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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① '12년만의 금빛 반란을 향하여' 한국 남자탁구의 뜨거운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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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스페셜]① '12년만의 금빛 반란을 향하여' 한국 남자탁구의 뜨거운 여름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8.01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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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단체전, '5전6기' 금빛 스매싱 담금질…'4개의 중국'을 넘는다

[300자 Tip!] 아시안게임이 어느덧 4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2002년 대회 이후 12년만에 국내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이라 스포츠 팬들의 관심이 더욱 뜨겁다. 아시안게임은 중국의 압도적인 우세 속에 한국과 일본이 이에 도전하는 형국이다. 이 가운데 탁구 종목은 중국의 절대 우세가 점쳐지지만 한국 팬들에게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아시안게임에서 만리장성을 넘어 금빛 스매싱을 날리는 짜릿한 순간을 모두 기다린다. 한국 남자탁구 대표팀 선수들은 바로 그 짜릿한 희열을 맛보기 위해 이 가마솥 더위를 뚫고 녹색 테이블에 구슬땀을 뿌린다.

[태릉=스포츠Q 글 박상현·사진 이상민 기자] 태릉선수촌 탁구 훈련장은 선수들의 휴식 시간에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놓는다. 사람들이 없는데 왜 에어컨을 틀까? 이유는 훈련 때는 에어컨을 꺼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눈치챘겠지만 2.5g밖에 되지 않는 탁구공은 바람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훈련 때는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는다.

사람이 없을 때 켜놓은 에어컨 냉기는 이내 뜨거운 열기에 압도당하고 만다. 그 열기는 바로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중국을 넘어서겠다는 의욕이자 각오다.

▲ 한국 남자탁구대표팀의 정상은이 태릉선수촌 탁구체육관에서 진행된 훈련에서 공을 넘기고 있다.

◆ 세계 8강 가운데 7개국이 아시아…올림픽이나 다름없는 아시안게임

흔히 축구에서 유럽축구선수권대회를 '미니 월드컵'이라고 말한다. 세계 축구의 주류인 유럽의 강국이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는 대회이기 때문에 '미리 보는 월드컵'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만큼 뜨거운 경쟁이라는 뜻이다.

탁구에서는 아시안게임이 '미니 세계선수권' 또는 '미니 올림픽'이다. 아니, 미니라는 말을 붙이기도 그렇다. 사실상의 세계선수권이자 올림픽이다.

현재 세계 탁구 8강은 최강 중국을 비롯해 한국과 북한, 일본, 대만, 홍콩, 싱가포르, 독일이다. 독일을 빼면 모두 아시아 국가다. 독일만 없는 세계선수권이자 올림픽이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세계선수권 금메달이고 올림픽 금메달이나 다름없다.

한국 탁구는 바로 이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아시안게임에서 단 한번도 메달을 놓친 적이 없다. 하다 못해 은메달이라도 획득했다. 4년 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남자 단식과 복식에서 동메달을 땄고 남자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여자 단식과 여자 단체전에서도 동메달을 땄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여서 내심 금메달까지 노린다. 2002년 이후 끊겼던 금맥을 뚫기 위해 구슬땀을 흘린다.

◆ 중국과 맞붙으면 10번 가운데 한 번은 이긴다

남자 탁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유남규(46) 감독은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모두 제패한 한국 남자탁구의 간판 스타다. 특히 서울 아시안게임 때는 남자 단식 금메달을 따냈고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는 대표팀 코치로 합류해 남자 복식 금메달을 이끌었다. 공교롭게도 그 이후 남자탁구의 아시안게임 금맥이 끊겼다.

그렇기에 자신의 세 번째 아시안게임을 맞이하는 유남규 감독은 부담이 백배다. 하지만 유남규 감독은 중국을 상대로 당당하게 맞설 종목이 있다고 말한다. 개인전이 아닌 단체전이다.

유남규 감독은 "중국과 맞붙었을 때 10번 가운데 한 번은 이길 수 있다. 바로 그 종목이 남자탁구 단체전이고 그 한 번이 이번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벌어지길 바란다"고 각오를 다진다.

▲ 한국 남자탁구대표 김동현이 매서운 눈초리로 공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중국만 상대해서는 중간에 큰 코를 다칠 수 있다. 중국만 중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선수들 면면을 분석하면 아시안게임 탁구 종목에 출전하는 중국은 4개팀이다. 중국을 비롯해 대만과 홍콩, 싱가포르가 그들이다. 대만, 홍콩이야 너무나 당연하고 싱가포르도 실력좋은 중국계 선수들이 많다.

또 북한의 아시안게임 출전 확정으로 부담이 더 늘었다. 유남규 감독은 "출전을 확정하기 전에도 이미 북한에 대비해왔다"고 말하지만 중국과도 맞서는 전력을 갖고 있는 북한은 분명 경계대상이다.

일본도 이제는 만만치 않다. 한국과 일본 탁구의 맞대결 결과는 당일 컨디션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다.

◆ 김민석 부상 고민…정상은·김동현에 기대감

이번 남자탁구 대표팀에는 에이스 주세혁(34·삼성생명)과 함께 이정우(30·울산시탁구협회), 정상은(24·삼성생명), 김민석(22·KGC인삼공사), 김동현(20·에쓰오일)이 참가한다.

주세혁과 이정우를 제외하면 탁구 팬들이 생각하기에 보이지 않는 선수가 몇몇 있다. 국내 랭킹 1위를 유지해왔던 정영식(22·대우증권)과 조언래(28·에쓰오일), 서현덕(23), 이상수(24·이상 삼성생명) 등이 보이지 않는다.

정영식은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7승4패에 그쳐 5위로 탈락했고 조언래 역시 김민석에게 0-4로 완패하면서 탈락했다. 그러다 보니 정상은과 김동현 등 국제 경기 경험이 없는 선수들이 선발됐다. 유 감독도 "다소 의외의 선수들이 대표팀에 포함됐다"고 말할 정도다.

현재 탁구 훈련에는 3명만 참가하고 있다. 주세혁은 중국에서 리그를 치르고 있기 때문에 훈련에 참여하지 못하고 김민석도 발가락 부상으로 수술을 받아 2주 정도 훈련을 쉬고 있다. 정상적으로 컨디션을 찾을 때까지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고 있어 유남규 감독은 고민이다.

하지만 현재 훈련장의 맏형인 이정우와 함께 정상은과 김동현이 의욕적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

유남규 감독은 "일단 단체전 단식은 주세혁과 이정우, 김민석이 먼저 나간다. 하지만 컨디션이 좋지 못한 선수가 있으면 언제든지 정상은과 김동현으로 교체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유 감독은 정상은과 김동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들은 아시안게임 같은 큰 국제경기에 나서는 것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유 감독은 "정상은과 김동현이 나가면 다른 나라에서도 상당히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다. 한번도 국제경기에서 만나본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경쟁국에서 어떻게 이들을 공략해야 하는지 고민할 것"이라며 "다만 정상은과 김동현이 큰 경기 경험이 없다는 것이 걸린다. 그러나 이들이 이런 부담감을 이겨낸다면 일을 낼 수도 있다. 1회전에서 탈락할 수도 있고 깜짝 금메달을 따낼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 양하은-이정우 조를 비롯한 한국 탁구 혼합복식조가 태릉선수촌 탁구체육관에서 진행한 훈련에서 연습 경기를 하고 있다.

◆ 단체전은 일단 조 1위 목표…복식서도 내심 메달 기대

유남규 감독의 단체전 첫 목표는 조 1위를 차지하는 것. 한국은 이번 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지난 대회 은메달 자격으로 2번 시드를 받았다. 일단 조 1위를 차지하면 8강에서 중국을 피할 수 있다. 일본, 북한이나 대만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

유남규 감독은 "중국을 결승에 가서 만나려면 조 1위는 무조건 차지해야 한다"며 "대만과 일본, 북한은 이길 가능성이 반이다.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도 유 감독은 뭉치면 강해지는 한국 남자탁구의 저력을 믿는다. 1994년부터 2010년까지 5회 연속 중국과 결승에서 만나 자웅을 겨뤘다.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이기 때문에 6회 연속 중국과 결승에서 만나고 이번에는 반드시 중국을 꺾고 끊겼던 금맥을 잇겠다는 것이 유 감독의 목표다.

여기에 남자복식과 혼합복식에서도 내심 기대를 건다.

유남규 감독은 "이정우와 김민석을 같은 조에 묶고 정상은-김동현 조를 내보낼 계획이다. 완전히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80% 정도 결정을 했다"며 "이 가운데 역시 다크호스는 정상은-김동현 조다. 일을 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혼합복식에서는 이정우와 여자 대표팀 막내 양하은(20·대한항공)에 기대를 건다.

경험이 풍부한 이정우와 한국 여자탁구의 미래이자 희망인 양하은의 조합은 그야말로 '찰떡궁합'이라는 것이 유 감독의 설명이다.

개인 단식은 금메달까지 기대하는 종목은 아니다. 메달 하나만으로도 성공적이다. 2명까지 나갈 수 있는 단식에서 주세혁은 확정적이지만 다른 한 선수는 아직 고민 중이다.

유 감독은 "이정우는 남자복식과 혼합복식도 뛰기 때문에 아직 단식은 잘 모르겠다. 김민석이 유력하지만 부상에서 회복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라 모두 뛰어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두 선수가 개인 단식에 나설 수 없다면 역시 정상은, 김동현이 나갈 가능성이 높다. 어차피 남자 단식 금메달 가능성이 희박하다면 가장 컨디션이 좋고 준비가 된 선수를 내보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 한국 남자탁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유남규 감독이 남자 단체전과 남자 복식, 혼합 복식 등에서 중국을 넘어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 올림픽 제패 주역 유-유 콤비의 시너지 효과는

남자탁구 대표팀의 코칭스태프는 모두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경험이 있다. 유남규 감독은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인 단식 금메달을 따냈고 유승민(32) 코치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개인 단식 금메달리스트다.

이들이 선수들에게 주는 자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멘탈 게임으로 일컬어지는 탁구 경기에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 지도자의 조언은 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또 유남규 감독과 유승민 코치는 선수들이 훈련할 때마다 파트너로서 공을 쳐주기도 하고 선수들의 잘못된 동작이나 약점을 함께 보완해주기도 한다.

특히 유승민 코치의 합류는 유남규 감독에게 큰 힘이 된다. 유 감독은 "선수 모두를 일일이 봐줄 수가 없는데 얼마 전까지 선수로 활약했던 유승민 코치가 들어오면서 한결 편해졌다"며 "또 유 코치는 선수들의 형님, 멘토 역할로서 많은 도움을 준다. 내게 일일이 털어놓지 못하는 고민을 대신 들어주기 때문에 선수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중국과 가까운 인천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그 어느때보다도 중국 관중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인천은 화교가 많기로 유명한 도시여서 중국을 향한 응원의 목소리도 더 뜨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어떻게 보면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지만 분위기만큼은 안방 같지 않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한탁구협회에서는 수원실내체육관에 시설을 마련해놓고 관중들의 뜨거운 응원을 받으며 경기를 치러볼 계획이다. 선수들이 낯선 환경 속에서도 최고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한국 남자탁구대표팀 선수들은 인천에서 '짜이요'보다 '파이팅'과 '힘내라', '대~한민국'의 함성이 더 뜨겁게 울려퍼질 수 있도록 한여름의 찌는 듯한 무더운 날씨도 잊고 남은 준비에 올인하고 있다.

[취재후기] 흔히 중국을 일컬어 '만리장성'이라고 한다. 스포츠 경기에서 중국에게 지면 '만리장성의 벽에 막혔다'는 표현을 쓴다. 갈수록 높아져 가는 만리장성의 벽을 허물기 위해서는 역시 하나로 뭉쳐야 한다. 워낙 뛰어난 선수가 많은 중국을 상대로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은 이제 옛말이 됐다. 그렇기에 한국 탁구는 복식과 단체전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보완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뭉치면 강해지는 한국 남자탁구가 만리장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는 40여일 뒤면 알 수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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