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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는 강했다, 그것도 굉장히 '이세돌답지 않은 전략’마저 안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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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는 강했다, 그것도 굉장히 '이세돌답지 않은 전략’마저 안통했다
  • 김한석 기자
  • 승인 2016.03.10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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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한석 기자] 또 불계패다. 바둑고수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에 이틀 연속 돌을 던졌다. 인류 대표는 너무 신중했고 보이지 않는 기계의 손놀림은 너무도 과감했다. 제2국에서도  인간의 상식을 벗어나는 알파고의 포석과 변칙 승부수들이 이세돌 9단의 호승심을 눌렀다.

이세돌 9단은 10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2국에서 백을 쥐고 알파고에 211수 끝에 불계패했다.

전날 알파고의 냉정함에 미처 적응하지 못해 불계패를 당한 이 9단은 2국에서 참고 또 참는 우보전술로 긴 승부를 펼쳐가려고 했지만 전날보다 25수를 더 이어가는데 그치며 돌을 던져야 했다. '이세돌답지 않은 신중한 전략'도 통하지 않았다. 승부처마다 슈퍼 연산력을 자랑하는 알파고의 치밀한 집 계산과 변칙적인 착점이 이 9단을 혼란에 빠뜨렸다.

이세돌 9단은 2연패를 당한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내용상 정말 완패였다"며 "조금도 앞섰다는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흑을 잡은 알파고는 13수부터 변칙적으로 나왔다. 우하귀에서 정석을 따라가다 돌을 벌리지 않은채 느닷없이 상변 중앙으로 돌을 옮기는 파격 포석을 들고나온 것이다. 바둑 TV를 통해 해설한 김성룡 9단은 "어! 인간 바둑에서는 처음 보는 수"라고 놀라움을 표시할 정도의 변칙수였다.

우변 백돌에 어깨를 짚는 알파고의 37수도 파격이었다. 김 9단은 “상상도 못했던 수다. 프로기사들이 배워야 할 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9단은 이 한수에 대응하는데 10분 가까이 장고를 거쳐야 했다. 중반 싸움에서 하변에 집을 만들어 다소 앞서나가던 이 9단은 중앙 백 대마를 공격당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잇따른 맥점에 수읽기가 불확실한 듯 좌상 중앙의 다섯 점을 내주는 대신 우상귀 흑집을 허물어내는 바꿔치기를 단행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우상변에서 시작되는 흑집 허물기를 통해 승부수를 던질 기회를 잡았지만 패감 부족으로 승부수인 패싸움도 걸어보지 못했다.

불리한 형세를 뒤집는데 결국 실패한 이 9단은 2연패를 당한 채 11일부터 같은 장소에서 3~5국에서 대역전을 노려야 하는 막다른 상황에 몰렸다.

해설을 한 이희성 9단은 “이세돌 9단이 안정적인 운영에 치우치다보니 알파고의 이상한 수를 추궁하지 않았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일부러 ‘이세돌답지 않은 신중한 전략'으로도 알파고를 잡지 못해 눌린 기세로는 1승을 건질 수 있겠느냐는 비관론도 제기되고 있다. 김성룡 9단은 알파고에 대해 “강하다. 그것도 굉장히 강하다”라고 평가하며 “이제는 한 판만이라도 이기는 게 이세돌 9단에겐 대단한 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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