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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영건 정책으로 바뀐 수원, 이젠 'K리그의 라마시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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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영건 정책으로 바뀐 수원, 이젠 'K리그의 라마시아'로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2.24 2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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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풀타임에 가까운 87분 활약…유스출신 6명, 올시즌 첫 공식전서 기대 이상 경기력

[수원=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K리그 클래식에서 전북 현대, FC 서울 등과 함께 언제나 우승후보로 거론되는 수원 삼성의 올 시즌 큰 변화는 역시 '영건'이다. 이제 더이상 외부 선수들을 거액에 사들이는 일은 없다. 오히려 팬들 사이에서 "축구 안할 것이냐, 투자는 안하느냐"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수원의 올해 첫 공식경기를 보면 분명 변화가 느껴진다. 이미 변화의 바람은 지난 시즌부터 시작됐지만 이젠 본격적으로 '영건 정책'으로 나간다. 그런만큼 어린 선수들의 활약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서정원 감독이 이끄는 수원이 2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감바 오사카와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G조 1차전 홈경기에서 골대만 두 차례 때리는 불운 속에 끝내 골을 넣지 못하고 비겼다. 감바 오사카로서는 나쁘지 않은 시나리오고 수원으로서는 아쉬움이 가득한 결과일 수밖에 없다.

▲ [수원=스포츠Q(큐) 최대성 기자] 수원 삼성 김건희(가운데)가 2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감바 오사카와 2016 AFC 챔피언스리그 G조 1차전 홈경기에서 상대 수비와 몸싸움을 벌이며 볼다툼을 하고 있다.

◆ 대형 스트라이커감 김건희, 데뷔골 없었지만 감바를 위협하다

하지만 수원의 진짜 속내는 조금 다르다. 지난 시즌부터 젊은 선수들을 적극 중용하는 수원을 올 시즌 유스 선수들의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달 무려 5년의 계약을 맺은 김건희(21)에 시선이 쏠린다.

김건희는 수원 유스인 매탄고 출신으로 고려대에 진학했다. 이미 1학년 때부터 고려대의 주전 공격수로 활약할 정도로 같은 나이 또래에서는 최고의 공격력을 보여줬다. 186cm의 장신임에도 타깃형 스트라이커가 아니라 발재간으로 상대의 골문을 위협할 줄 아는 원톱 공격수다.

김건희는 경기 내내 감바 오사카의 강력한 압박 수비에 묶여 좀처럼 득점 기회를 맞지 못했지만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서 빛날 뻔 했다. 후반 26분 상대 수비 2명을 제치고 페널티지역 왼쪽으로 파고 들어간 뒤 회심의 슛을 때렸고 공은 상대 골키퍼 히가시구치 마사키의 선방에 걸렸다. 히가시구치가 걷어내지 못했더라면 그대로 골망 상단을 흔들 수도 있는 결정적인 기회였다. '빅버드'에 모인 9947명의 관중들이 일제히 탄성을 뱉어내는 순간이기도 했다.

실제로 김건희에 대한 기대는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동안 수원은 최전방 스트라이커 자리를 외국인 선수에 의존해왔다. 지난해 중반까지는 일본 프로축구 J리그로 건너간 정대세가 맡았고 정대세 이후에는 스트라이커보다 공격형 미드필더에 더 어울리는 산토스가 맡기도 했다. 카이오(부리람 유나이티드)의 경기력이 나아지기를 기대했지만 끝내 실망만 안겼다.

그러나 "K리그에 잘 적응하면 데뷔 시즌에 두 자리 득점도 가능할 것"이라는 김대의 매탄고 감독의 말처럼 서정원 감독 역시 김건희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서정원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사실 동계훈련 도중 부상이 있어서 훈련량이 부족해 걱정했는데 풀타임에 가까운 87분을 소화해줬다. 앞으로 많이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데뷔전을 AFC 챔피언스리그라는 중요하고도 부담되는 경기를 치른 김건희의 점수는 100점까지는 아니더라도 합격선인 80점을 줘도 무방하다.

▲ [수원=스포츠Q(큐) 최대성 기자] 수원 삼성 권창훈이 2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감바 오사카와 2016 AFC 챔피언스리그 G조 1차전 홈경기에서 좀처럼 경기가 풀리지 않자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유스 출신 선수 기량 업그레이드, 수원의 중추가 된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를 양분하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의 차는 극명하다. 레알 마드리드는 카림 벤제마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가레스 베일 등 이적시장을 통해 데려온 스타들이 중심을 이룬다. 그래서 레알 마드리드를 '갈라티코'라고 부른다. 반면 바르셀로나는 유스 시스템에서 키운 선수들을 적극 기용한다. 루이스 수아레스와 네이마르처럼 외부 수혈선수도 있지만 리오넬 메시는 '라 마시아'가 키운 대표적인 선수다.

수원도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레알 수원'이었다. 삼성그룹의 지원으로 최고의 선수들을 사들이며 한때 수원을 제외한 나머지 팀들의 팬들로부터 '돈성'이라는 반갑지 않은 얘기를 들어야만 했다.

그러나 이제 수원을 그 누구도 '돈성'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오히려 올 시즌은 조원희 등을 제외하면 이렇다할 외부 영입 선수가 없다. 현재 37명의 선수단 가운데 무려 14명이 유스 출신이다.

수원은 감바 오사카와 AFC 챔피언스리그를 치르면서 18명의 엔트리 가운데 10명을 유스 출신 선수로 채웠고 이 가운데 6명이 출전의 기회를 잡았다. 왼쪽 풀백 민상기와 중앙 수비수 연제민을 비롯해 공격형 미드필더 권창훈, 원톱 김건희가 선발로 출전했고 김종우와 은성수는 교체로 출전 기회를 잡았다. 김건희와 김종우, 은성수는 모두 올 시즌 수원에 들어와 데뷔전을 치렀다. 김종우는 후반 45분 감바 오사카의 가슴을 덜컥 거리게 만든 크로스바 강타 슛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서정원 감독은 "감바 오사카와 경기에서 유스출신 선수 6명이 출전 기회를 잡은 것은 부상 여파도 있다. 이상호는 탈장 때문에 수술을 받았고 외국인 공격수 이고르도 어떻게든 출전시키려고 했는데 경기 전날 보니 힘들겠더라"며 "하지만 유스 출신 선수들이 올 시즌 수원의 큰 힘이 될 것이다. 동계훈련을 통해 발전된 경기력을 확인했기 때문에 올 시즌 좋은 활약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역시 관심을 모으는 선수는 권창훈이다. 지난해 새로운 '앙팡테리블'이 된 권창훈은 올 시즌 '라마시아 수원'의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감바 오사카 감독도 엄지를 치켜들며 향후 한국 축구를 이끌 선수로 인정했다. 수원의 올 시즌 영입이 기대 이하였지만 그만큼 '믿는 구석'이 있다. 올 시즌 수원의 성적은 '영건'들이 좌우하게 된다.

▲ [수원=스포츠Q(큐) 최대성 기자] 수원 삼성 김종우(오른쪽)가 2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감바 오사카와 2016 AFC 챔피언스리그 G조 1차전 홈경기에서 후반 45분 회심의 슛이 골대를 때리자 아쉬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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