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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이젠 '진짜 올림픽'으로, 프리스타일 스키어 천호영의 행복지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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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이젠 '진짜 올림픽'으로, 프리스타일 스키어 천호영의 행복지수는?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2.20 1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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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선수들과 경기 치르면서 올림픽 열정 더욱 강해져…성적 안좋았지만 흥겨운 분위기에 행복"

[평창=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테스트 이벤트로만 만족할 수는 없잖아요. '진짜 올림픽'에서도 뛰어봐야죠."

약관의 천호영(한국체대)에게 2018 평창 올림픽 테스트 이벤트로 열린 2016 국제스키연맹(FIS) 프리스타일 스키-스노보드 월드컵은 '각성제'가 됐다.

천호영은 20일 강원도 평창 휘닉스파크에서 벌어진 대회 남자 스키 슬로프스타일 결선을 뛰지 못했다. 지난 18일 열린 예선에서 50.40점에 그치며 출전 선수 47명(2명은 기권) 가운데 36위에 그치면서 상위 10명이 겨루는 결선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천호영이 있었던 곳은 슬로프가 아닌 경기장 펜스 밖이었다. 3차에 걸쳐 결선을 치르는 선수 톱10의 일거수일투족과 기술을 꼼꼼하게 살폈다. 그럼에도 천호영의 얼굴에는 미소가 넘쳤다.

▲ [평창=스포츠Q(큐) 최대성 기자] 천호영이 20일 강원도 평창 휘닉스파크에서 열린 2016 FIS 프리스타일 스키-스노보드 월드컵 스키 슬로프스타일 결선에서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지켜보면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정말 재미있는 휘닉스파크 슬로프, '이런 경기장이 한국에 있다니'

천호영은 공중곡예를 통해 예술성을 겨루는 프리스타일 스키 대표팀 선수다. 이 가운데 천호영이 이번에 출전한 슬로프스타일은 슬로프를 내려오는 동안 여러가지 도약대와 장애물을 이용해 다양한 묘기를 연출하는 종목이다. 그런만큼 도약대와 장애물을 적절하게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천호영은 18일 예선 당시 1차 시기에서 점프를 하다가 넘어지는 바람에 28.20점을 얻는데 그쳤다. 2차 시기에서는 무난한 연기로 50.40점을 받긴 했지만 결선에 나가기는 무리였다.

이에 대해 천호영은 "두 바퀴 반을 도는 기술을 구사하다가 착지에서 실수가 있었다"며 "사실 오른쪽 고관절이 좋지 않아서 내가 할 수 있는 기술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테스트 이벤트에서 제대로 해보고 싶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뛰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천호영에게 큰 자극이 됐다. 중학교 2학년이던 2010년 처음 스키를 배우면서 입문하게 된 천호영은 2013년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면서 당시 유일한 슬로프스타일 국가대표가 됐다.

천호영은 "그동안 한국에는 슬로프스타일 경기를 치를 수 있었던 곳이 없었는데 최근에서야 휘닉스파크에 경기장이 생겼다. 경기장이 생긴 후 휘닉스파크에서 훈련을 해왔다"며 "내가 훈련하던 이 곳에서 세계의 최고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그러나 만족에서 그칠 수는 없다"고 각오를 다졌다.

특히 슬로프에 대한 만족감도 함께 나타냈다. 천호영은 "다양한 점프대가 있기 때문에 선수들이 다양한 코스를 골라서 기술을 조합할 수 있는 경기장"이라며 "옵션이 많아 그만큼 선수들이 화려한 기술을 펼칠 수 있는 경기장이다. 다소 어렵긴 하지만 올림픽을 펼치는 곳인만큼 이 정도 난이도는 되어야 한다. 재미있는 경기장이 한국에도 생겨 행복하다"고 말했다.

▲ [평창=스포츠Q(큐) 최대성 기자] 천호영이 20일 강원도 평창 휘닉스파크에서 열린 2016 FIS 프리스타일 스키-스노보드 월드컵 스키 슬로프스타일 결선을 지켜보면서 결의를 다지고 있다. 천호영은 출전 선수 47명 가운데 36위에 그치면서 10명이 겨루는 결선에 나가지 못했지만 평창 올림픽까지 경기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 '룸메이트' 이미현과 함께 뛰지 못한 아쉬움, 올림픽에서는 꼭 함께

천호영은 이제 더이상 외롭지 않다. 올 시즌 슬로프스타일 랭킹 60위에 있는 이미현(22·대한스키협회)이 여자 대표팀 선수로 가세했기 때문이다. 미국 입양아 출신으로 지난해 12월 국적을 회복한 이미현은 지난 6일 미국 파크시티에서 열렸던 월드컵 하프파이프 종목에서 결선까지 올라 16위에 오르는 등 한국 프리스타일 스키의 기대주로 꼽힌다.

하지만 이미현은 아쉽게도 홈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못햇다. 훈련 도중 발뒤꿈치 부상을 당하면서 3주 정도의 치료와 재활을 병행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천호영으로선 남자부의 다른 선수가 있긴 했지만 '대표팀 룸 메이트' 이미현의 결장은 못내 아쉽기만 했다.

천호영은 "룸메이트라고는 하지만 방이 여러 개 있는 룸에서 함께 생활할 뿐이다. 훈련도 함께 하면서 정말 친하게 지낸다"며 "하지만 이번 대회에 부상 때문에 출전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화려면서도 다양한 기술을 구사하는 등 남자선수인 나도 무척 부러운 선수다. 평창 올림픽에서는 함께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비인기종목에 대한 아쉬움도 함께 밝혔다. 천호영은 "테스트 이벤트에 많은 관중이 찾아와주셔서 깜짝 놀랐다. 하지만 평소 프리스타일은 팬들이 별로 없는 외로운 종목"이라며 "올림픽에 나가는 것도 하나의 목표지만 또 다른 목표가 있다면 프리스타일 슬로프스타일이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고 대중 스포츠가 될 수 있도록 힘쓰고 싶다"고 말했다.

때마침 이날 새벽 윤성빈(22·한국체대)이 오스트리아 이글스에서 벌어진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세계선수권 남자 스켈레톤에서 사상 최초로 은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달성했다.

이 소식을 잘 아는 천호영은 "썰매종목만큼은 되지 않더라도 열심히 하다보면 길이 열리지 않겠느냐"며 "지난 2년 동안 외국인 코치의 조언으로 기본기를 닦았다면 이제 남은 2년은 올림픽에서 활용할 수 있는 고급기술을 연마해야 한다.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고 파이널까지 나간다면 팬들도 좋아해주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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