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23:04 (토)
[SQ스페셜]① 럭비가 위험한 스포츠라구요? 우리도 하는데요
상태바
[SQ스페셜]① 럭비가 위험한 스포츠라구요? 우리도 하는데요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7.11 16: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럭비협회, 2009년부터 드림키즈럭비단 운영…체험 기회 확대 통해 럭비 저변 확대 앞장

[300자 Tip!] 럭비라고 하면 두가지 이미지가 있다. 첫번째 이미지는 바로 진한 남자의 향기가 풍기는 스포츠라는 점이다. 몸과 몸이 직접 부딪히는 모습에서 마초의 땀냄새가 진하게 풍긴다. 두번째는 그 이면에 있는 거친 스포츠라는 이미지다. 거칠기 때문에 위험하다. 그런데 '위험한 스포츠'를 어린이들이 한다. 심지어 유치원 때 시작했다는 아이들도 있다. '아이들에게 럭비같은 위험한 운동을 시켜도 되는 걸까'라고 물어보기 전에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우리가 럭비라는 종목에 대해 '위험하다'는 이미지를 먼저 뒤집어 씌운 것은 아닐까?

▲ 드림키즈 럭비단에 참가한 한 어린이가 한강 잠원지구 트랙구장에서 진행한 럭비 훈련에서 럭비공을 힘껏 던지고 있다.

[스포츠Q 글 박상현·사진 이상민 기자] 취재 전날 밤에 기자가 넌지시 초등학생 자녀를 둔 친구에게 "어린이들이 럭비를 한다고 하는데"라고 말을 건네봤다. 돌아온 대답은 딱 하나였다. "진짜? 그거 위험한 거 아냐?"

우리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스포츠를 어린이들이 벌써 6년째 하고 있다. 격주 토요일 오전 10시만 되면 서울 한강 잠원지구 트랙구장에 학부모들과 어린이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어린이들은 강사의 호루라기 소리에 몸을 풀고 이윽고 럭비공을 들고 이리 갔다, 저리 갔다를 왕복한다. 어느새 어린이들의 이마에는 구슬땀이 맺힌다. 힘들어보이지만 아이들은 '까르르' 웃으며 럭비공을 가지고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대한럭비협회가 2009년부터 실시한 드림키즈 럭비단에 소속된 어린이들이 훈련을 받는 풍경이다. 격주 토요일이면 한강 잠원지구 트랙구장에서 드림키즈 럭비단 어린이들이 모여 럭비 훈련을 받는다.

이기찬(43) 드림키즈 럭비단 단장은 "어린이들에게 상대존중과 희생, 협동, 규율, 도전이라는 럭비의 진정한 정신을 가르치기 위해 만들어졌다"며 "럭비협회가 꿈나무 선수 육성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보다도 럭비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럭비를 통해 교육적인 효과를 볼 수 있도록 행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6년째 드림키즈 럭비단을 운영하면서도 아직 정규 선수가 배출되지는 않았다. 물론 외국으로 유학을 가서 럭비를 이어가는 학생은 있다는 것이 협회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드림키즈 럭비단은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럭비를 직접 체험하게 함으로써 럭비가 무엇인지 깨닫게 하고 공부에 찌들어 약해진 어린이들의 체력을 키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만들어주고 있다.

▲ 드림키즈 럭비단 어린이 선수들과 선생님이 한강 잠원지구 트랙구장에서 훈련을 마친 뒤 환호하고 있다.

◆ 위험한 스포츠라고 치부되는 것 너무 억울해요

2시간 가까이 아이들이 훈련을 받으면서 누구 하나 상처를 입거나 다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심지어 아이들이 공에 맞았다며 우는 광경도 없었다. 어디로 갈지 모르는, 통통 튀는 럭비공에 얼굴이 맞아도 '아이쿠야'하며 이마를 어루만지면서도 이내 다시 까르르 웃는다.

물론 일반 럭비 경기를 보면 위험해 보인다. 강하게 태클을 하고 럭비공을 뺏기 위해 그라운드에서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상처가 나기도 하고 피도 흘리기도 한다.

부상이 많은 운동인 것은 맞다. 부상이 있는 것은 어느 스포츠나 마찬가지다. 축구를 하면서도 부상이 생기고 야구를 해도 다칠 수 있다. 그런데 럭비만 유독 부상이 잦기 때문에 위험한 스포츠로 인식된다.

이런 인식은 스포츠안전재단의 '스포츠안전서비스'에서도 잘 나타난다.

체육인들의 복지 증진과 안전한 체육활동 보장을 목적으로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승인을 받아 운영하고 있는 스포츠안전서비스는 일종의 손해보험 상품이다. 그런데 럭비는 위험등급이 가장 높은 C등급으로 분류되어 있다. 익스트림 스포츠나 레슬링, 산악등반, 산악마라톤, 아이스하키, 철인3종, 킥복싱 등 상해 위험이 큰 스포츠군에 럭비가 포함돼 있다.

럭비인들은 이것이 못마땅하다. 굳이 위험도를 따지면 축구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축구는 배드민턴과 같은 등급인 B2급으로 분류돼 있다.

▲ 한강 잠원지구 트랙구장에서 드림키즈 럭비단 어린이들이 럭비공을 주고 받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럭비는 어린이들에게 협동심을 심어주는 교육적인 스포츠다.

◆ 럭비를 하니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럭비가 만약 위험한 스포츠라고 생각된다면 다르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태그럭비다.

몸싸움을 벌이기 때문에 다칠 위험이 있는 일반 럭비와 달리 태그럭비는 태그를 붙일 수 있는 찍찍이를 허리춤에 차고 경기를 펼친다. 그리고 상대 선수가 그 태그를 떼어내면 공을 뺏을 수 있다. 금방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SBS 인기 예능프로그램인 '런닝맨'에서 찍찍이에 붙은 이름표를 떼면 아웃되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이 때문인지 서울의 몇몇 초등학교에서는 방과후 수업으로 태그럭비를 하고 있다. 태그럭비의 재미에 푹 빠진 아이들은 땀을 흘리면서도 즐겁게 운동을 한다. 운동량도 많기 때문에 체력 증진에도 그만이다. 드림키즈 럭비단에서 하는 럭비도 바로 태그럭비다.

체력 증진 뿐 아니라 럭비는 아이들의 성격도 긍정적으로 변화시켜준다. 실제로 드림키즈 럭비단을 통해 자녀들에게 럭비를 시킨 학부모들은 만족감을 표시한다.

이한별(8·여·남산초 1)의 부친인 이상갑 씨는 "처음에 딸에게 럭비를 시켰을 때 호기심을 갖고 신기해했다. 지금은 럭비를 너무나 좋아한다"며 "서울 은평구에서 잠원동까지 오는데 럭비 훈련날만 되면 가장 먼저 일어나며 부지런을 떤다"고 말했다.

이어 "럭비는 생각만큼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 격하게 훈련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체력 증진에 도움이 된다"며 "특히 딸이 평소 부끄럼을 많이 타며 뒤로 빼는 소심한 성격이었는데 럭비를 하고 나서 사교성이 좋아졌고 활발해졌다. 또 모든 일에 솔선수범하는 적극성을 보이기도 한다. 단체 생활을 하다보니 그런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 드림키즈 럭비단 훈련에 참가한 어린이가 공을 들고 힘차게 뛰어가고 있다. 럭비는 어린이들의 성격 개선은 물론이고 체력 향상에도 큰 도움을 주는 스포츠다.

◆ 아이들에게서 한국 럭비의 새로운 꿈을 본다

지금 한국 럭비는 위기다. 아니 위기라고 말하기에도 부끄러울 정도로 처참하다. 한국 럭비는 비인기 종목 중의 비인기 종목이다. 핸드볼 등 다른 비인기 종목과 차원이 다른 설움을 당하고 있다.

우선 럭비구장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서울 여의도 럭비구장은 지금의 잠원동 트랙구장으로 시설이 옮겨졌지만 근처 공사 때문에 땅이 꺼진 곳이 많아 경기가 치러지기 어렵고 서울의 유일한 럭비구장인 오류동 서울럭비구장 역시 개발 논리에 밀려 없어질 위기에 처해 있다.

또 드림키즈 럭비단 역시 한동안 모 은행의 지원을 받았지만 지금은 끊긴 상태다. 지난 몇년 동안 은행의 지원을 받아 유니폼도 나눠주기도 했지만 지금은 소정의 실비를 받고 있다.

일제시대인 1920년대 초반에 우리나라에 들어와 100년 가까운 역사를 갖고 있는 한국 럭비의 기반은 사실상 완전히 무너졌다. 연고전(고연전)에서도 종목으로 채택된 럭비지만 기본 지식과 규칙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팬도 극소수다.

그렇기에 대한럭비협회는 럭비의 저변 확대와 대중화를 위해 기초부터 다지고 있다. 그 첫 걸음이 바로 드림키즈 럭비단이다.

드림키즈란 이름은 아이들에게 럭비를 통해 새로운 꿈을 주기 위해 지어졌다. 그러나 한국 럭비는 이 아이들에게서 한국 럭비의 새로운 꿈과 희망을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국 럭비의 꿈을 키워줄 수 있는 이 아이들이 바로 '드림 키즈'다.

▲ 드림키즈 럭비단의 어린이들이 서로 공을 주고 받는 훈련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어린이들은 사교성과 협동심을 배운다.

[취재후기] 럭비가 위험하다는 것 이상으로 아이들에게 소중한 교훈과 삶의 지혜를 주는 스포츠다. 단체 생활을 통한 협동심과 단결력을 배울 수 있다. 이웃나라 일본을 비롯해 발상지 영국, 그리고 옛 영국 식민지였던 영국권 국가들이 럭비를 정규 학교체육 종목으로 채택하고 있는 것도 교육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럭비를 단순히 힘든 스포츠, 어려운 스포츠, 위험한 스포츠로 볼 것이 아니라 재발견과 재평가가 필요하다. 럭비는 분명 아이들의 정서 발달과 체력 향상에 더없이 좋은 스포츠다.

tankpark@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