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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향해 '희망 스톤' 굴리는 숭실대 여자 컬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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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향해 '희망 스톤' 굴리는 숭실대 여자 컬링팀
  • 권대순 기자
  • 승인 2014.02.16 22:00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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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포커스]언니들 뿌듯하지만 4년 후엔 우리가 주인공 되고 싶어요

[300자 Tip!] 16일 한국 여자 컬링대표팀이 덴마크에 패해 사실상 4강 진출의 희망이 사라졌다. 첫술에 배부를 수 있으랴. 올림픽 첫 출전인 소치올림픽보다는 평창올림픽에서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것이 사실이다. 여기 평창에서 대도약을 꿈꾸는 팀이 있다. 2013 이마트컬링배대회 우승을 차지하는 등 2012년 창단하자마자 좋은 성적을 내며 주목받는 숭실대 여자 컬링팀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찰떡 호흡을 맞춰온 이들은 같이 경기하던 언니들이 소치올림픽에 출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하기도, 부럽기도 하단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그들이 훈련에 매진하는 이유는 하나,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었다.  

[태릉=스포츠Q 권대순 기자 · 사진 이상민 최대성 기자] 얍! 얍얍얍!! 헐!! 워~ 워~.

최근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컬링 경기장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다. 소치올리픽 여자 컬링 종목이 열전에 들어간 지 하루 뒤인 지난 12일 태릉국제빙상장에서도 같은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소치 동계올림픽을 바라보며 4년 후 자신들의 모습을 꿈꾸는 숭실대학교 컬링팀을 만났다.

◆ 운동선수가 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죠

2012년 본격적으로 창단한 숭실대 여자 컬링팀은 주장 김수지(21·스킵)를 중심으로 김혜인(21·세컨드), 박정화(21·써드), 김예현(20·리드), 우수빈(19·후보)의 5명으로 구성돼 있다.

 

▲ 스킵이자 주장으로 팀을 이끌며 작전지시를 수행하는 김수지.

대부분 중학교 1학년 때 체육 선생님의 권유로 컬링을 시작한 그들이 처음부터 국가대표나 올림픽을 꿈꾼 것은 아니었다. 심지어 감독을 맡게 된 학교 체육선생님도 컬링을 잘 모르던 시기였다.

“교장 선생님이 팀을 창단하시겠다는 의지를 보이시고, 1학년 담당 체육 선생님을 감독으로 임명하신 거죠. 선생님도 처음엔 어떻게 하는지 잘 몰라서 인터넷으로 찾아봤다고 하시더라구요.”

유일하게 스스로 컬링계에 입문한 것은 김수지였다. 그렇다면 그에게는 컬링을 하고 싶은 뚜렷한 목표가 있었던 것일까?

“정화랑 저는 원래 친구였는데, 정화가 먼저 컬링을 시작하면서 저한테 재밌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직접 감독선생님께 찾아가 컬링을 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그 당시는 저희 학교(회룡중)에 컬링부가 창단되는 시기라, 하고 싶다는 선수가 있으면 다 뽑아줬어요. 그런데 저도 제가 이렇게 운동선수가 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어요.(웃음)”

각자 다른 중학교에서 출발한 이들은 그 후 송현고에 진학하며 한 팀으로 뭉쳤고, 2012년부터 숭실대에 차례로 입학하면서 현재의 호흡을 맞추게 됐다.

▲ '우리 셋이 있을 때 두려운 것이 없었다' 숭실대 여자 컬링팀의 동갑내기 친구 박정화(왼쪽부터), 김수지, 김혜인.

◆ 언니들, 부러우면서도 뿌듯해요

사실 올림픽 전까지 컬링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전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저 단순히 ‘빗자루질 하는 게임’ 정도로만 알고 있던 것이 사실. 그러나 한국 여자 컬링대표팀은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선전하며 국민들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대표팀을 바라보는 숭실대 컬링팀의 기분은 어떨까?

“신기해요. 같이 경기하던 언니들이 대회에 나가서 뛰고 있으니까.” 주장 김수지가 말을 이었다.

“한국의 올림픽 첫 출전이라는 의미도 있고, 이렇게 지상파 3사에서 방송해준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기도 하고, 영광스럽기도 하고 그래요. 그리고 ‘다음엔 우리도 꼭 나가고 싶다’ 이런 생각도 들고요.”

경기를 관전한 소감도 밝혔다.

“언니들이 첫 경기를 잘 풀어간 것 같아요. 일본이랑 해서 진다는 생각은 안하지만, 올림픽 첫 출전에 첫 경기이고,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는 경기라 부담감이 클 수도 있었잖아요. 그런데 서로 격려해가면서 경기를 잘 풀어나간 것 같아요.”

사실 숭실대 여자 컬링팀에도 올림픽을 나갈 기회는 있었다. 2013년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 준결승에 진출, 현 국가대표팀인 경기도청과 승부를 벌인 것. 그러나 아쉽게 패배하면서 최종 3순위를 기록했다.

“한국이 처음으로 올림픽을 나가는 기회이니까 아쉬웠죠. 하지만 저희가 어렸을 때 언니들을 보면서 경기하기도 했고, 올림픽 출전권 자체를 따온 게 언니들이기 때문에 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응원하고 있어요.”

▲ 숭실대학교 남·여 대표팀. 윗줄 왼쪽부터 김우람미루, 장진영, 김일호 코치, 김산, 정민석. 아랫줄 왼쪽부터 아래 우수빈, 박정화, 김예현, 김수지, 김혜인.

◆ 여전히 열악한 시설

한국에 컬링 훈련장은 현재 딱 2곳. 서울 태릉과 경북 의성에 있다. 수도권에 위치한 팀들에게 의성은 너무 멀기 때문에 태릉국제빙상장에서 서울·경기·강원의 중·고·일반부가 모두 훈련하는 게 현실이다.

“예전보다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아요. 특히 컬링은 빙질이 대단히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여건이 좋지 않거든요. 언니들이 대단한 점은 이렇게 안좋은 여건에서 훈련하면서도 우리보다 훨씬 나은 빙질과 훈련 여건에서 준비한 선수들과 비슷한 결과를 이끌어 낸다는 거죠.”

컬링은 빙질, 그리고 아이스의 온도, 표면 돌기 상태에 굉장히 예민한 운동이다. 그렇다면 태릉빙상장의 상태는 어느 정도일까?

“지난 여름 확장공사로 인해 훈련할 수 있는 면이 2면에서 3면으로 늘었어요. 그런데 빙판이 수평을 유지해야 하는데 한쪽으로 기울거나 하는 등의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예요. 그래서 진짜 경기하는 것처럼 훈련하기는 어렵죠.”

선수들은 훈련 여건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의성은 시설이 괜찮은데 너무 멀어요. 사실 우리나라에 컬링장 자체가 너무 부족해요. 가까운 일본만 봐도 컬링장이 훨씬 많은데...여름에는 한동안 훈련할 곳도 없어요. 1년에 한번씩 얼음 교체를 하거든요. 그때는 그냥 스케이트 타는 빙상장에서 훈련해요. 경기는 못하고 자세만 잡아보는 식이죠. 감을 잃으면 안되니까.”

◆ 교수님 저희 좀 예뻐해주세요!

2013년 신세계이마트컬링대회 우승, 회장배 준우승, 국가대표 선발전 3위. 이들은 출전한 대회에서 항상 좋은 성적을 거둬왔다. 특히 이마트대회 우승으로 훈련 지원금 5000만원까지 획득했다. 이전까지 축구로만 유명했던 숭실대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학교에서도 예뻐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했는데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저희는 학교의 정식 운동부가 아니에요. 그래서 저희가 성적 잘 나와도 사실 학교에서는 특별히 좋아하거나 그러진 않아요. 축구부나 골프부가 정식 운동부이고, 학교에서 유니폼 등 여러가지를 제공해 주고 장학금 혜택같은 것들도 제공해 주더라구요. 학교 지원을 받기 위해 저희 과(생활체육학과) 교수님들이 협의 중인 걸로만 알아요.”

이렇게 단번에 학교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데,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더 눈에 띄는 성적이 필요한 걸까?

“성적은 저희가 꾸준히 냈다고 생각해요. 대학팀으로서 실업팀과 경기해서 낸 성적들이니까요. 그것보다는  아직 컬링을 (체육)특기자 대상으로 인정을 안해주어서 그런 것 같아요. 인지도도 떨어지고.” 

▲ 남녀 혼성으로 훈련하고 있는 숭실대 컬링팀의 모습. 김일호 코치는 "훈련방식에 변화를 주기 위해 혼성팀으로도 연습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운동선수도 공부해야 한다는 풍조가 더욱 확대되고 있는 분위기에서 이제 운동 선수라고 수업에 빠지는 일은 드물다. 숭실대 컬링팀도 여느 학생들과 같이 수업과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운동은 일주일에 3일정도, 수업 마치는 6시 이후에 해요. 겨울방학은 컬링 시즌이기도 하기 때문에 거의 매일 하는 편이이죠.”

하지만 다른 학생들과 수업을 받는다고 동등한 대우를 받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운동 선수라서 불이익을 받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편견을 가진 교수님들이 일부 계세요. ‘너희는 어차피 학교성적 중요하지 않잖아?’라는 분들도 계시더라구요. 그래서 그런지 저희가 과제를 아무리 열심히 하고 공부를 해도 나오는 성적은 비슷해요. 그리고 경기가 있으면 정식으로 말씀드리고 수업을 빠질 수밖에 없는데, 그걸 안좋아하시는 교수님들이 많으세요. 저희가 대회일정을 정한 것도 아닌데 ‘왜 하필 이 때 경기하냐?’고 말하시기도 하고... 조금 더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어요.”

◆ 2018 평창, 그 주인공이 되고 싶다

사실 많은 동계스포츠인들은 이번 소치올림픽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한 발판이라고 말한다. 한국이 잘하지 못한다면 올림픽은 남의 집 잔치를 위해 안방을 내주는 꼴이 된다. 1988 서울올림픽, 2002 한일월드컵 모두 우리는 개최국답게 최고의 성적을 내왔다. 이번엔 동계올림픽 차례다. 그들의 꿈 역시 마찬가지였다.

“목표는 역시 평창 올림픽이죠. 아직은 우리가 언니들보다 실력에서 뒤처지는 것이 사실이에요. 특히 샷의 정확도가 많이 떨어져요. 샷이 정확해야 다음 플레이가 수월하거든요. 4년 동안 열심히 보완해서 평창올림픽에 꼭 나가서 메달도 따고 싶습니다.” 

김연아가 그랬고, 박태환도 그랬듯이, 비인기 종목 중 하나가 올림픽에서 선전하면 많은 사람들이 그 종목에 관심을 갖게 되고, 종목의 저변확대가 차츰 일어나면서 여건도 개선되기 마련이다.

2018년, 그들이 메달을 따낸다면 열악한 훈련여건이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그렇기에 그들은 오늘도 열심히 스톤을 굴리고, 스위핑(일명 빗자루질)을 멈추지 않는다.

▲ 우리도 있다! 숭실대 남자 컬링팀

숭실대는 남자 컬링팀이 2011년 본격적으로 활동하면서 이름을 먼저 알렸다.

김산(21·스킵), 장진영(22 세컨드), 김우람미루(22·써드), 정민석(20·리드)으로 구성된 이들은 여자팀과는 여건이 조금 달랐다. 바로 한국남자들만의 특수한 상황인 군입대 때문이었다.

김산, 장진영, 김우람미루는 함께 활동하던 선수 2명이 군대를 가게 되면서 새롭게 팀에 들어온 정민석과 훈련을 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멤버들의 공백을 메우는 것일뿐, 정민석은 새로 들어올 후배들과 팀을 꾸려야 한다. 컬링은 5명의 협력 플레이가 중요하기 때문에 대체로 어렸을 때부터 이어온 멤버들과 호흡을 맞춘다. 

▲ 숭실대 남자 컬링팀의 장진영((왼쪽부터), 김산, 김우람미루.

김산, 장진영, 김우람미루는 이번 시즌이 끝나고 병역의무를 다할 예정이며 2016년 다시 예전 멤버로 호흡을 맞출 계획이다.

이들은 “여자 팀도 최근 상승세를 몰아서 올림픽까지 나가게 됐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개최국 자동 출전권이 주어지기 때문에 2017년 대표선발전에서 꼭 우승해 올림픽에 도전하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내보였다.

[취재 후기] 5명의 여자 선수들과 4명의 남자 선수들은 마치 친남매들처럼 친해보였다. 그들을 이끄는 김일호 코치 역시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팀을 진두지휘하고 있었다. 숭실대 선배이기도 한 그는 컬링의 정신인 '비열하게 이기느니 정당하게 지겠다'라는 신사도 정신을 강조한다고 했다. 2018년, 그들이 정정당당하게 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iversoon@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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