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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6연패 한국펜싱, AG 안심 못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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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6연패 한국펜싱, AG 안심 못하는 이유는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7.09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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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성 감독 "중국과 선수층서 큰 차이…일본·카자흐도 다크호스"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아시아펜싱선수권에서 우승하긴 했지만 그래도 모릅니다. 아시안게임은 전혀 달라요."

한국 펜싱이 다시 한번 아시아를 호령했다. 지난 7일까지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렸던 2014 아시아펜싱선수권에서 한국 펜싱은 개인전 6개 종목을 모두 석권하고 단체전에서 남자 플러레와 여자 에페, 사브르를 제외한 3개 종목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금메달 9개를 따냈다.

또 남자 플러레와 여자 사브르, 에페 단체전 역시 결승까지 오르며 은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펜싱이 이번 대회에서 거둬들인 메달은 은메달 5개와 동메달 2개를 포함해 16개다.

금 9·은 5·동 2개로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3년 전 서울 대회에서 거둔 금 9·은 4·동 5개를 뛰어넘는 역대 최고 성적으로 6연패를 이뤘다.

중국은 금 3, 은 3, 동 6개로 한국에 이어 종합 2위를 차지했다. 3위는 금메달 없이 은 3, 동 5개를 딴 일본에 돌아갔다.

그러나 아시아선수권을 바라본 심재성(48) 감독은 기쁨보다 근심이 가득해보였다. 물론 금메달을 많이 따내 종합 우승을 차지한 것은 기쁜 일이지만 중국의 실력을 과소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심재성 감독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면 2012년 런던 올림픽을 떠올리면 된다. 당시 여자 에페의 신아람(28·계룡시청)의 억울한 판정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며 고군분투했던 바로 그 감독이다.

◆ 중국 선수 너무 많아 아시안게임에 누가 나올지 몰라

"이제 다음주 카잔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을 치르고 나면 곧바로 인천 아시안게임입니다. 홈에서 아시아선수권 6연패를 달성한 것은 분명 기쁜 일이지만 마음을 놓을 수가 없어요. 아시아 펜싱의 수준이 올라가고 있고 강팀 중국과 일본, 카자흐스탄 등이 만만치 않습니다."

심 감독이 중국을 경계하는 것은 워낙 선수층이 두껍기 때문이다. 다른 종목과 마찬가지로 중국은 워낙 선수들이 많다보니 아시안게임에서 어떤 선수가 나올지 100%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 대회만 보더라도 우리가 흔히 봤던 1진 선수들이 많이 없었어요. 아시아선수권에 나온 중국 선수들은 실질적으로 1진과 신예가 섞인 1.5진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에 비해 우리는 세계선수권이나 아시안게임에 나오는 모든 선수가 출전했죠."

더구나 심재성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너무나 많은 금메달을 가져온 것이 악재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솔직히 기대하지 못한, 너무 좋은 성적을 거둬서 당혹스럽기까지 합니다. 이렇게 좋은 성적을 거뒀으니 중국 등 라이벌의 견제가 더욱 거세지겠죠. 중국 뿐 아니라 카자흐스탄, 일본이 우리에 대한 경계가 심해질 겁니다. 또 우리 선수들이 너무 좋은 성적에 기쁨에 취하지나 않을까 우려스럽습니다. 우리 선수들을 믿지만 그래도 사람 심리가 어디 그런가요."

▲ 여자 사브르 개인종목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차지한 김지연(왼쪽)과 이라진이 시상식에서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포츠Q DB]

◆ 아시안게임 개인전 2명만 출전, 대진이 중요

심재성 감독은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큰 변수가 바로 대진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선수권 개인전에는 4명까지 출전이 가능하지만 아시안게임에는 각 팀 2명만 출전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변수가 많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 2명의 선수가 결승전 또는 4강전이 아닌 초반이 붙게 되면 금메달 사냥에 큰 지장을 초래한다는 것이 심 감독의 얘기다.

반면 심재성 감독은 기술 노출 등에 대해서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밝혔다.

"워낙 많은 국제 경기에 나가기 때문에 기술 노출 같은 것은 의외로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아시아선수권에서도 그랬지만 각국 대표팀 선수단이 모두 비디오 촬영을 하고 이를 통해 철저하게 분석을 하죠. 예전이야 비디오 촬영 기술이나 분석 시스템이 발달되지 않아서 기술을 감추는 것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도 아니고요. 반대로 우리 역시 상대 선수들에 대한 기술을 완벽하게 분석하고 여기에 대비합니다."

그렇다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관건은 어디에 있을까. 심 감독은 체력이라고 단언했다.

▲ 남현희(오른쪽 앞) 등 한국 펜싱 선수들이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아시아펜싱선수권에서 경기가 없는 휴식일에 편한 복장으로 나타나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남현희 뒤에 가려진 선수는 신아람. [스포츠Q DB]

"우리나라 펜싱 선수들은 외국과 달리 시작이 늦어요. 어렸을 때부터 칼을 잡는 외국보다 입문이 늦기 때문에 기술에서는 뒤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를 메울 수 있는 것이 바로 체력입니다. 체력이 바탕이 되어야만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박빙의 순간에서는 집중력에서 차이가 나거든요. 그래서 우리 선수들도 체력 훈련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특히 몸의 균형을 잡아주기 위해 필라테스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지금 선수들의 몸상태는 100%가 아니지만 100%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모든 선수들이 하나씩 잔부상을 안고 뛰고 있지만 최상의 컨디션으로 인천 아시안게임을 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아시아 펜싱을 양분하고 있는 한국은 광저우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아시안게임 제패에 도전한다. 2006년 도하 대회 당시 금 4, 은 7, 동 3에 그쳐 금 7, 은 5, 동 5를 기록한 중국에 뒤졌다. 하지만 중국 안방에서 열린 광저우 대회에서 금 7, 은 2, 동 5로 중국(금 4, 은 4, 동 8)을 눌렀다. 광저우에서 세운 기록은 2002년 부산 대회 기록(금 6, 은 6, 동 3)을 넘어선 것이었다.

"인천 대회에서는 광저우 대회 당시 메달만 따도 성공이죠. 광저우 대회 때 워낙 잘한데다 중국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광저우를 넘어서는 금메달을 나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광저우 때는 운도 좋았죠. 이번 아시아선수권은 용기와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만족하고 세계선수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선수들이 각오를 다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겁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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