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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희망은 키우고, 불안은 떨치고' 올림픽축구대표팀 도하의 성과와 리우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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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분석] '희망은 키우고, 불안은 떨치고' 올림픽축구대표팀 도하의 성과와 리우의 과제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1.31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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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찬-진성욱-문창진 등 뛰어난 유망주 발견…올림픽 본선서는 위기극복 컨트롤타워 절실

[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희망과 불안을 모두 봤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이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본선 티켓을 따내긴 했지만 결승에서 숙적 일본을 상대로 기록적인 대역전패를 당하면서 보완할 점이 적지 않음을 드러냈다.

한국 올림픽대표팀이 31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 2016 AFC U-23 챔피언십에서 2-3로 역전패했다.

라이벌 일본에 지긴 했지만 올림픽대표팀은 '골짜기 세대'와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에도 세계 최초 8회 연속, 통산 10회 올림픽 본선진출의 쾌거를 이루면서 한국 축구가 한 단계 도약했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도 중동인 카타르에서 열리는 불리한 조건에서도 예멘과 조별리그 2차전부터 이라크, 요르단, 카타르까지 4경기 연속 중동팀을 꺾고 쾌거를 이뤄냈다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 수비 불안 노출, 공수 균형을 맞춰줄 리더가 필요하다

올림픽 본선은 아시아권이 아닌 전세계 대륙별 예선을 거치고 올라온 16강의 대결이다. 현재 확정된 15개국에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덴마크, 독일, 포르투갈, 스웨덴, 멕시코, 나이지리아, 알제리 등 만만치 않은 강호들이 즐비해 이번 최종예선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선수들 저마다 평생 한 번뿐인 올림픽 출전의 기회를 제대로 살릴 수 없다.

이번 올림픽대표팀 '신태용호'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수비력이다. 6경기를 치르면서 실점하지 않은 경기는 약체 예멘과 조별리그 2차전과 요르단과 8강전 등 두 차례에 불과했다. 그나마 요르단과 8강전은 주심의 잘못된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가까스로 실점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 주심이 제대로 판정을 했더라면 올림픽대표팀의 도전은 8강에서 끝나 올림픽 본선티켓도 따내지 못할 수도 있었다.

올림픽대표팀의 중앙 수비라인은 연제민(수원 삼성)과 송주훈(미토 홀리호크)이 주로 맡았다. 그러나 두 선수의 경기력은 아직까지 안정감이 부족했고 수비형 미드필더 박용우(FC 서울)와 호흡도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일본전은 문제점이 극단적으로 드러난 한 예였다.

이를 위해서는 공수의 균형을 맞춰줄 리더가 필요하다. 신태용 감독 역시 수비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선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태용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수비에서 선수들을 리드할 수 있는 자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실력과 풍부한 경험을 겸비한 수비수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결국 와일드카드를 통해 수혈할 수밖에 없다.

현재 올림픽대표팀이나 같은 연령대 선수 가운데 주전으로 뛰는 자원은 그리 많지 않다. 그나마 연제민과 송주훈이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뛰는 흔치 않은 선수들이다. 이들이 무게감에서 떨어진다면 결국 23세가 넘는 와일드카드에서 찾아야만 한다.

중앙 수비 자원으로는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를 들 수 있다. 홍정호는 런던 올림픽 세대와 같은 나이지만 부상 때문에 함께 하지 못한 아픔이 있다. 홍정호는 올 시즌 기량을 만개하며 소속팀 아우크스부르크에서 탄탄한 중앙 수비라인을 구축하는 자원이기 때문에 올림픽 무대에서도 충분히 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 홍정호 외에도 윤영선(성남FC),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등도 후보로 거론된다.

홍정호가 중앙 수비에서 확실한 컨트롤 타워가 될 수 있다면 올림픽 대표팀의 수비력과 공수 균형도 한층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 요르단전이나 일본전처럼 전후반 내용이 판이하게 다른 문제도 함께 해결할 수 있다.

◆ 유스팀에서 길러낸 자원, 한국 축구의 중심으로 성장하다

수비에서는 100%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공격력이나 중원 장악력에서는 충분히 합격점을 받을만 했다. 무엇보다도 박용우의 발견은 큰 수확이다.

박용우는 수비형 미드필더와 중앙 수비수를 동시에 소화할 수 있는 선수로 신태용 감독이 스리백과 포백을 혼용할 수 있는데 큰 도움이 됐다. 박용우가 기성용(스완지 시티)처럼 리딩 능력까지 길러낼 수 있다면 더욱 큰 힘이 될 전망이다.

또 황희찬(잘츠부르크)과 권창훈(수원), 문창진(포항), 류승우(바이어 레버쿠젠) 등은 공격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여줬다. 지난해 한국 축구가 낳은 최고의 자원인 권창훈은 이번 대회 5골로 득점력을 과시했고 문창진 역시 4골을 기록하면서 공격 2선에서 확실한 지원을 했다. 류승우도 2골을 넣으면서 권창훈, 문창진과 함께 11골을 합작했다.

황희찬은 비록 골을 넣지 못한채 결승전을 치르지 못하고 소속팀 잘츠부르크로 돌아갔지만 어시스트 능력으로 이타적인 플레이를 보여줌으로써 20세 나이답지 않은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스피드와 돌파능력까지 인정받아 타깃형 스트라이커가 아닌 돌파형 공격수로서도 능력을 발휘했다.

이들은 모두 K리그 유스팀에서 성장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황희찬과 문창진은 K리그 클래식 최고의 유스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는 포항에서 성장했고 권창훈 역시 수원의 유스팀인 매탄고에서 성장했다. 연제민 역시 유스팀에서 수원으로 발탁된 경우다.

유스팀에서 성장한 선수가 어느새 성인이 돼 한국 축구의 미래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된 것은 K리그의 유스 시스템이 그만큼 자리잡았다는 의미다. 또 기존 유소년 상비군 제도를 업그레이드한 '골든에이지 프로그램'을 통해 잠재력 있는 선수들을 지금 이순간에도 발휘하고 있어 한국 축구의 화수분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유스 시스템에서 리더까지 육성할 수는 없다. 리더는 리더십도 중요하지만 풍부한 경기 경험도 중요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23세 이하 어린 선수들의 출전을 의무화하는 제도를 만들긴 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때마침 올해부터 연맹이 2군리그(R리그)를 4년 만에 부활시켜 경기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든 것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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