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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야구읽기](1) 전지훈련, 시범경기, 정규시즌의 한·미·일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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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야구읽기](1) 전지훈련, 시범경기, 정규시즌의 한·미·일 용어
  • 류수근 기자
  • 승인 2016.02.2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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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수근의 스포츠 4.0]

韓 ‘스프링캠프’…美 ‘spring training' …日 ‘春季キャンプ(슌키캼푸)’
韓 ‘시범경기’ …美 ‘exhibition game’…日 ‘オープンゲーム(오픈 게이무)’
韓 ‘정규시즌’ …美 ‘regular season’ …日 ‘公式シーズン(공식시즌)’

[스포츠Q(큐) 류수근 기자] 눈이 녹아 비가 된다는 우수(雨水)도 훌쩍 지나고, 곧 개구리가 놀라서 깬다는 경칩(驚蟄)이다. 삼한사온(三寒四溫)의 리듬을 잊어버린 겨울이 지나고 생명이 움트는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봄내음이 들녘을 가로질러 오면 야구의 계절도 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열린 ‘프리미어 12’에서 김인식호가 숙적 일본을 꺾고 당당히 우승했다. 대표팀은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주최로 세계 야구랭킹 상위 12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벌어진 국가대항전에서 정상에 오르는 쾌거를 이룸으로써, 또 한 번 한국야구의 위상을 높이는데 성공했다.

한국프로야구는 올해 10구단 체제 2년째를 맞아 한단계 더 향상된 경기력을 예고하고 있다. '프리미어 12' 우승이라는 순풍을 등에 업고 출발하는 만큼 2016 KBO리그는 예년보다 더 큰 기대감과 희망을 품고 스타트할 수 있게 됐다.

▲ 지난해 3월 28일 광주 북구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벌어진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개막경기 LG-KIA전에서 개막이 선언되자 폭죽이 터지고 있다. [사진= 스포츠Q DB]

여기에 지난 시즌 후 박병호 김현수 임창용 이대호가 잇따라 메이저리그의 대문을 열어젖힘에 따라, 이미 빅리그에 자리잡고 있는 추신수, 류현진, 강정호와 더불어 '야구 한류'의 뿌리를 더욱 튼실하게 내릴 수 있을 참이다. 임창용과 이대호가 떠난 일본에서는 이대은이 진출 첫해에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꿋꿋이 마운드를 지키며 한국인의 자존심을 세울 전망이다.

그런 만큼 한국 야구팬들에게는 올 한해 국내외로부터 풍성한 볼거리와 화제거리를 제공받게 됐다. 실로 ‘글로벌 한류 야구시대’가 만개한 것이다.

인터넷과 방송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시각각 밀려오는 야구 정보를 좀 더 풍성하게 즐기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글로벌 시대에 맞게 야구용어나 야구상식을 알고 있다면 그만큼 즐길 수 있는 영역도 늘어날 것이다.

야구는 미국에서 출발했지만 한국과 일본의 프로야구 환경과 특수성에 따라 로컬룰이 존재하듯, 영어로 된 야구 용어는 때때로 한국과 일본에서 자국의 환경에 맞게 변화를 겪는다. ‘같은 듯 다른’ 한·미·일 3국의 기본적인 야구용어를 비교하며 경기를 음미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러면 인터넷과 방송으로 쏟아지는 각종 뉴스를 직접 해독하는데도 적지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한미일 프로야구 모두 큰 틀에서는 유사한 일정으로 시즌을 맞는다. 겨우내 자율훈련 기간을 보낸 뒤 몸을 만들고 팀워크를 다지는 전지훈련을 하고, 시범경기로 실전감각을 끌어올린 뒤 마침내 정규시즌에 돌입한다.

한국프로야구 10개 구단은 선수단의 단체 훈련이 금지되는 비활동기간(12월1일~1월14일)이 끝난 뒤 1월 15일부터 팀 일정에 따라 전지훈련에 나섰다. 대부분 미국과 일본에서 전지훈련의 전반기와 후반기를 소화하고 있다. 3월 3, 4일까지 전지훈련을 마친 뒤에는 3월 8일부터 27일까지 시범경기를 벌이고, 4월 1일에 마침내 정규시즌 개막전과 함께 장기 레이스에 들어간다. 올해는 팀 간 16차전, 10개팀 총 720경기가 정규시즌 동안 펼쳐진다.

▲ 2016시즌 메이저리거로서 첫해를 보내는 박병호와 김현수 [사진= 스포츠Q DB]

미국 메이저리그(MLB) 30구단은 2월 18일부터 27일 사이에 전지훈련을 가진 뒤, 2월 28일부터 4월2일 사이에 시범경기를 갖는다. 시범경기는 애리조나에서 열리는 캑터스 리그(Cactus League)와 플로리다에서 개최되는 그레이프푸르트 리그(Grapefruit League)로 나뉘어져 진행된다. 이어 4월 3~4일 ‘오프닝 데이(Opening Day)’를 시작으로 정규시즌(팀당 162경기)의 긴 여행을 떠난다.

일본프로야구(NPB)는 12구단이 2월1일부터 전지훈련에 들어갔고, 2월 20일부터 3월21일까지 시범경기를 갖는다. 정규시즌(팀당 143경기)은 한국과 일본보다 빠른 3월25일에 개막된다.

‘전지훈련-시범경기-정규시즌’이라는 유사한 행보를 하는 한미일 프로야구지만 이들 용어는 자국의 언어 스타일과 야구 상황만큼이나 변화무쌍하다.

‘전지훈련(轉地訓鍊)’은 신체의 적응력을 개발하고 향상하기 위해 환경 조건이 다른 곳으로 옮겨 가서 하는 훈련을 일컫는다. ‘봄맞이 캠프’라고나 할까? 한국프로야구에서는 2월에 하는 ‘전지훈련’을 일반적으로 ‘스프링캠프(spring camp)’라고 한다. 우리나라 프로구단들은 겨울의 끝자락인 2월에 비교적 따뜻한 미국 플로리다와 애리조나, 일본 오키나와 등지로 건너가 해외 전지훈련을 한 뒤 봄과 함께 귀국한다.

미국에서는 스프링캠프를 ‘스프링 트레이닝(spring training)’이라고 한다. 정규시즌에 대비한 ‘봄철 훈련’이라는 뜻이다. ‘용수철’ ‘생기, 활기’라는 뜻도 가진 ‘spring’의 어감이 생동감을 전해준다. 캠프를 하는 장소인 ‘캠프지(地)’ 즉 ‘훈련장소’는 영어로 ‘트레이닝 캠프(training camp)’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요즘에는 '스프링 트레이닝'이라는 용어를 쓰는 빈도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스프링캠프를 일본에서는 ‘슌키캼푸(春季キャンプ·춘계캠프)’라고 한다. ‘슌키(春季)’는 ‘봄철’이라는 뜻이다. 대부분 이를 줄여서 ‘캼푸(キャンプ·camp)’라고 한다. 용어를 단순화하기로 유명한 일본인들이 ‘장소’를 뜻하는 ‘캠프(camp)’만으로도 스프링 트레이닝을 표현하게 됐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자주 쓰는 ‘스프링캠프’라는 용어도 알고 보면 일본의 영향을 받았다고 봐야할 것 같다. ‘스프링 캠프’에는 ‘장소’를 뜻하는 ‘캠프’가 ‘트레이닝’ 자체를 표현하는 용어로 잘못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훈련’은 ‘야영’과 다르다. ‘스프링 캠프지’는 영어로 표현할 때 ‘스프링 트레이닝 로케이션(spring training location)'이 더 자연스러운 것 같다.

스프링캠프에서 몸만들기가 어느정도 끝나면 정규시즌 개막 전까지 연습경기인 ‘시범경기’가 시작된다. 올바른 영어 표현은 ‘전시용 경기’라는 뜻에서 ‘엑서비션 게임(exhibition game)’이라고 하거나, ‘정규시즌을 앞두고 벌어지는 경기’라는 뜻에서 ‘프리시즌 게임(pre-season game)’이라고 한다.

▲ 지난해 일본프로야구에서 맞대결을 펼쳤던 이대호와 이대은. 하지만 올해는 이대호가 메이저리그로 떠나면서 이대은만이 일본프로야구에서 한국선수의 자존심을 걸고 뛰게 됐다. 사진은 지난해 한국과 쿠바의 슈퍼시리즈 때 모습. [사진= 스포츠Q DB]

하지만 일본에서는 시범경기를 ‘연다’는 뜻의 ‘오픈(open)’을 써서 ‘오픈 게이무(オープンゲーム·오픈 게임)’ 또는 ‘오픈센(オープン戦)’이라고 한다. 언뜻 보면 영어라고 착각하기 쉽다. 이처럼 일본에는 영어를 자기 식대로 만들어 쓰는 조어(造語)가 많다. 이를 ‘화제용어(和製用語)’라고 한다.

예전에 미국 중학교에서 “오픈 게임(open game)에 해당하는 올바른 야구용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질문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이에 ‘엑서비션 게임(exhibition game)'이라는 정답을 답한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가장 많았던 대답은 ‘started game(시작된 경기)’이었고, 그 다음은 ‘opening game(개막경기)’과 ‘a game that everybody can play(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경기)’라는 답이 나왔다고 한다. 영어 단어 ‘open’은 ‘개시하다’ ‘개방하다’ 등의 뜻이기 때문에 학생들은 '오픈 게임'을 이런 식으로밖에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전에는 시범경기를 ‘오픈 게임’이라고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건 오픈 게임에 불과해” 식으로, 뭔가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기 전에도 이 말을 쓰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이 말을 쓰는 걸 삼가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시범경기가 끝나고 나면 ‘정규시즌’에 들어가게 된다. ‘정규(正規)’는 ‘정식으로 된 규정이나 규범’을 뜻한다. '정규시즌'은 영어로는 ‘레귤러 시즌(regular season)’이라고 한다. '규칙적으로, 정기적으로' 열리는 시즌이다. 장기간에 걸쳐 우승을 향해 달린다는 관점에서 ‘페넌트 레이스(pennant race)’라고 부르기도 한다.

‘정규시즌’은 일본어로는 '정규'라는 한자 대신에 '공식(公式)'이라는 단어를 써서 '고시키시즌(公式シーズン·공식시즌)'이라고 한다. 그만큼 '야구 왕국'이라고 불리는 일본에서는 야구의 공공성이 중요시된다고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정규시즌 경기는 '고시키센(公式戦)'이라고 한다. '정규시즌'이 '공식시즌'이니 '시범경기'는 '비공식시즌(非公式シーズン·히코시키시즌)'이라고도 한다.

일본프로야구는 센트럴리그(セントラル リーグ)와 퍼시픽리그(パシフィック リーグ) 양대 리그로 운영되기 때문에, 정규시즌 경기의 정식 명칭은 ‘센트럴리그 선수권시합’(セントラル リーグ 選手権試合, 센토라루 리구 센슈켄지아이)이다. <계속>

<편집자주> 필자는 스포츠서울에서 체육부 기자, 야구부 차장, 연예부장을, 스포츠서울닷컴에서 편집국장을 거치면서 스포츠와 대중문화를 두루두루 취재했다. 특히 두 차례에 걸쳐 4년간 근무한 일본특파원 시절에는 주니치의 선동열 이종범 이상훈, 요미우리의 조성민 정민태 정민철, 오릭스의 구대성, 지바롯데의 이승엽 등을 전담 마크하며 한국 선수들의 성공과 좌절은 물론, 일본 야구의 겉과 속을 찬찬히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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