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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생각] 애플-구글과 '인재경쟁'하는 메이저리그, 그렇다면 국내 야구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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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생각] 애플-구글과 '인재경쟁'하는 메이저리그, 그렇다면 국내 야구단은?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6.01.01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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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출신 IT 전문가 CRM 혁신, 홈쇼핑 PD 마케팅팀 합류... 체육 전공 편중 움직임 탈피

[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미국에선 스포츠산업 규모가 자동차산업의 2배, 영화산업의 7배라는데 국내에선 아직도 “스포츠판에 뛰어들었다간 배를 곯을 것”이란 생각이 만연해 있다. 틀리지 않다. 돈이 안 되니까. 열정페이만 받고선 인턴, 계약직부터 시작하는 젊은이가 수두룩하다. 오직 꿈으로만 버티다 결국 백기를 들고 다른 업종으로 옮기는 사례를 숱하게 봐왔다.

무척 똘똘한데다 누구보다 스포츠에 애정이 큰데 일로는 차마 못하겠다는 지인들이 주변에 널려 있다. 남들 쉴 때 못 쉴 텐데 주머니까지 가벼워서야 되겠느냐며 주저없이 다른 길을 택한다. 그들은 결국 대기업 입사를 위해 자기소개서를 쓰더라. 이래서 한국스포츠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고 감히 생각한다. 여태껏 스포츠판에는 통찰력을 갖춘 '알짜 인재'가 턱없이 모자랐다.

“구단들은 유능한 인재를 채용하려 애플, 구글과 경쟁하고 있습니다.”

▲ 머니볼의 창시자 빌리 빈. 메이저리그(MLB)의 대표적인 스몰마켓 구단 오클랜드의 단장이었던 그는 운영사장으로 승진했다. [사진=머니볼 스틸컷]

메이저리그(MLB)의 대표적인 스몰마켓 구단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빌리 빈 사장이 지난해 9월 빅데이터 컨퍼런스에 참석해 던진 말이 귀를 세우게 했다. 2011년 영화로도 제작됐던 ‘머니볼(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저비용-고효율 야구단 운영 기법)'의 창시자인 그는 2015년 10월 단장에서 운영사장으로 승진했다. 능력도 출중한데 생긴 것도 미남이다. 브래드 피트(머니볼 주인공)만큼은 아니지만. 지난해 11월엔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를 지켜보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이목을 끌기도 했다.

한국 야구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MLB 구단, 류현진의 소속팀 LA 다저스의 단장 파르한 자이디도 떠오른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자란 무슬림 캐나다인인 자이디는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 버클리 캘리포니아주립대(UC버클리)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인재로 '빌리 빈의 오른팔'로 불렸던 사나이다. 머니볼을 읽고 오클랜드의 운영 철학에 감명을 받은 그는 억대 연봉이 보장된 금융권 진입을 포기하고 야구단에 입사했고 지난해 MLB 사상 첫 무슬림 단장으로 임명됐다.

한국 야구단은 어떤가.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재를 배치하고 있는가. 그룹을 위해 헌신한 부사장급 임원을 스포츠단 사장으로 ‘좌천’시키거나 야구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대리급 인력을 차출해 야구단으로 보내버리는 옛 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아닌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단체급식 사업을 비즈니스 모델로 하는 계열사 대표가 정규리그 5연패에 빛나는 명문 야구단 사장으로 인사 발령나는 일이 최근에도 생기는 것을 보면 물음표가 붙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틀렸다’는 건 아니다.

그래도 아래쪽에선 다행히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젠 각계각층의 다양한 인적 자원들이 야구장으로 몰려들어 판을 짜고 있는 게 눈에 보인다. 우수한 인적 자원이 몰리면 곧 돈이 벌릴 것이라 믿는다.

산업화를 향한 스포츠, 그중에서도 야구단의 움직임을 집중 조명해보자. 파이를 키우기 위한 긍정적인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프런트의 인적구성이 몰라보게 다채로워졌다.

▲ MLB 최초의 무슬람 단장 파르한 자이디. 빌리 빈이 아꼈던 그는 지난해 LA 다저스의 단장이 됐다. [사진=AP/뉴시스]

◆ SK엔 언론정보학 마케터, NC엔 국어국문학 마케터

인천을 연고로 하는 SK 와이번스는, 냉정히 말해 팬층이 가장 얇다. 야구가 '종교'인 부산의 롯데 자이언츠, 광주의 KIA 타이거즈처럼 마케팅했다간 팬들을 부를 수 없다. 인천은 애향심이 가장 약한 도시다. 그래서 그들은 '스포테인먼트(스포츠+엔터테인먼트)'를 주창한다.

2000년대 후반부터 “우리의 경쟁자는 놀이공원과 영화관”이라고 외치더니 해마다 스포츠마케팅의 모범 사례를 만들고 있다. ‘죽은 좌석’이던 외야에 삼겹살존과 홈런커플존, 스포츠바, 그린존(잔디밭 관람석) 등을 설치해 객단가를 높인 것이 대표적인 예다. 철저히 비즈니스 측면으로 접근했기에 가능한 결과물. 인천SK행복드림구장은 야구장이 아니라 파크다.

그래서일까. 채용 행보도 신선하다. 마케팅팀의 조혜현 매니저가 대표적인 사례. 그는 어린이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은 피카츄 마케팅을 기획하고 지휘한 주인공이다. 와이번스샵에는 피카츄 머천다이징 상품이 진열돼 있다. 학부에서 언론정보학을 전공한 조혜현 매니저는 홈쇼핑 PD, 프로모션 행사 기획, 광고대행사를 거친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헤드헌팅을 통해 2014년 말 인천에 둥지를 틀었다.

조혜현 매니저는 다른 직무에서 스포츠 현장에 이직해 가질 수 있는 장점으로 “야구를 단순한 스포츠가 아닌 여가생활의 일환으로 생각하고 접근한다”며 “방송, 광고 등을 통해 여러 상품과 타깃을 다루며 다양한 계층의 문화, 관심사, 트렌드를 접한 것이 마케팅 활동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전 직장과 비교해 야구단이 갖는 매력으로는 “전화나 매출액 등 간접적인 방식의 피드백을 받은 것과는 달리 야구장에서는 팬들께서 내가 한 기획에 대해 즉각즉각 반응해주시니 좋다”며 “종목 자체만으로도 브랜드 파워가 있는 것이 야구다. 충성도를 더욱 높이기 위해 다른 분야의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들을 접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피카츄(오른쪽)들이 국민의례 때 선수들과 함께 도열해 있다. SK 마케팅팀 조혜현 매니저의 작품이다.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선진야구문화를 쌍끌이하는 넥센 히어로즈와 NC 다이노스도 빼놓을 수 없다. 넥센의 세계화를 주도하고 있는 전략&국제팀에는 스포츠통계를 전공한 정광훈 사원과 삼성경제연구소를 다니다 이직한 이철진 사원이 포진해 있다. 세이버매트릭스(야구를 통계학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에 능한 넥센은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거액을 쏟아 붓지 않고도 3년 연속 가을야구를 했다.

NC 다이노스 마케팅팀에는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박화연 주임이 있다. 그는 “기획할 때 논리적으로 글을 정리할 수 있는 능력이 조금 앞서는 것 같다. 아이디어를 예쁘게 포장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며 “스포츠 자체에 대한 전문지식은 부족할 수 있지만 그래서 팬과 광고주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기가 더 수월하다. 야구 열성팬의 입장에서 조금 다른 각도에서 생각하기 유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 kt 위즈의 BIC테인먼트는 IT 전문가로부터 시작됐다

“기존 구단들은 대행사에 티켓 구매를 맡겼으니 고객관계관리(CRM)를 하고 싶어도 하기가 어려웠죠. 팬들이 재구매를 얼마나 어떻게 하는지 알 수가 없었으니까요. 저희는 무슨 요일에, 누구와, 얼마나, 어떤 팀을 상대하는 경기에 자주 오시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체 애플리케이션 위잽(wizzap)으로 관리하니까요. IT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막내 kt 위즈에는 기존 9개 구단에는 없는 특이한 부서가 하나 있다. 뉴비즈팀이다. 모기업이 통신사인 기업답게 kt는 유일하게 IT 전문가 강신혁 팀장이 지휘하는 부서를 뒀다. 6명으로 구성된 이 팀은 빅(BIC)테인먼트, 즉 야구(Basebal)와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시켜 팬들에게 재미(Entertainment)를 제공하라는 미션을 받았다.

▲ IT 전문가인 강신혁 팀장(위)은 신생팀 kt 위즈가 60만 명이 넘는 관중을 불러모으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사진=스포츠Q DB, kt 위즈 제공]

강신혁 팀장의 야구단 합류 스토리가 재미있다. 그는 첫 직장생활을 한솔 018 모바일연구소에서 시작했다. 소속 회사가 KTF로 합병돼 ‘kt맨’이 됐고 종합기술원 연구원을 거쳐 위즈로 적을 옮겼다. 야구단 창단 직원 공모 때 타 부서의 입사 경쟁률이 40대 1이었는데 강 팀장은 1대 1이었단다. IT 제안서로 자신의 강점을 어필한 것. kt의 BIC테인먼트는 강 팀장에서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 팀장은 사회인야구에서 감독 겸 선수를 하는 골수 야구팬이다.

kt의 홈구장 수원 kt위즈파크에는 기가와이파이 210개 외에도 스마트폰 근거리통신 기술, 저전력저비용으로 30m 내외 거리에 신호를 전달해 공간과 사물의 정확한 위치파악을 할 수 있게 하는 비콘 145개가 설치돼 있다. 위잽(wizzap)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은 팬들은 스마트티켓, 스마트오더, 실시간 중계, 체크인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뉴비즈 팀은 앱은 보유했지만 야구장을 한 차례도 찾지 않은 이에겐 모바일 무료 티켓을 한 장씩 선물해 방문을 유도한다. 방문횟수에 따른 혜택이 딱 한 번 모자란 팬에게도 재구매를 자극하는 재치 있는 메시지를 날린다. ‘빅데이터 시대’에 딱 맞는 이런 노력은 KBO리그 신생팀 역대 최초 60만 관중 돌파라는 값진 성과로 나타났다.

실시간 중계 서비스의 퀄리티도 놀랍다. 기존 유사 모바일 중계와는 레벨이 다르다. 투수의 IRS(승계주자실점률), 뜬공/땅볼처리비율, 퀄리티스타트플러스(7이닝 3자책 이하 여부), 터프세이브(동점 주자가 루상에 나가 있을 때만 부여되는 세이브), 타자의 BABIP(인플레이타구 타율), OPS+(구장효과가 추가된 OPS(장타율+출루율) 정보까지 확인할 수 있다. 상대팀 정보도 제공한다. 고급 수치를 원하는 수준 높은 야구팬들의 눈높이에 최적화된 서비스라 할 수 있다. IT 전문가를 활용하면 어떤 결과물을 낼 수 있는지 보여주는 모범 사례다.

강신혁 팀장은 “여전히 야구단 프런트에는 생활체육, 스포츠마케팅을 전공하신 분들이 대다수다. 다른 분야에서 종사하다 넘어온 나의 생각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도 계시고 나 또한 스포츠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스포츠와 IT가 서로 접목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앞으로 이런 흐름이 더 확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 kt 위즈의 공식 애플리케이션 위잽의 스마트 예약/주문 코너. 이 앱을 통해 kt는 고객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 체대생이 아니라 더 괜찮다, 야구를 스포츠업으로 제한하지 마라  

“저는 체대생이 아닌데 괜찮을까요? 너무 늦진 않았을까요?”

기자는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스포츠개발원과 스포츠산업 취업 커뮤니티 스포츠잡알리오가 공동 주최하는 토크콘서트의 사회를 종종 보는데 행사마다 어김없이 이런 질문을 접한다. 자신은 스포츠팬이긴 한데 체육을 전공하지 않았다며 걱정을 한가득 안고선 현업에 종사 중인 멘토를 향해 어김없이 묻고 또 묻는다. 이렇게.

“전공이 발목을 잡지는 않을까 걱정이에요. 인맥도 없는데 어쩌죠?”

회원수가 3만 명을 넘어서며 구직 희망자들을 성향을 파악하는 데이터를 확보한 스포츠잡알리오 김선홍 대표는 “사이트 초기 오픈 때와는 달리 이젠 체육 전공자와 비체육 전공자 회원 비율이 정확히 균형을 이룬다”며 “소방안전관리, 문예창작학, 국어국문학, 관광, 지구환경과학, 사회학, 심리학 등 다양한 전공자들이 가입해 놀랄 때가 많다”고 밝혔다.

경영학자들은 '업을 재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안경업을 안경업이라 정의하는 순간 타깃은 시력이 나쁜 이들로 한정된다. ‘라식, 라섹 수술도 대중화됐는데 큰일이네’라고 손 놓고 있으면 그 안경집은 무조건 망한다. '패션업'으로 범주를 넓히면 알 없는 안경도 씌울 수 있고 한 명에게 여러 테의 안경을 권할 수 있다. 시계업도 마찬가지 아니겠나. 시계는 군대에서나 시간 확인하는 도구이지 사회에선 패션 아이템이자 명품으로 격이 상승한다. 식당, 술집 주인은 장사꾼을 넘어 스스로를 '고민상담사' 또는 '컨설턴트'로 진화시킬 수 있다. 마음먹기 나름이다.

▲ 인천SK행복드림구장의 3루 외야에는 잔디밭으로 된 관람석이 있다. 와이번스는 야구장을 놀이문화공간으로 만드는데 앞장서는 구단이다. [사진=뉴시스]

업을 잘라 분류하는 시대는 지났다. 야구단을 스포츠업으로 정의해버리면 비체육 전공자들은 설 자리를 잃는다. 그런데 야구장을 회식 장소, 데이트 코스, 노래방, 가족간 소통의 장으로 넒게 규정하면 비전공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수히 많아진다. 구단도 조금 비틀어보면 인력 풀이 넓어진다. 야구를 공놀이가 아니라 데이터가 쏟아지는 연구대상이라고 어필하면 '숫자쟁이'들을 스카우트할 수 있다.

모 구단에는 국내 명문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통계 전문가가 재직하고 있다. 야구에 미쳐 ‘덕후질(특정 분야에 미친 마니아짓)’ 좀 하는 숫자쟁이, 재야의 고수로 조금씩 이름을 날리더니 어느날 갑자기 야구단의 부름을 받았다. 그는 "유학 또는 금융권 취업을 택하지 않은 것을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며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평소 좋아하는 팀의 일에 관여하는 것이 재미있다"고 기자에게 귀띔했다.

여태껏 스포츠가 산업화되지 못했던 이유로 많은 이들이 군사정권에서 출발했다는 구조적 한계를 지적해 왔다. 30년이 지나자 진부한 소리들이 자취를 감추고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금융권 출신인 이장석 사장과 조태룡 단장이 2008년 의기투합해 닻을 올린 히어로즈는 자립을 위해 죽기살기로 노력한 결과 “스포츠는 안된다”는 부정적인 시각을 잠재우는데 성공했다. 야구팬들은 야구기업 히어로즈 이장석 대표이사를 '빌리 장석'이라 부른다.

야구계가 체육, 스포츠마케팅 전공자가 아닌 이들을 받아들이자 결과적으로 파이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프로스포츠 선두주자인 야구가 스마트해지면 스포츠산업도 자란다. 공대생도 인문학도도 수학자도 모두모두 좋다. 야구를 사랑한다면 주저하지 말고 구단에 이력서를 내보는 건 어떨지.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수히 많다.

▲ 야구팬들로부터 '빌리 장석'이라 불리는 넥센 히어로즈 이장석 대표. 창업투자사 대표인 그는 야구단 경영에 뛰어들어 한국 스포츠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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