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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상윤 '엄친아에서 이 시대 최고 다정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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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상윤 '엄친아에서 이 시대 최고 다정남으로'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7.18 1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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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이상민기자] “지난해 드라마 ‘내딸 서영이’를 끝낼 즈음 극중 심한 갈등을 연기하며 감정 소모가 됐을 때라 잔잔한 시나리오에 끌렸어요. 각 잡힌 강우재와 반대 역할을 하며 연기의 밀도를 높여보고 싶었고요. ‘일이 아닌 논다는 생각으로 해보자’는 감독님의 권유에 참여했는데 촬영하며 복잡한 마음이 힐링되는 느낌이었어요. 강하고 자극적인 영화에 질린 관객에겐 휴가 같은 영화가 되리라 확신해요.”

 

◆ 서울대 물리학과 출신 '엄친아' 찌질한 음악감독 정우 변신

미소가 아름다운 ‘엄친아’ 탤런트 이상윤(33)이 스크린에 발을 내디뎠다. 첫 주연작인 달달한 로맨스영화 ‘산타바바라’(17일 개몽)에서 찌질한 낭만쟁이 음악감독 정우 역을 맡아 사랑을 꿈꾸는 도시 산타바바라에서 수경(윤진서)와 와인 같은 사랑을 주조한다.

“예전엔 고심하고 연기했는데 이번엔 뭔가를 표현하기보다 영화에 묻어갔어요. 시간에 쫓기는 법 없이 배우들끼리 모여 잡담 나누다가 세팅되면 촬영하고, 끝나면 다시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아름다운 기운을 받아서 촬영했던 시간이 너무 소중하죠. 힘을 많이 얻었어요.”

극중 영화 음악감독 정우는 광고음악을 만들어보자는 제의를 받고 광고회사 AE인 완벽주의자 수경과 만난다. 달라도 너무 달라 사사건건 충돌하던 두 사람은 어느 날 와인과 영화 그리고 와이너리로 유명한 산타바바라를 동경하는 공통점을 발견하고 호감을 느끼게 된다. 풋풋한 연애가 시작된 순간 돌발 사건으로 등을 돌리게 된 두 남녀는 시간이 흐른 후 광고 프로젝트를 위해 산타바바라로 동행한다.

▲ '산타바바라'에서 수경(윤진서)과 마주한 정우(이상윤)

“정우는 특별한 색깔의 남자라기보다 일상적인 인물이에요. 캐릭터의 색깔을 드러내려 고민하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이야기 흐름에 방해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대사톤을 편하게 처리했어요. 그래서 이상윤의 성격이 가장 많이 드러난 캐릭터이지 싶어요.”

◆ 자극적 영화들 속에 일상탈출 휴가 같은 로맨스영화 '산타바바라' 

중학교 1학년 때 미국 뉴욕을 여행했던 경험이 있는 그에게 캘리포니아주 산타바바라는 강렬한 체험이었다. 지난해 4월 열흘의 촬영 일정으로 LA에 도착, 해안도로를 타고 산타바바라로 이동하던 순간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눈부신 태양빛을 온몸에 받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산타바바라‘ 이후 좋은 기운을 가지고 드라마 ‘불의 여신 정이’ ‘엔젤 아이즈’를 소화했다.

극중 정우는 자신의 분야에서는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지만, 일상에서는 어리바리하고 사랑에도 능수능란하지 못하다. 쭈뼛거리면서도 필요한 순간엔 자기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한마디로 사랑에 대처하는 정우는 그리 프로페셔널하지 못하다.

 

“보통의 드라마, 영화 속 남자주인공들처럼 능숙하질 않은 게 좋았어요. 그동안 강한 멜로를 주로 해왔는데, 정우가 보여주는 어설픔 속에 진심이 오가면서 서로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게 되는 모습이 신선했어요. 드라마는 전기에 감전된 듯 상대에게 매료되면서 극의 동기로 자리매김하잖아요. 운명적 사랑도 있겠으나 일상에선 정우의 사랑법이 좀 더 자연스럽지 않나요?”

◆ 과학도에서 연기자로 '터닝'…다양한 캐릭터 변주하며 성장 

2004년 우연히 CF 제의를 받은 뒤 학원에서 연기수업을 받으면서 배우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2년 동안 전혀 일이 없는 공백기를 거치다가 2007년 일일극 ‘미우나 고우나’를 통해 주목받기 시작했다. 같은 해 영화 ‘색즉시공2’의 조연으로 얼굴을 내밀었으니 ‘산타바바라’는 고작 두 번째 영화다. 하지만 그 사이 이상윤은 드라마에서 확고하게 자신만의 영토를 구축했다.

서울대 물리학과 출신의 스펙 좋고 외모 되는 ‘엄친아’ 꼬리표를 달고 출발했지만 호방한 한량 귀둥,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변호사 김우진, 거친 강력계 형사 강신우, 자유로운 영혼의 스킨스쿠버 강사 양호섭, 순도 높은 사랑에 빠지는 광해군 등 주조연 캐릭터를 성실하게 변주했다. 그러자 어느 순간부터 ‘이 시대 최고의 다정남’ ‘국민남편’ ‘미소천사’라는 기분 좋은 닉네임이 새롭게 붙여졌다.

 

“‘엄친아’ 타이틀은 지금까지 큰 도움이 됐죠. 뛰어난 배우들이 많은데 아무 것도 아닌 저를 궁금해 여기며 캐스팅해준 거니까요. 하지만 평생 연기할 배우로써 여기에 갇혀선 안되겠단 생각은 늘 해왔죠. 보여주고 싶은 게 많은데 출발부터 어떤 식으로든 화제를 모았던 건 기회를 더 많이 얻는 차원에서 도움이 됐으니 만족해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다양한 (연기)시도를 해왔지만 많이 어필하지 못했다는 거죠. 제가 임팩트를 주지 못한 면, 대중은 잘 된 작품이나 주인공만 기억해서 엄친아 역할을 줄곧 해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웃음) 저에 대한 선입견, 작가와 PD의 불안 요소를 거둬낼 수 있는 건 실력으로 믿음을 주는 거밖에 없겠죠.”

아쉬움이 살짝 묻어나는가 싶더니 “그래도 이야기의 중심에 설 기회가 많아졌으니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계획”이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특히 지난 4년 동안 쉼표 없이 드라마 질주를 벌여오다가 어렵사리 출연한 영화에서 스크린의 매력을 한껏 느끼게 됐기에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눈치다.

◆ 분석 아닌 대본 넘어 감정 찾아가는 작업에 '올인'

“각각의 매력이 있어서 병행하고 싶어요. 영화는 새드 엔딩과 비열한 악역 주인공이 가능한데 드라마는 상대적으로 착한 장르잖아요. 제 이미지에는 적합할 순 있지만 또 다른 면은 영화에서 제대로 표출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지인들은 제가 엉뚱한 개그코드를 가지고 있어서 시트콤이나 코미디영화에 어우릴 거란 말을 하거든요. 친분 두터운 PD께선 ‘대중은 널 착하게 알고 있지만 성깔이 못됐다’고도 말하셨듯 악한 면을 증폭시켜 보고도 싶고요.”

 

논리를 바탕으로 문제를 풀어온 과학도가 감성의 영역인 연기에서 어려움을 느끼진 않았을까. 연기 역시 캐릭터에 대한 분석이 요구되지만 상상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한데 이를 어떻게 풀어가고 있을까. 궁금증이 꼬리를 물었다.

“어렸을 때부터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사고해온 게 몸에 배었죠. 감정에 호소하는 연기를 하면서 바뀌어가고 있으나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어느 날, 대본과 다르게 감정이 넘쳐서 연기를 했더니 정진영 선배님께서 ‘감정으로 갔을 때 틀린 적이 한 번도 없었다’란 말씀을 해주시더라고요. 대본을 이성적으로 분석해서 접근하다가 ‘내딸 서영이’ 이후로 마음으로 대본을 읽게 된 것 같아요. 멜로가 강했던 ‘엔젤 아이즈’를 하며 대본 너머에 숨어있는 것들을 찾아가는 모습이 더욱 커졌고요. 인물의 감정으로 들어가기 위한 발버둥을 치고 있는 거죠. 하하.”

 

[취재후기] 전매특허인 보조개 미소를 날리며 과학문제 풀 듯 꼼꼼하게 질문을 분석하고 신중하게 대답한다. 하루하루를 흘려 보내도 내일이 있으니까,란 낙관으로 살았다면 지금은 40대를 준비하며 하루를 허투루 보내려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40대 남자배우 이상윤의 얼굴에 삶의 무게가 잘 나타나리란 생각에서다. 요즘 그의 최대 숙제는 인간으로서, 남자로서의 매력을 어떻게 얼굴에 잘 녹여낼 것인가다. 스펙 좋고, 외모 좋은 ‘엄친아’가 ‘이 시대 최고의 다정남’을 넘어 ‘현명한 배우’로 빌드 업하는 지점에 서 있다. 그게 확연히 느껴진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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