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5-04 11:00 (토)
'풍선껌' 풍선껌을 부는 소소한 즐거움조차 잊어버린, 한가지씩 부족한 사람들의 연애 이야기 (뷰포인트)
상태바
'풍선껌' 풍선껌을 부는 소소한 즐거움조차 잊어버린, 한가지씩 부족한 사람들의 연애 이야기 (뷰포인트)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5.10.28 06: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 원호성 기자] 풍선껌 하나를 까서 입에 넣는다. 신나게 껌을 씹다보면 어느 순간 껌이 녹진녹진하게 부드러워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면 입 안에서 부드러워진 껌을 혀로 밀어 펴고 크게 "후우"하고 불어본다. 크게, 더 크게 풍선껌을 불어본다. 동그랗게 예쁜 풍선이 불어지는 순간 우리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크게 불어진 풍선껌을 보며 기뻐할 것이다.

tvN 새 월화드라마 '풍선껌'의 제목이기도 한 '풍선껌'은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 경험해 봤을 소소하고 즐거운 추억과 행복을 의미한다.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이미나 작가의 말처럼 기분이 나쁠 때 풍선껌을 부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기에 이미나 작가는 '풍선껌'이라는 정말 사소하지만 완벽한 행복의 순간이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접근했다.

▲ tvN 새 월화드라마 '풍선껌'의 네 남녀 주인공 박리환(이동욱 분), 김행아(정려원 분), 강석준(이종혁 분), 홍이슬(박희본 분) [사진 = tvN '풍선껌' 방송화면 캡처]

드라마 '풍선껌'의 네 남녀주인공 김행아(정려원 분), 박리환(이동욱 분), 강석준(이종혁 분), 홍이슬(박희본 분)은 모두 이 사회에서 어엿한 직업을 가지고 자신의 일을 하며 만족스러운 생활을 보내는 사람들이다. 행아의 직업은 심야 라디오 PD, 리환의 직업은 한의사, 석준의 직업은 라디오 본부장, 이슬의 직업은 치과의사. 속사정을 모르는 남들이 보기에 이들은 모두 안정되고 즐거운 생활을 보내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부족할 것 없어 보이는 이들 네 남녀에게는 각자 한 가지씩 결핍된 것이 있다. 정려원은 얼핏 씩씩하고 당당해 보이지만 어린 시절 세상을 떠난 부모님으로 인해 이동욱의 집에서 키워지면서 마음 속 깊이 외로움에 대한 두려움을 지니고 있다. 남매처런 자란 이동욱과 너무 가깝게 지내지말라는 박선영(배종옥 분)의 경고를 듣고난 후 이동욱에게 "그러다 이모가 나 평생 안 보면 어떡해"라고 소리치고,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 남자친구 이종혁의 곁을 떠나는 것도 모두 어린 시절 '부모님의 결핍'이 가져온 상처다.

훈훈한 외모에 따뜻하고 배려심 많은 성격, 한의사라는 직업까지 모든 것을 다 갖춘 것처럼 보이는 이동욱에게도 상처는 있다. 이동욱이 정려원에게 자신을 '오빠'라고 말하며 오지랖넓게 나서는 이유는 어린 시절의 그가 병원에 입원한 정려원의 아버지(박철민 분)와 술을 한 잔 마셔서 박철민이 세상을 떠났다는 상처(물론 이것은 이동욱의 착각이었다)로 인한 것이다. 이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는 한 이동욱은 평생 정려원의 곁을 떠날 수 없을 것이고, 그렇다고 정려원 앞에 '남자'로 나설 수도 없을지 모른다.

라디오국 본부장이라는 빠른 출세에 능력 있는 엘리트인 이종혁 역시 이동욱만큼이나 부족한 것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오직 '성공'만을 바라보고 달려온 그에게는 '여유'가 결핍되어 있었다. 뒤도 옆도 돌아볼 겨를 없이 오직 앞만 보고 달려온 이종혁의 모습에 2년 동안 사귀던 정려원은 결국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그의 곁을 떠났다.

재벌 3세의 치과의사지만 한 차례 결혼에 실패한 여자 박희본에게는 '애정'이 결핍되어 있다. 박희본이 작은 키에도 무심하게 단화를 꺼내신고, 맞선을 본다는데 평상복 차림으로 그냥 나서려는 이 여자 박희본은 털털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랑에 대한 기대도, 남자에 대한 애정도 없기에 그런 것이다.

▲ 행아(정려원 분)는 어린 시절 부모님을 잃은 기억에 외로움을 두려워하고 그로 인해 석준(이종혁 분)과의 이별을 결심한다. 리환(이동욱 분)은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인해 행아를 오빠처럼 챙기려하지만 정작 그의 앞에는 남자로 나설 용기를 내지 못한다. 이슬(박희본 분)은 다정하게 자신을 챙기는 리환의 모습에 처음으로 가슴이 뛰는 기분을 느끼고, 석준은 다시 행아를 찾아온다 [사진 = tvN '풍선껌' 방송화면 캡처]

그리고 번듯해 보이지만 이렇듯 한 가지씩이 결핍된 네 남녀는 서로 조금씩 접점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정려원은 이종혁의 곁을 떠나고 자신의 곁을 지켜준 이동욱을 비로소 바라보기 시작하고, 이동욱은 정려원을 바라보지만 그녀 앞에 차마 '남자'로 나서지 못한 채 그녀의 옛 남자친구에게 "부탁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이고 만다. 이종혁은 정려원이 떠난 후에야 비로소 왜 정려원이 자신의 곁에 있어야 하는지를 깨닫기 시작하고, 박희본은 어머니의 성화에 마지못해 나선 맞선에서 이동욱을 만나고 그의 자상함에 처음으로 심장이 두근거림을 느낀다.

'풍선껌'은 이렇게 한 가지씩 결핍된 네 명의 남녀가 행복하게 '풍선껌'을 불 수 있는 소소하고 완벽한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을 앞으로 그려내려고 한다. 이들은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두 눈을 부릅뜨고 "널 부숴버리겠어"와 같은 전형적인 대사를 곱씹는 대신, 자기 자신부터 돌아보며 '사랑을 하기 위한 준비'를 하기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 남을 사랑하기 이전에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결핍된 사람들'의 로맨스. 이것이 아마 이제 겨우 2회만이 방송됐지만 벌써부터 '풍선껌'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