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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소설 품은 영화'들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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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소설 품은 영화'들 쏟아진다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7.22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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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 김려령 정유정 천명관 김훈 작가 베스트셀러 속속 영화화

[스포츠Q 용원중기자] 국내 인기 소설이 연이어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다.

지난 3월 개봉된 김려령 작가의 ‘우아한 거짓말’에 이어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9월 개봉), 김훈의 ‘화장’(10월 개봉), 막바지 촬영에 한창인 정유정의 ‘내 심장을 쏴라’ 그리고 캐스팅 단계인 정유정의 ‘7년의 밤’과 최근 판권계약을 마친 ‘28’ 등이 ‘소설의 영화화’ 대열에 합류한 작품들이다. 김언수의 ‘설계자들’과 박민규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역시 몇 년째 각색 작업 중이다. 이외 천명관 작가의 ‘고령화가족’, 김려령 작가의 ‘완득이’가 최근 몇 년 새 관객과 만나 인상적인 반응을 일궜다.

 

문학과 영화의 교류는 동서양, 시대를 막론하고 이어져온 경향이다. 대중적으로 검증받은 문학성 높은 텍스트를 영화화함으로써 흥행과 완성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활자매체와 영상매체의 다른 속성상 재창조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원작의 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한다.

공지영 작가의 소설을 영화화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2006년), ‘도가니’(2011)는 각각 사형수, 장애아동 성폭행 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만들어 내며 관객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이와 반대로 조선 최초의 여성 바리스타 이야기를 다룬 김탁환의 역사 픽션소설 ‘노서야 가비’를 원작으로 한 영화 ‘가비’(2012)는 흥미로운 소재와 발칙한 상상력, 열성 독자층에도 불구하고 “절충적 영화 만들기의 폐해”라는 평단의 싸늘한 평가와 흥행 실패를 맛봤다.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영화인 ‘화장’은 생명과 소멸 사이에 놓인 한 중년 남자의 번민과 욕망의 굴레의 다룬 소설이 원작이다. 홍보를 맡은 김태주 올댓시네마 실장은 “원작은 감정을 최대한 배제한 건조한 문체의 소설이라는 게 최대 강점인데 이를 영화적 감성으로 어떻게 녹여낼 지가 관건”이라며 “워낙 유명한 작가의 화제작이라 압축과 재창조, 소설의 묵직한 주제를 영상으로 어떻게 옮기느냐를 두고 각색 및 연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 '고령화가족', 안성기 주연의 '화장', '내 심장을 쏴라'의 이민기 여진구 정유정작가, 강동원 송혜교 주연의 '두근두근 내 인생'(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대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김애란 작가의 첫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은 선천성 조로증에 걸린 17세 소년 아름이와 자신들보다 빨리 늙어가는 아들을 지켜보는 34세 젊은 부부의 이야기다. 이재용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에서 톱스타 강동원 송혜교가 부부로 캐스팅돼 독자들 사이에선 ‘절절한 부성애, 모성애의 주인공에 어울리느냐’ 논란이 일기도 했다. 독자들이 상상했던 이미지와의 괴리, 기대치의 충돌인 셈이다. 독자들은 소설을 영화화했을 때 강력한 지지자이자 안티가 되곤 한다.

◆ 순수문학 작가에서 장르물에 강한 영상세대 작가 소설로 ‘바통 터치’

과거 순수문학 소설이 주로 영화화됐다면 요즘엔 2000년대에 등단한 젊은 작가들이 영화 제작자와 감독들의 ‘타깃’이 되고 있다.

나약한 현대인의 섬세한 내면을 감성적 이미지에 의존해 표출해온 ‘90년대식 소설’과 달리 정유정, 김애란, 김려령, 천명관, 김언수, 박민규 작가 등의 작품은 매력적인 현실의 이야기와 속도감 넘치게 전개되는 서사를 특징으로 한다. 영상 세대답게 이들의 소설은 한 편의 시나리오를 읽는 듯 절로 영상이 그려진다. 뛰어난 이야기꾼이거나 추리, 스릴러 등 장르적 소설에 발군의 솜씨를 보이는 점은 영화계의 열렬한 프러포즈를 끌어내는 요인이다.

 

정유정의 ‘7년의 밤’ 영화화에 참여하고 있는 안은미 프로듀서는 “요즘 세대가 관심을 가질만한 독특한 세계관과 개성적 문체를 지닌 국내 작가들의 작품이 많아졌다. 영화기획자 입장에서 자극 겸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작품 선택 시 2시간 안에 담을 수 있는 이야기냐, 재현을 넘어서 새로운 상상이 가능하냐를 가장 먼저 따진다”고 전했다.

소설의 탄탄한 텍스트는 영화를 만드는데 있어 영감의 원천 역할을 해왔다. 대신 소설의 영화화는 1차원을 3차원으로, 읽을거리를 볼거리로 단순히 전환시키는 게 아님이 분명하다. 독자의 기대라는 허들을 뛰어넘어 원작의 묘미를 살리면서 새로운 작품을 들고 피니시 라인을 통과해야 한다. 소설과 영화의 동거가 감당해야 할 책임이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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