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9 23:04 (월)
[SQ분석] '명가 부활' 현대건설, 퍼펙트 우승 떠받친 3대 동력은?
상태바
[SQ분석] '명가 부활' 현대건설, 퍼펙트 우승 떠받친 3대 동력은?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6.03.21 22: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V리그 5년만에 정상정복...에이스 양효진 활약-양철호 감독 리더십-베테랑 노련미 우승 3대 요소

[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그야말로 완벽한 우승이다. V리그 여자부 현대건설이 5년 만에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그동안의 아쉬움을 모두 날려버렸다. 만년 우승후보이지만 중요한 순간에 스스로 무너진다는 꼬리표도 시원하게 떼어냈다.

특정 선수 한 두 명이 이끈 우승이 아니었다. 양철호 감독을 중심으로 주전과 비주전 선수들이 합심해 일군 대업이다. “우승이 간절하게 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한 양 감독의 절실함에 하늘도 감동했을까. 현대건설은 전례 없는 3연속 셧아웃 승부를 펼치며 우승컵을 높이 들었다.

현대건설은 21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IBK기업은행과 2015~2016 NH농협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 3차전 홈경기서 주전 공격수들의 고른 활약에 힘입어 세트스코어 3-0(25-22 25-20 25-18) 승리를 거뒀다.

▲ [수원=스포츠Q(큐) 이상민 기자] 현대건설 선수단이 21일 IBK기업은행을 꺾은 뒤 열린 시상식에서 모자를 던지고 있다.

이로써 현대건설은 시리즈 전적 3승 무패, 세트스코어 9-0으로 퍼펙트 우승을 달성했다. 이는 V리그 사상 최초. 2010~2011시즌 첫 우승 이후 5년 만에 별을 추가한 현대건설이다. 양철호 감독은 부임 2년 만에 정상에 오르는 위업을 달성했다.

5년 만에 ‘V2’를 달성한 현대건설의 우승 원동력을 세 가지 갈래로 짚어봤다.

◆ '외인급 존재감', 양효진 자체가 전술

현대건설 우승에서 이 선수를 빼 놓을 수는 없다. 센터임에도 날개 공격수만큼의 공격 점유율을 기록하는 양효진(192㎝) 자체가 '현대건설의 전술'이라는 평가다.

양효진은 이번 정규시즌 득점 부문 8위(466점·토종 2위), 속공 부문 1위(성공률 49.65%), 시간차 부문 1위(53.54%), 블로킹 1위(세트 당 0.741개)에 올랐다. 특히 2009~2010시즌 이후 7년 연속 ‘블로킹 퀸’에 오른 양효진은 매년 다른 팀 선수들에게 ‘넘을 수 없는 벽’임을 재확인시키고 있다. 현대건설이 올 시즌 팀 블로킹 1위(세트 당 2.534개)에 오른 것도 양효진의 공이 크다.

이동 공격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다른 공격이 뛰어나기에 단점을 커버하고도 남는다. 양효진의 공격력이 워낙 빼어나기 때문에 리시브가 잘 될 경우 주저 없이 속공을 쓸 수 있는 양철호 감독이다.

▲ [수원=스포츠Q(큐) 이상민 기자] 현대건설 양효진이 21일 IBK기업은행을 꺾은 뒤 열린 시상식에서 MVP에 선정된 뒤 활짝 웃고 있다.

이런 양효진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정규시즌 후반과 플레이오프에서 부상과 부진에 시달리며 시련을 겪은 것. 양효진은 “우승하기까지 힘든 과정이 있었기에 더 뜻깊은 것 같다”고 활짝 웃어보였다.

플레이오프를 치르면서 부진 탈출에 성공한 양효진은 챔프전 3경기에서 55점을 쓸어 담으며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는 생애 첫 챔프전 MVP를 받으며 겹경사를 맞았다.

중앙에서 확실하게 득점할 수 있는 선수가 있기에 앞으로 현대건설의 상승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양철호의 '오빠 리더십', 선수단을 하나로 묶었다

봄 배구를 치르면서 상대팀 외국인 선수들이 잇따라 빠지는 상황이 발생해 ‘운장’이라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프로 사령탑 2년차 양철호 감독의 리더십도 우승에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2014~2015시즌을 앞두고 부임했을 당시, V리그 최연소 사령탑이었던 양 감독은 경험과 노련미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다른 감독들에 비해 선수들과 나이차가 많이 나지 않아 수평적인 리더십을 발휘하기가 용이했다.

‘오빠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조련한 양 감독은 2010~2011시즌 정규리그 MVP 이후 부진을 거듭한 라이트 공격수 황연주가 재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자 끝까지 믿고 기다려줬다. 2012년 은퇴한 레프트 한유미와 센터 김세영이 2년 만에 복귀하는 과정에서도 의견을 주고받으며 신뢰를 쌓아나갔다.

주장 양효진은 “젊은 감독님이시라 그런지 선수들을 이해하려고 많이 노력하신다. 감정 표현에 솔직하신 분이라 감정 기복이 심한 것 같기도 하지만, 정말 솔직하신 분이고 거짓이 없으시다”라고 말했다.

▲ [수원=스포츠Q(큐) 이상민 기자] 양철호 감독(가운데)이 21일 IBK기업은행을 꺾은 뒤 열린 시상식에서 선수들로부터 헹가레를 받고 있다.

강한 채찍을 가할 때도 있었다. 선수들의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작전타임을 불러 호되게 질책하기도 했다. ‘너무 기를 죽이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코트 안에서는 냉철한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선수들을 지도했다.

양 감독의 ‘밀당’은 결과적으로 챔프전 우승을 불렀다. 데뷔 첫해인 2014~2015시즌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뒤 IBK기업은행에 패한 기억이 있는 양 감독은 1년 만에 화끈한 복수극을 펼치며 활짝 웃었다.

◆ 코트 위 6명이 똘똘 뭉친 '토털배구' 빛났다

플레이오프에서 맞붙었던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부터 어린 선수들로 팀을 재편해 신선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현대건설은 2010~2011시즌 우승의 주역들 대부분이 지금까지도 주전을 맡고 있다. 세대교체가 잘 되지 않는 단점도 있지만 그만큼 경험이 많기에 위기관리에 능했다.

올해로 프로 8년차를 맞은 베테랑 세터 염혜선은 코트에서 기복이 심하다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올 시즌에는 그런 경우가 많이 보이지 않았다. 수비가 좋은 외국인 선수 에밀리가 가세했기에 속공을 마음껏 띄울 수 있었고 양효진, 황연주가 건재해 에밀리를 포함한 삼각편대를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었다.

▲ [수원=스포츠Q(큐) 이상민 기자] 양효진과 한유미, 김세영(왼쪽부터)이 21일 IBK기업은행을 꺾은 뒤 열린 시상식에서 트로피와 상금을 받은 뒤 기뻐하고 있다.

우승이 결정된 3차전에서도 염혜선은 양효진(17점), 에밀리(15점), 황연주(10점)에게 모두 두 자릿수 득점을 이끌어냈다. 이날 현대건설은 공격성공률에서 IBK기업은행보다 7% 이상 앞섰다(현대건설 40.35%, IBK기업은행 33.04%).

여기에 베테랑 김세영과 한유미도 궂은일을 도맡아하며 팀 우승의 조연으로서 역할을 다했다. 두 선수는 3차전에서 각각 4점, 7점을 내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현대건설의 우승에는 ‘큰 언니’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