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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프로그램 전성시대' 아빠 · 엄마는 괴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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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프로그램 전성시대' 아빠 · 엄마는 괴로워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4.06.11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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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박영웅 기자] 최근 대한민국 방송가의 가장 큰 이슈를 꼽자면 '육아'다. 현재  지상파 3사는 육아를 기본으로 한 프로그램들을 최소 1개씩은 보유 하고 있는 실정이다.

육아 프로그램이 방송가의 대세 키워드로 떠오른 이유는 아이와 부모의 사랑을 직접 프로그램화시키면서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원초적인 웃음을 강조하던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프로그램 열풍 속에서 육아 프로그램은 새로운 웃음을 창조해낸 방송가의 '신형 무기'인 셈이다.

육아 프로그램은 방송가에서는 축복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축복이 몰고 온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 육아 프로그램의 인기가 좀처럼 시들 줄 모르고 있다. 사진은 방송지상파 3사 육아프로그램 열풍을 주도한 '아빠 어디가'의 한 장면. [사진=MBC 제공]

◆ 육아프로그램의 '대세'를 만든 '아빠? 어디가!'

현재 육아프로그램들이 방송가 중심으로 떠오르게 된 결정적 계기는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아빠? 어디가!'(2013.01.06~방송중. 이하 '아빠 어디가')의 인기 때문이다. '아빠 어디가'는 기존 방송에서 보여주던 부모와 자식 간의 퀴즈와 토크 형식에 '육아'라는 옷을 입히고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 시스템을 절묘하게 버무리는 데 성공했다.

특히 '아빠 어디가'는 과격한 웃음은 철저하게 배제하고 가족 간에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웃음에 충실했다. 또 아빠와 아이들의 사랑이라는 콘셉트로 우리 사회가 원하던 '좋은 아빠의 기준'을 만들어 냈다.

'아빠 어디가'의 이런 점들은 곧바로 시청자들에게 큰 반응을 얻었다. 일요 간판 예능프로그램 경쟁에서 항상 밀려 있던 '일밤'의 인기를 견인한 프로그램이 바로 '아빠 어디가'였다.

'아빠 어디가'에 출연한 아이들과 아빠들은 모두 스타덤에 올랐다. 이들은 국민적으로 관심을 받는 '부자지간' '부녀지간'이 됐다.

인기는 모방을 낳았다. '아빠 어디가'의 질주에 방송가는 모두 육아프로그램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KBS는 '아빠 어디가'와 거의 유사한 스타일의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제작했다. SBS도 '오! 마이 베이비'를 만들어 경쟁에 뛰어들었다.

방송가 주변에서는 너무 같은 포맷의 무리한 프로그램 경쟁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방송사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 육아 프로그램에 출연한 아이들과 아빠들은 모두 큰 인기를 모았다. 추성훈의 딸 추사랑 양은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통해 광고계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사진=KBS 캡처]

◆ 육아 프로그램 '어린이 스타제조기' 나오면 뜬다

육아 프로그램의 인기는 새로운 스타탄생으로 이어졌다. 육아 프로그램은 말 그대로 '육아'가 핵심이다. 이에 스타로 만들어지는 대부분은 어린 아이들과 아빠들이다.

이들의 인기는 매우 높다. '아빠 어디가'의 경우 윤민수-후  부자를 시작으로, 김성주-민국, 민율 부자, 송종국-지아 부녀, 이종혁-준수 부자, 안정환-리환 부자 등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근에는 '아빠 어디가'의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는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추성훈-사랑 부녀가 인기 절정을 달리면서 방송가를 장악하다시피 하고 있다.

추 부녀의 인기가 얼마나 좋은지는 광고계를 살펴보면 금세 알 수 있다. 요즘 TV 속 광고를 지켜보고 있으면 여기 저기서 추 부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신선한 스타를 필요로 하는 연예가에서 육아 프로그램은 '블루칩 스타들의 보고'나 다름이 없다. 이들의 등장은 항상 새로운 스타를 원하고 신선한 콘텐츠를 원하는 시청자들에게도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 육아 프로그램들의 높은 인기는 출연진인 아빠와 아이의 스타 탄생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아빠 어디가'의 김성주-민율 부자 모습. [사진=MBC 캡처]

 ◆ 터지는 문제들, 상업적 측면이 '가족'을 흔든다 

육아 프로그램에 대한 높은 관심은 가정내 아빠의 역할과 위상에 큰 변화를 몰고 왔다. 이들 육아 프로그램은 '아빠'라는 존재를 무뚝뚝하고 돈만 벌어다 주는 캐릭터에서 가족의 중심이자 아이들을 엄마 못지않게 잘 키울 수 있는 존재로 재인식시키는 계기가 됐다. 항상 아이들에게 사랑의 1순위는 '엄마'라는 전통적인 인식에 일대 변화를 가져왔다.

이처럼 파급력이 크다 보니 문제점도 속출하고 있다.

소위 '사회적으로 떠버린' 아빠와 아이들은 상업적인 측면을 기반으로 사실상 마케팅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이들이 광고계 블루칩으로 등장하면서 기업들은 앞다퉈 아빠와 아이들을 이용한 가족마케팅을 시도했다. 당연히 육아 프로그램을 통해 떠오른 아빠와 아이들이 도를 넘는 광고 출연과 외부 마케팅 활동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과도한 상업적 활동에서 발생한 문제들은 실제 사례를 통해 보면 그 심각성을 느낄 수 있다. 올해 초 일어난 '윤후 짜파게티' 사건은,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를 수십 시간 가까운 광고 촬영에 동원하려다 아이가 광고를 거부하며 정신적 충격을 입을 뻔한 경우였다.

▲ 육아 프로그램의 인기는 부작용을 낳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사진은 선거 홍보에 동원됐다는 오해를 일으킨 김정태 부자 모습.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캡처]

최근에는 선거 유세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로 인기를 끌던 배우 김정태 부자는 6.4지방선거에서 마케팅 도구로 활용된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은 끝에 10일 자진 하차했다.

이들 사례는 사건의 진위 여부를 떠나 아빠와 아이들이 자칫 상업적인 유혹에 휘말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잘 보여준다. 특히 이들이 '가족'이자 '어린아이들'이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이런 부분들은 심각한 부작용을 몰고 올 수 있다.

실명 공개를 거부한 광고계 한 관계자는 "실제 육아프로그램 등에서 광고계로 진출한 아빠와 아이들은 일반 연예인들과 비슷한 수준의 과도한 촬영 요구를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특히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이 받을 스트레스가 항상 걱정이다. 분명 고쳐져야 할 부분들"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또 있다. 육아프로그램은 아빠의 위상과 역할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긍정적인 요소가 있지만, 이들이 보여주는 '아빠'의 긍정적 부분들이 얼마나 현실성이 있느냐 하는 문제다.

현실 속 대부분의 아빠들은 육아 프로그램 속에 등장하는 '아빠'들처럼 시간과 돈이 충분하지 않다.  자연히 상대적 박탈감에 따른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나는 부족한 아빤가 봐!" "우리 아빠는 왜 저래" "우리 남편은 가정적이지 않아" 등의 부정적인 반응들을 낳고 있다.

▲ 육아 프로그램은 가정에서의 '아빠' 이미지를 크게 바꿔 놓았다. 근엄한 아버지에서 따뜻한 아빠로의 변신을 시도한 '아빠 어디가'의 한 장면 [사진=MBC 캡처]

◆ 육아프로그램 문제를 극복해야 오래갈 수 있다

이처럼 많은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 육아 프로그램이 앞으로도 꾸준히 사랑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무엇보다 방송사와 제작진은 물론 출연진까지도 육아 프로그램의 본래 취지를 거듭 되새길 필요가 있다. '가족'이라는 키워드가 방송용 아이템으로 쓰이고 있다는 점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가족'이라는 성스러운 사회의 근간에 마케팅 전략이 무리하게 개입하고, 부모의 기준이 시간 많고 잘 나가는 사람들이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질 경우, 육아 프로그램은 '가족의 파괴자'라는 오명을 얻을 수도 있다.

방송 관계자인 이모 대표는 "최근 속출하는 육아 프로그램의 문제들을 보고 있으면 가족이라는 민감한 키워드가 상업적으로 잘못 활용되는 건 아닌지 우려가 생긴다"며 "이런 부분들이 고쳐지고 제대로 된 장치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육아 프로그램들이 장수하기 어려울 것이다"고 강조했다.

dxhero@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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