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23:04 (토)
'배우학교' 예능의 끝은 결국 다큐멘터리…프로그램 정체성 보여준 박신양의 진지한 연기열정 (뷰포인트)
상태바
'배우학교' 예능의 끝은 결국 다큐멘터리…프로그램 정체성 보여준 박신양의 진지한 연기열정 (뷰포인트)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02.05 06: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원호성 기자] 'SNL'에서 명배우 게리 올드만이 미국 아이돌 출신 스타들의 연기력을 비판하던 콩트를 패러디한 '배우학교'의 첫 티저 예고편을 봤을 때만 해도 이 프로그램이 이상민이 출연한 tvN '음악의 신'과 같이 이번에는 연기를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 등장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배우학교'가 시작되고 박신양이 등장하자마자 와장창 깨져버렸다.

4일 첫 방송된 tvN '연기의 신'은 박신양이 이원종, 장수원, 이진호, 심희섭, 박두진, 유병재, 남태현 등 일곱 명의 연기 미생(未生)들에게 연기를 가르쳐준다는 콘셉트를 내세운 프로그램.

첫 티저 예고편 뿐 아니라 '사랑과 전쟁' 아이돌 특집에서의 어색한 연기로 '로봇연기'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前 젝스키스 멤버 장수원에 '심야식당' 1회에서의 폭풍 눈물연기로 '발연기'의 후계자로 떠오른 위너의 남태현, 'SNL 코리아'의 방송작가로 시작해 이제는 개그맨처럼 되어버린 유병재 등이 학생으로 참여한다고 했을 때도 당연히 '배우학교'는 연기를 배운다는 명목 하에 펼쳐질 코믹한 상황을 그려내는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 tvN '배우학교' [사진 tvN '배우학교' 방송화면 캡처]

하지만 박신양은 이런 모든 예상을 가볍게 뒤엎어버렸다. 박신양이 어떤 배우인가? 연기를 배우기 위해 러시아 유학을 다녀오고, 촬영장에서 자신의 사비로 직접 리허설 배우를 고용해 완성도 있는 연기를 추구할 정도로 연기에 대한 자존심 하나는 하늘을 찌르는 배우가 아닌가. 그런 배우가 데뷔 이후 첫 예능 프로그램 출연에서 자신의 직업이자 자존심인 '연기'를 가지고 예능을 할 것이라는 것은 너무나 안이한 상상이었다.

'배우학교'의 첫 방송에서는 박신양과 학생들이 한동안 연기수업을 받으며 살아갈 학교 공간에 대한 안내와 함께 신입생들의 첫 인사와 박신양이 내준 '나는 왜 연기를 하는가', '연기란 무엇이고 연기자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라는 세 가지 질문에 대해 답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리고 단순한 자기소개 정도일 줄 알았던 박신양의 첫 질문은 예상 외로 날카로운 반응으로 돌아와 학생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남태현은 "제 본업은 가수지만 연기는 여유롭고 느긋하게 배워서 나중에 좋은 작품이 들어온다면" 이라고 말하자마자 "여기 왜 왔어요?"라는 박신양의 질문을 받았고, 유병재는 "연기를 해야 조금 더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다"고 말하다가 박신양의 지적을 받자 "솔직히 연기자가 무엇인지 생각을 많이 안 해봐서 방금 생각나는 대로 있어보이게 대답했다"고 안이한 자세를 보이다가 박신양의 압박질문에 쩔쩔 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심지어 박신양의 날카로운 질문은 박신양보다 나이로도 형이자 연기경력으로도 선배라 할 수 있는 이원종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30여 편의 연극과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던 베테랑 배우 이원종은 "요즘 재미가 없어요. 배우로서 인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한데, 돈 벌려고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솔직히 똥배우가 됐어"라며 '배우학교'를 통해 잃었던 연기에 대한 초심을 찾고 싶다고 고백했지만 박신양은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지금 고민하시는 문제는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영역이 아닌 것 같다"고 냉정한 대답을 해 이원종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다.

예능이 아니라 배우 오디션을 보는 면접관처럼 날카롭게 학생들의 장황한 말을 듣고 반격을 해간 박신양의 모습은 일반적인 예능 프로그램에서 기대하는 그런 모습과는 너무나 달랐다. 유병재는 '배우학교'가 그동안 자신이 해왔던 예능 프로그램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해 "박신양 선생님이 아니라 최민식의 배우학교라고 해도 출연했을 것"이라며 "선생님이 합격하셔서 선생님에게 배우고 싶다"는 식으로 농담을 하다가 박신양에게 호되게 꾸중을 듣고 가슴통증이 올 정도였으니 말이다.

▲ tvN '배우학교' [사진 tvN '배우학교' 방송화면 캡처]

박신양은 '배우학교' 첫 회에서 단지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에 대해 냉철한 비판과 조언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그가 가진 연기에 대한 진지한 집념과 열정을 보여줬다. 그리고 동시에 '배우학교'가 앞으로도 연기를 배우면서 의도치 않은 웃음을 선사할지는 모르지만, 결코 박신양 본인이 나서서 '음악의 신'의 이상민이나 '방송의 적'의 이적처럼 자신의 직업을 이용해 스스로 망가지고 희화화 시키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짐작하게 만들었다.

예능 프로그램의 진화를 이야기할 때 흔히 많은 방송관계자들이 예능 프로그램의 진정한 마지막은 리얼을 넘어선 다큐멘터리라고 말한다. 한 때 스튜디오 예능이 대세를 이루다가 '무한도전'이나 '1박 2일' 같은 야외 리얼 버라이어티로 예능의 대세가 넘어갔고, 더 나아가서는 '정글의 법칙', '꽃보다 청춘', '삼시세끼' 등 리얼 버라이어티를 넘어선 더욱 리얼한 예능 프로그램들이 등장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배우학교'는 그런 '리얼'을 넘어서 이제 진지하게 연기를 가르치고 배우는 모습으로 아예 '다큐멘터리'의 영역에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 다큐멘터리를 표방한 예능 프로그램 '배우학교', 과연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지 사뭇 기대가 된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