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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면Q] 김기천이 빚어낸 '시그널'과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데자뷔, 아들의 범죄 감싸는 아버지의 부정(父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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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면Q] 김기천이 빚어낸 '시그널'과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데자뷔, 아들의 범죄 감싸는 아버지의 부정(父情)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04.05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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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원호성 기자]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드라마가 '시그널'이었던가? 아니면 '동네변호사 조들호'였던가? 분명 배우도, 색채도 다른 드라마인데 이 두 드라마는 김기천이라는 배우 한 사람의 존재로 인해 초반부 전개가 매우 흡사하게 닮아버리는 기묘한 데자뷔(Deja-vu)가 발생해버렸다.

4일 방송된 KBS 월화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 3회에서는 3년 전 벌어진 북가좌동 노숙자 방화살인사건의 진실을 둘러싸고 조들호(박신양 분)와 이은조(강소라 분)가 협력해 용의자 변지식(김기천 분)의 방화살인 누명을 벗기려는 장면이 등장했다.

3년 전 북가좌동의 한 공사현장에서 방화가 일어났고, 당시 잘 나가던 검사였던 조들호(박신양 분)는 자신의 뒤를 봐주던 검사장 신영일(김갑수 분)의 부탁으로 이 사건의 처리를 떠맡게 됐다. 하지만 김갑수가 처리를 지시한 범인은 박신양의 보육원 시절 절친한 동생이었던 강일구(최재환 분)였고, 박신양은 최재환이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하고 김갑수의 뜻을 거슬러서 사건을 파기하고 환송시켰다.

▲ KBS '동네변호사 조들호' [사진 = KBS '동네변호사 조들호' 방송화면 캡처]

이 일로 인해 김갑수의 눈밖에 나게 된 박신양은 자신의 장인이었던 법무법인 금산 대표 장신우(강신일 분)와 아내였던 변호사 장해경(박솔미 분), 그리고 김갑수의 아들인 검사 신지욱(류수영 분)과 대화그룹 정회장(정원중 분)의 합동플레이에 놀아나며 뇌물수수혐의로 검사 옷을 벗게 된다.

그리고 검사 옷을 벗은 뒤 노숙자로 살아가던 박신양을 다시 '동네변호사'로 일어서게 한 것 역시 바로 5년 전 북가좌동 노숙자 방화살인사건이었다. 5년 만에 다시 만난 최재환은 박신양이 보는 앞에서 트럭에 치여 살해당하고, 당시 사건현장에서 술에 취해 자고 있던 노숙자 변지식(김기천 분)이 억울하게 방화범으로 몰려서 재판을 받게 된 것을 본 박신양은 노숙자 생활을 청산하고 변호사로 돌아와 금산의 신참 변호사인 강소라와 호흡을 맞추게 된다.

김기천은 여러모로 불리한 상황이었다. 이미 그는 5년 전에도 자신이 경영하던 식당의 권리를 집주인에게 뺏기며 강제로 쫓겨나게 되자 식당에 방화를 한 경험이 있었던 것. 검사 류수영은 이를 근거로 김기천이 이번에도 평소 원한관계가 있던 노숙자를 살해하기 위해 술김에 방화를 저질렀다고 몰아세웠고, 박신양은 류수영의 논거를 깨기 위해 김기천의 아들인 변승모(손승원 분)를 법정으로 불러세우는 파격적인 카드를 내민다.

그리고 손승원은 자신의 손에 난 화상 흉터를 공개하며 5년 전 식당 방화사건의 범인은 아버지 김기천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었다고 밝히며 류수영의 논거를 깨부순다. 손승원은 식당에서 쫓겨나면서도 바보같이 집주인에게 제대로 항의 한 마디 못하는 아버지가 미워서 식당에 불을 질렀고, 김기천은 아들이 방화를 한 사실을 알고 그 죄를 자신이 뒤집어 썼던 것이다. 김기천은 아들이 법정에서 자백을 한 이후에도 "방화를 저지른 것은 아들이 아니라 접니다"라며 간곡하게 아들의 무죄를 호소하는 절절한 부정을 선보였다.

그런데 이 장면은 바로 지난 3월 종영한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하고도 묘하게 겹쳐지는 부분이 있다. '동네변호사 조들호'에서 아들 손승원이 저지른 방화를 자신이 저지른 것으로 해서 아들이 죄를 짓는 것을 막아낸 김기천이 '시그널'에서도 같은 배역을 연기했기 때문이다.

'시그널'에서 김기천은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경기남부 연쇄살인사건 당시 유력한 연쇄살인 용의자가 올라탄 버스를 운행하던 버스기사 이천구를 연기했다. 당시 용의자를 추격하던 이재한 형사(조진웅 분)는 용의자가 버스에 올라타지 않았냐고 김기천을 심문하지만, 김기천은 아무도 올라탄 승객이 없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하지만 조진웅이 본 것처럼 경기남부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은 그날 조진웅의 눈앞에서 김기천이 운전하던 버스에 올라탔으며, 김기천이 그 사실을 알고도 입을 다문 것은 그 범인이 바로 김기천의 아들이었던 이진형(이기섭 분)이었기 때문이었다.

▲ tvN '시그널' [사진 = tvN '시그널' 방송화면 캡처]

심지어 김기천은 26년의 세월이 지난 후 박해영(이제훈 분)과 차수현(김혜수 분)의 장기미제 전담팀이 경기남부 연쇄살인사건의 진실에 접근하기 시작하자, 당시 사건의 진실을 눈치채고도 오히려 이를 가지고 자신을 협박하던 '정경순'을 살해한 후 직접 경찰에 출두해 자신이 경기남부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이라고 자수를 해버린다. 장기미제 전담팀은 그 사이 하반신 불수가 되어 요양원에 있는 경기남부 연쇄살인사건의 진범 이진형의 정체를 파악했지만, 김기천이 자수하며 수사가 종결될 기미가 보이자 오히려 난항에 빠지게 됐다.

'시그널'과 '동네변호사 조들호'에서 김기천은 모두 본격적인 첫 번째 사건에서 유력한 용의자로 출연했으며, 심지어 두 작품 모두 아들의 범죄를 감싸는 아버지라는 공통점으로 데자뷔를 선사한다. 아직은 '시그널'만큼 명품 추리를 보여주고 있지는 못하지만, 탄탄한 이야기가 돋보이는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답게 탄탄한 법정 추리가 이어질 '동네변호사 조들호'를 '시그널'과 잠시 비교해볼 수 있는 흥미로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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