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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기대주 김민선-김현영, 세계스프린트빙속 '우보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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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기대주 김민선-김현영, 세계스프린트빙속 '우보 질주'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6.02.28 2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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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선 "첫 세계선수권 출전 아쉬움"…김현영 "힘들게 마무리, 큰 산 하나 넘었다"

[태릉=스포츠Q(큐) 박상현 기자] 국제빙상경기연맹(ISU) 2016 세계스프린트스피드스케이팅선수권대회는 김민선(17·서문여고)과 김현영(22·한국체대) 모두에게 아쉬움 반, 시원함 반이었다. 성적이 제대로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아쉬웠지만, 큰 대회를 마친 것에 대한 홀가분함도 있었다.

김현영과 김민선은 28일 서울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끝난 대회에서 여자부 전체 스프린터 29명 가운데 각각 22위와 23위에 그쳤다. 김현영은 최종 합계에서 159.120점을 받았고 김민선은 161.525점을 기록했다.

세계스프린트선수권은 이틀에 걸쳐 500m와 1000m를 두 차례씩 탄 뒤 기록을 점수로 환산한 뒤 모두 더해 낮은 순서대로 순위를 결정한다. 그렇기에 29명 가운데 하위권으로 처진 이들의 아쉬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 [태릉=스포츠Q(큐) 이상민 기자] 김민선이 28일 서울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벌어진 2016 ISU 스프린트 스피드스케이팅 세계선수권 여자 500m 2차 레이스에서 힘찬 질주를 하고 있다.

◆ 컨디션-체력 최악 속에서 첫 세계선수권 치른 김민선

이번 스프린트선수권을 앞두고 김민선의 컨디션이나 체력은 모두 최악이었다. 부상은 없었지만 한 대회를 치르고 나면 또 다른 대회가 김민선을 기다렸다. 시즌을 보내면서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정말 너무 지쳐 있었어요. 릴리함메르 동계유스올림픽을 다녀온 뒤 곧바로 이번 대회에 참가해서 시차 적응이 되지 않았던 것도 있었고요. 기록이 전혀 안나오더라고요."

김민선은 지난주 릴레함메르 동계유스올림픽에서 여자 500m 우승을 차지하면서 여자 단거리의 새로운 기대주로 떠올랐다. 이규혁 강릉 스포츠토토 감독도 김민선에 대해 "성장 속도가 무척 빠르다. 이번 대회를 통해 좋은 경험을 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리틀 이상화'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김민선은 유스올림픽에서도 자신의 성적이 좋지 않았다고 말한다.

▲ [태릉=스포츠Q(큐) 이상민 기자] 김민선이 28일 서울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벌어진 2016 ISU 스프린트 스피드스케이팅 세계선수권 여자 500m 2차 레이스에서 코너를 돌고 있다.

"유스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냈지만 제 기록에 비해서는 한참을 미치지 못했어요. 이미 그때부터 체력이 크게 떨어져 있었어요. 이번 시즌은 세계주니어대회도 나가고 월드컵도 치르면서 유스올림픽에, 세계선수권에까지 나갔으니 정말 쉴 틈이 없었죠. 이번 시즌만큼 바빴던 때도 없었던 것 같아요."

언제나 김민선은 초반 100m를 강조한다. 초반 100m 기록이 그다지 좋지 못한 것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이번 대회에서는 100m 기록은 그런대로 나왔지만 체력이 떨어졌기 때문에 힘을 받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서 나온 100m 기록을 놓고 본다면 제가 이런 성적을 낼 수가 없는데. 더 좋은 성적이 나왔어야 해요. 100m 기록을 만족한다는 것이 아니라 400m에서 힘을 받지 못한 것이 아쉬워요. 그냥 망쳤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첫 세계선수권을 이렇게 치르다니 너무 안타까워요."

자신의 첫 세계선수권에서 이런 기억을 남긴 것은 분명 반갑지 않다. 마치 시험을 망친 여고생처럼 입이 삐죽 나왔지만 그만큼 욕심이 많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렇게 김민선의 첫 세계선수권은 끝났지만 힘든 과정 속에서도 대회를 무사히 치른 것은 분명 소중한 경험으로 남았을 것이다.

▲ [태릉=스포츠Q(큐) 이상민 기자] 김현영이 28일 서울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벌어진 2016 ISU 스프린트 스피드스케이팅 세계선수권 여자 500m 2차 레이스에서 스퍼트를 하고 있다.

◆ 2년만에 다시 맞은 김현영의 스프린트선수권, 첫날 500m 망친 것이 컸다

김현영은 이번이 두 번째 세계스프린트선수권이다. 2년 전 대회에서 김현영은 종합 12위에 오르면서 이상화가 없는 한국 여자대표팀 내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다. 그래서 김현영에게 이번 대회는 특별했다.

그러나 첫날 500m 레이스를 망친 것이 두고두고 부담으로 남았다. 김현영의 주종목이 1000m라고는 하지만 500m 1차 레이스에서 39초50으로 21위에 그친 여파가 이어졌다.

"이상하게 500m 1차 레이스 기록이 너무 좋지 않았어요. 뭔가에 홀린 기분이랄까요. 그때부터 마음의 부담이 됐죠. 주종목인 1000m에도 영향을 미쳤어요."

1분14초95로 1000m 세계여자주니어최고기록을 갖고 있는 김현영은 1000m 1차 레이스에서 1분20초05에 그쳤다. 자신의 최고 기록보다 무려 5초 이상 늦었다. 500m 1차 레이스 부진이 그대로 1000m로 이어진 것이다.

▲ [태릉=스포츠Q(큐) 이상민 기자] 김현영(오른쪽)이 28일 서울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벌어진 2016 ISU 스프린트 스피드스케이팅 세계선수권 여자 500m 2차 레이스에서 코너를 돌고 있다.

"아무래도 많이 지쳐있었던 것 같아요. 대회를 앞두고 너무 힘들더라고요. 일단 큰 대회를 끝마친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되네요."

김현영에게 혹시 날을 바꾼 것이 기록의 영향에 미친 것이 아니냐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간혹 날을 바꾼 뒤 적응을 하지 못해서 기록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계속 V사 제품을 쓰고 있는데요. 제가 신고 있는 날은 지난해 12월 전국 스프린트선수권 때부터 쓰던 거예요. 적응 문제 같은 것은 없었고요. 날을 바꾸자마자 탔다고 해서 이렇게 기록이 나쁘면 그건 핑계죠. 날을 제대로 손질만 해주면 기록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봐요."

이번 대회에서 여자 선수들은 출전 자격을 얻지 못한 '빙속여제' 이상화가 없는 가운데 나름 선전했다. 하지만 생각만큼 기록이 나오지 않은 것은 너무나 아쉬웠다. 기나긴 시즌을 마친 이들은 이제 태릉선수촌으로 돌아가 마무리 훈련을 하게 된다. 그리고 각자의 학교로 돌아가 다음 시즌을 대비하게 된다.

이번 대회는 비록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 정도로 보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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