결정적인 순간마다 "초아씨 보이스피싱이라고 아세요?", "초아씨, 혹시 자이브 좋아하세요?", "저 디카프리오랑 닮았죠?" 등등 네티즌들의 온갖 참신한 드립이 모르모트PD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고 초아는 그런 상황 속에서도 웃음을 꾹꾹 눌러가며 자연스럽게 실시간 가상 데이트를 완성했다.

인터넷 생방송을 공중파에서 방송한다는 '마리텔'의 포맷 자체도 방송사에 파격적인 시도였지만, 이날 초아의 방송은 '마리텔'의 파격적인 시도가 구태의연해 보일 정도로 파격을 넘어 충격적이고 혁명적인 시도였다.

초아의 방송이 지나치게 강렬하긴 했지만, MLT-12에 출연한 다른 출연자들의 선전도 눈에 띄었다. 전반전 2위를 차지한 헤어 디자이너 차홍은 남성 스태프들의 머리를 만지며 어떤 악평도 좋게 승화시키는 '차홍산성'의 위엄을 선보였다.

머리가 앵무새 같다는 말에 "앵무새가 얼마나 예쁘고 똑똑한 새인데요"라고 막고, 머리를 감지 않았다는 말에 "저는 감지 않은 머리까지 모든 머리를 사랑한답니다"라고 막아내고, 덩치가 커서 트렌치코트가 맞지 않자 "요즘은 트렌치코트를 어깨에 걸쳐 입는 것이 유행"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미스 마리테' 서유리의 머리를 삭발해달라는 네티즌의 드립에 "서유리씨 같은 스타일은 삭발을 해도 아름답다"라고 칭찬해낸다. 어떤 악플과 비난에도 무너지지 않는 '차홍산성'으로 콘셉트를 구축한 헤어 디자이너 차홍은 하연수, 그리고 AOA 초아에 밀려 두 번 연속 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어쩌면 '고급진 레시피'의 백종원을 능가하는 역대 '마리텔' 최고의 출연자일지도 모른다.

▲ AOA 초아의 방송이 워낙 강력하긴 했지만, 말빨로 '차홍산성'을 쌓은 헤어 디자이너 차홍, 오랜만에 신랄한 독설을 펼쳐낸 김구라, 아재개그가 김소봉 셰프의 무덤덤함에 묻힌 오세득 셰프, '설사'로 웃음을 선사한 황재근 디자이너의 방송 역시 충분한 선전을 펼쳤다 [사진 =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방송화면 캡처]

김구라 역시 서장훈을 게스트로 불러 고민상담소를 개설하며 김구라 특유의 독설을 빛냈다.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하다 개 분양하시려면 연락을 달라고 명함을 준 여자가 나에게 관심이 있는 것 같다는 말에 "그냥 개 분양을 받고 싶다는 말"이라고 독설을 쏘아대고, 서장훈과 티격태격하며 이빨 하나로 방송분량을 채우는 위엄을 선보였다. 비록 순위는 3위지만, 김구라가 여태까지 출연한 '마리텔' 중 단연 세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는 수준의 방송이었다.

반면 오세득 셰프와 황재근 디자이너는 다소 부진했다. 오세득 셰프는 '아재개그'에 뻥뻥 터지는 리액션으로 화답하던 이찬오 셰프를 대신해 게스트로 찾은 김소봉 셰프의 진지한 분위기에 특유의 '아재개그'를 터트리지 못하며 간만에 진지한 요리방으로 변신했고 순위는 4위에 그쳤다. 이제 오세득 셰프의 방송에서 네티즌들이 요리보다 아재개그를 더 기대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을 감안하면, 오세득 셰프에게는 이찬오 셰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방송이다.

황재근 디자이너는 그동안 선보인 의류 리폼 대신 도자기 빚기와 유리병 DIY 공예를 들고 나왔지만 역시 그렇게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며 5위에 그쳤다. 게스트로 나온 모델 이호정은 눈부신 외모로 잠깐 주목받기는 했지만, 황재근 디자이너와 티격태격하며 케미를 발산하던 모델 김진경과 같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 방에서 진정한 웃음이 터진 순간은 아쉽지만 황재근 디자이너가 '숙취'가 아니라 '설취'(설사)로 컨디션이 안 좋다고 말한 순간뿐이었다.

그래도 3일 방송된 '마리텔' MLT-12 경연의 전반전은 전반적으로 높은 퀄리티를 선보였다. 그것은 이날 방송에서 '마리텔' 제작진이 특유의 '약 빤 CG'를 거의 활용하지 않고도 빵빵 터지는 재미를 선보인 것만으로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초아의 방송은 모르모트PD의 입을 통해 나오는 네티즌들의 참신한 드립 자체가 이미 '약 빤 수준'이었고, '차홍산성'을 올려버린 차홍 역시 별다른 CG가 필요없이 말빨 자체로도 충분했다. 김구라 역시 이빨 하나로 방송을 휘어잡았다. 오세득 셰프와 황재근 디자이너의 분량이 다소 편집이 많이 되긴 했지만 알짜만 편집해내며 과한 CG 없이 오직 편집만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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