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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감격시대: 배우 김현중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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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감격시대: 배우 김현중의 탄생
  • 김나라 기자
  • 승인 2014.04.07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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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2005년 아이돌그룹 SS501의 리더로 가요계에 데뷔한 김현중(29)은 2009년 화제작 KBS 2TV ‘꽃보다 남자’에서 F4를 대표하는 초절정 꽃미남 윤지후로 화려하게 배우로 입문했지만 연기력을 자신 있게 내세우진 못했다. 이에 굴하지 않고 다음해 드라마 ‘장난스런 키스’에서 첫 단독 남자주인공을 맡아 열연했음에도 어색한 연기와 애국가 시청률을 기록하며 초라하게 퇴장했다. 진짜 배우가 되기 위해 ‘아시아 프린스’라는 위엄도 버린 채 만반의 준비를 해서 KBS 2TV 24부작 시대극 ‘감격시대’로 컴백했다. 이를 악 물고 칼을 갈았는지 마침내 ‘김현중의 재발견’이라는 호평을 끌어냈다.

 

[스포츠Q 글 김나라기자· 사진 최대성기자] “김현중의 재발견? 신경쓰지 않지만 그렇게 썩 기분이 좋진 않아요. 사실 그런 평가에 들떠서 제가 작품에 대해 그려놓은 스케치를 망치게될까봐 솔직히 싫어요.”

최근 종영한 KBS 2TV 24부작 드라마 ‘감격시대: 투신의 탄생’은 김현중의 2010년 드라마 ‘장난스런 키스’ 이후 4년 만의 복귀작이다. 부족했던 연기력을 호평으로 가득 채우고 있는 그는 오랜만에 연기자로 복귀한 만큼 연기를 잘해야 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니냐는 투다. 한류스타 김현중은 ‘당연히’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기 위해 여타의 모든 수식어를 훌훌 내려놓았다.

◆ '조선 최고 주먹'에 20대의 마지막 시간 쏟아부어

‘감격시대’는 1930년대 중국 상하이를 배경으로 사랑과 우정, 애국과 욕망에 아파한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로맨틱 누아르 드라마다. 김현중은 조선 최고의 주먹 시라소니(이성순)를 모티프로 삼은 인물 신정태를 맡아 격동의 시대를 뜨겁게 살다 간 전설의 파이터로 열연했다.

▲ 김현중 [사진=레이앤모]

“신정태로 사는 동안 너무 분했어요. 저도 모르게 눈물이 차오르고, 속상한 감정에 감독님의 ‘컷’ 소리가 들려도 눈물이 멈추질 않았죠. 역할에 너무 몰입해서 지금도 기분이 처져 있어요. 언제쯤 이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그는 여전히 신정태에 빙의돼 있는 듯 보였다. 새하얀 와이셔츠를 입었지만 어울리지 않은 옷을 걸친 듯 당장이라도 파이터로 변신할 것만 같았다. 한 살부터 생을 마감할 때까지 대본에도 없는 삶의 궤적을 머리에 담은 채 하루하루 곱씹으며 정태로 살아온 결과다.

출연료 미지급, 여주인공의 겹치기 출연 논란, 주요 배우의 하차, 작가 교체 등 숱한 논란을 일으킨 드라마 촬영현장에서 몸 사리지 않는 열연을 선보이며 살아남은 자의 모습다웠다.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인 2014년을 ‘감격시대’와 함께 시작했어요. 20대의 마지막을 투자한 만큼 굉장히 의미 있는 작품이에요. 온갖 악재에도 출연진이 똘똘 뭉쳐 오로지 촬영에만 집중하면서 남다른 팀워크를 형성한 점이 너무 고맙고 뿌듯해요.”

◆ '연기 기술자'에서 '진짜 연기자'로 거듭나기까지

전작들에서 좋은 평가를 얻지 못한 김현중은 연기력 향상을 위해 발음과 호흡을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소리를 많이 들어 발음이 정확해진 그는 과연 실력이 늘었을까.

“기본 옵션이었을뿐 그게 다가 아니었어요. 소리를 내는 기술이 아니기에 발성이 뭉그러져도 상관 없더라고요. 그동안 제 만족을 위해서만 연기하다보니 몰랐는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진정성을 전달하는 게 진짜 연기더라고요. 학원이나 집에서 백날 연습해도 느끼기 힘들었던 부분을 이번 드라마 현장에서 뒤늦게 깨닫게 된 거죠. 현장의 에너지를 온몸으로 느끼자 가상 공간인 그 시대에 내가 진짜로 살고 있다는 착각이 들게 됐어요.”

 

착각을 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가수 출신 연기자들이 실력을 탄탄히 다지기도 전에 명성만 믿고 작품에 출연했다가 허우적대는 것에 비하면 민첩하게 늪에서 벗어났다. 이를 위한 노력은 상상 이상일 터.

“‘한류스타’ ‘아이돌가수’라는 틀에 갇혀 제 자신을 보호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과거의 나를 다 지워버리려고 했어요. 인기를 얻기 전의 난 그러지 않았는데 어느 날 보니 제가 바닥에 편하게 앉지도 못하더라고요. 이런 사소한 부분마저 바꾸기 위해 강간당한 사람, 욕쟁이 등 말도 안 되는 역할을 맡아 연습하며 진짜 신정태처럼 살았죠. 그러다보니 나중에는 아무 곳에서나 몸을 누이고, 땅에 떨어진 것도 주워 먹는 등 신정태스러워 지더라고요. 날아갈 듯 행복했죠.”

◆ 콘서트 투어, 신보 발표 스케줄 소화한 뒤 내년초 군입대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듯 데뷔 10년차가 되니 이 업계 생리를 파악하고, 제 직업을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게 됐어요. 열정으로만 덤비던 처음과는 많이 달라졌죠. 사실 10년 전에는 제 10년 후의 모습을 상상하기조차 싫을 만큼 거칠었어요.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으며 활동하다 보니 성격이 온순하게 변하며 바르게 성장하지 않았나 싶어요. 이제는 사람답게 살 수 있게 됐죠.”

 

그동안 아시아 전역을 오가며 숨 가쁘게 달려온 김현중은 여유를 만끽할 틈도 없이 올해 콘서트 투어, 새 앨범 발매를 위해 신발끈을 고쳐매야 한다. 그리고 내년 초 팬들의 사랑을 뒤로 한 채 군 입대를 한다. 태연하게 군대 얘기를 꺼냈지만 연기의 참맛을 본 터라 눈가에는 아쉬움이 묻어났다.

"입대 전에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와 같이 일반 가정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현실적인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 '댄스가수'에 작별...밴드음악과 라이브 공연에 치중할터

올해 발매할 음반이 '댄스가수 김현중'의 마지막 앨범이 된다. 팬들이 서운해 할 수도 있겠지만 예전부터 자신과 약속한 사항이다. 가수 박진영이나 팝스타 마이클 잭슨처럼 선천적 재능을 타고나지 않은 스스로에게 자신 없어 했다.

"한 살이라도 더 들면 지금처럼 팔팔하게 춤을 추지 못하게 되는 것도 싫고, 무대에서 헐떡이는 제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요. 한편으론 가수활동이 너무 재미나서 빠져나오지 못할까 싶어 그런 약속을 한 거죠. 군입대 전까지만 댄스가수 활동을 하고 이후에는 제가 힐링할 수 있는 밴드음악을 하면서 라이브 공연에만 치중하고 싶어요.”

[취재 후기] 4차원으로 유명한 김현중이기에 엉뚱한 면모만 확인할 줄 알았다. 그런데 소신 있는 배우였다. 열악한 촬영 환경 개선을 당당히 요구하고, 촬영장에서 무시당하곤 하는 보조 출연자들의 현실에 대해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분노하는 모습에서 인간 김현중의 품성을 조금이나마 느끼게 됐다. 스킨스쿠버를 즐겨 한다는 그는 고요한 바다 속에 몸을 맡기는 순간에야 진정한 휴식을 취한단다. 그가 짊어진 배우의 무게가 여전히 만만치 않아 보였다. 하지만 잘 이겨내리라는 믿음이 생긴 것 또한 사실이다.

 

nara927@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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