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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예능化 돼가는 축구중계,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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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예능化 돼가는 축구중계, 이대로 좋은가?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4.06.23 1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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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박영웅 기자] 예언은 그저 예측일 뿐이었다. 2014브라질월드컵에서 '예언해설'에 열을 올리던 지상파 3사가 한국대표팀의 예상치 못한 참패로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시청률 경쟁을 의식한 무분별한 예언 남발이 도리어 시청자들에게 실망감만을 안겨준 형국이었다.

지상파 3사는 23일(한국시간)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리 베이라 히우 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한국과 알제리 전 경기를 생중계했다.

이 경기에서 한국은 졸전 끝에 알제리에 4골을 내주며 2-4로 참패를 당하는 아픔을 맛봤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지상파 3사 해설진은 물론 시청자 모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이 경기를 밤새 지켜본 시청자들의 실망감은 더욱 컸다. 방송사들의 무분별한 '예언해설'로 한국이 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KBS는 이날 한국의 승리를 점치는 예언 해설을 이벤트화 시키는 시청률 마케팅을 펼쳤다. [사진=KBS 중계방송 캡처]

지상파 3사 예언해설의 빛과 그림자가 그대로 드러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전문가들이 경기 스코어나 승리 팀을 예측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한 예측을 예언으로 포장해 시청률 상승의 도구로 사용하면서 너무 지나쳤다는 사실이다.

이날 지상파 3사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경기 결과를 예측 예언했다. 우선 '예언해설'로 큰 이슈를 모은 KBS의 경우 적극적인 '예언해설'을 쏟아냈다. 대표 해설진인 이영표, 김남일, 한준희, 이용수 등은 각각 2:1, 1:0, 3:2, 3:1 예상 스코어를 내놓았다. 모두 승리를 기본 축으로 한 예상이었다. 하지만 KBS는 이를 놓고 방송 중 예언이라는 말을 써가는 등 포장에 나섰다. 심지어 해설진의 예상 스코어를 놓고 '누구 예언이 잘 맞을까?'라는 시청자 대상의 트위터 이벤트까지 진행하는 등 적극 팔을 걷고 나섰다.

MBC와 SBS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경기 시작 전부터 한국이 알제리를 몇 대 몇으로 이길지를 놓고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이에 비해 알제리에 대한 정확한 전력 및 전략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이나 진단은 다소 부족해 보였다.

▲ 지상파 3사의 '예언 해설' 전쟁에 국민들만 2배로 아픔을 느꼈다. [사진=MBC 제공]

상황이 이러하니 적지 않은 시청자들은 한국의 당연한 승리를 점쳤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웬 걸, 한국은 점수는 물론 경기 내용 면에서도 완패했다. 지상파 3사의 모든 예측은 빗나갔으며 그들 말만 믿고 승리를 확신했던 시청자들의 실망감은 더욱 커지고 말았다.

지상파 3사가 이처럼 예측을 '예언해설'로 포장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시청률 때문이다. KBS는 월드컵 초반 안정환의 '독설'을 주무기로 한 MBC와 전통의 강자 차범근 해설을 앞세운 SBS에 시청률 열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대 반전이 일어났다. KBS 공식 해설위원 이영표가 스페인 몰락, 이탈리아-잉글랜드전 스코어, 일본-코트디부아르전 결과, 이근호 골 등을 정확하게 예측하며 이슈를 모으자 시청률이 역전되는 기현상을 연출했다.

실제 KBS는 월드컵 초반 1%대에서 이영표 예측이 들어맞으며 무려 21%의 시청률 폭등을 경험했다. 이는 경쟁 방송사들을 깜짝 놀라게 할 정도의 놀라운 상승곡선이다. 그러자 다른  지상파는 밀리지 않으려고 예측을 예언으로 포장하고 스코어 맞히기에 본격 돌입했다.

▲ 국민들에게 아픔만 준 예언해설 전쟁, 아픔은 두배였고 진정한 해설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사진=이상민 기자]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과연 방송사들의 이런 모습들이 제대로 된 것인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사실 요즘 월드컵중계는 시청률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재미와 흥미 위주의 예능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니면 말고 식의 스코어 맞히기 예측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축구중계가 예능화 되면서 전력과 전략 분석은 뒷전으로 밀리는 경향도 없지 않다. 물론 이것을 지상파 3사의 책임으로만 떠넘길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시청자들 또한 이들과 손뼉을 마주쳤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확신을 주는 예언은 달콤하기 그지없는데다 한국이 이긴다는데 그 누가 제동을 걸 수 있을까.

현재 온라인과 SNS 등에서는 적지 않은 시청자들이 "방송사들의 예언 때문에 더 큰 상처만 받은 느낌"이라며 "스코어나 예언하는 해설보다는 정확한 분석으로 객관적인 경기를 설명하는 해설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제는 월드컵 중계도 '예능' 대결이 아닌 '해설' 대결로 다시 제자리를 잡아야 하지 않을까? 아울러 흥미위주의 해설보다는 정확한 분석과 해설을 가려낼 줄 아는 시청자들의 안목도 절실한 시점이 아닐는지?

 

dxhero@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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