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23:04 (토)
[SQ현장] '엽기적인 그녀2' 조근식 감독 "중국 겨냥한 것이 아니라, 아시아 전역의 간격 좁혀보려는 영화"
상태바
[SQ현장] '엽기적인 그녀2' 조근식 감독 "중국 겨냥한 것이 아니라, 아시아 전역의 간격 좁혀보려는 영화"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05.04 18: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원호성 기자] 2001년 개봉해 전국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역대 로맨틱 코미디 영화 최고 흥행을 기록한 '엽기적인 그녀'의 15년 만의 속편 '엽기적인 그녀2'는 전작을 기억하는 관객들에게는 다소 황당한 작품이 될 지도 모르겠다.

영화가 시작되면 먼저 '그녀' 전지현이 머리를 깎고 속세를 떠나 비구니가 되는 모습이 처음으로 그려진다. 물론 당연하게도 전지현이 직접 연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별의 슬픔에 몸부림치던 차태현이 느닷없이 화교들이 운영하는 중국요리집에 가서 혼자 술을 마시며 '그녀'가 떠나며 남긴 '색즉시공'이라는 말의 의미를 알게 되는 장면이 이어진다. 왜 하필 이별의 슬픔을 중국요리집에서 달래는 것일까? 

4일 오후 2시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는 영화를 연출한 조근식 감독과 주연배우 차태현이 참석한 가운데 5월 12일 개봉하는 영화 '엽기적인 그녀2'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 '엽기적인 그녀2' 조근식 감독 [사진 = 스포츠Q DB]

영화 '엽기적인 그녀2'는 잘 알려진 것처럼 한국시장보다는 중국시장을 좀 더 겨냥한 영화다. '그녀' 역할에 캐스팅된 배우도 한국 여배우가 아닌 중국 출신의 f(x) 멤버 빅토리아이고, 영화의 이야기도 상당 부분이 중국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물론 개봉 역시 한국보다 먼저 지난 4월 중국에서 개봉해 중국 박스오피스 4위에 오르는 성적을 거뒀다. 영화 첫 장면에서 중국요리집부터 느닷없이 등장하는 것도 그렇고 여러모로 중국시장을 겨냥한 영화가 아니냐는 의혹을 지우기 힘들다.

이에 대해 영화를 연출한 조근식 감독은 중국시장만을 겨냥한 영화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조근식 감독은 "특정시장을 겨냥한 영화가 아니라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전역의 간격을 좁혀보자는 의미로 기획이 됐고, 중국 출신의 빅토리아와 일본 출신의 후지이 미나의 캐스팅도 그런 의미다"라며 세간의 오해에 대해 설명했다.

조근식 감독은 이어 "'엽기적인 그녀'가 남녀관계에 새로운 구도를 제시한 영화라면, 이번에는 다문화사회와 국제결혼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 안에서 빚어지는 문화적인 차이로 인한 갈등을 다뤄보면 재미날 것 같았다"며 "하지만 문화적인 차이를 부각시키는 것은 아직 민감한 부분이 있어서, 그보다는 여러 문화가 충돌하며 빚어지는 해프닝을 통해 문화의 교류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내고자 했다"고 답했다.

이런 조근식 감독의 말처럼 '엽기적인 그녀2'는 굳이 중국 뿐 아니라 아시아 각국의 다양한 문화를 담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차태현이 '그녀' 빅토리아와 결혼한 후 새롭게 들어간 직장에서 만나는 상사는 일본인의 행동방식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후지이 미나이고, 차태현이 회사에서 마주치는 문제는 한국에서 흔히 일어나는 기업문화의 갈등이기도 하다. 

또한 빅토리아와 차태현이 결혼을 앞두고 찾아가는 곳도 전형적인 중국 문화권이 아니라 유목을 삶의 기반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몽골의 문화에 가깝다. 실제 촬영은 계절적인 문제로 인해 몽골이 아닌 티베트 지역에 인접한 차마고도(茶馬古道)의 한 소수민족 지역에서 진행됐지만 말이다.

▲ '엽기적인 그녀2'에 등장한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 패러디와 티베트 인근 차마고도 지역에서 촬영된 차태현고 빅토리아의 여행장면 [사진 = 영화 '엽기적인 그녀2' 스틸이미지]

조근식 감독은 "처음에는 이야기를 통해 한중일 모두에게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드려고 했지만, 시도를 해보니 왜 이야기 중심으로 아시아 각국을 만족시키는 영화가 없는지 알게 됐다"며 "이야기에 비중을 두면 어느 한 쪽으로 로컬라이징 되는 경향이 강하게 드러났다"며 이야기보다는 영상 등 이미지와 캐릭터 등을 통해 아시아 각국의 특성을 담아내려고 했음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조근식 감독은 '엽기적인 그녀'의 '그녀' 전지현이 등장하지 않는 것에 대해 "전지현씨가 직접 연기한 것은 아니지만 비구니로 만든 것 때문에 신성모독죄를 범한 기분"이라며 "처음 기획회의에서는 '그녀'가 죽는다거나 아예 없던 것처럼 새로 이야기를 시작하자는 말도 있었지만 그럼 너무 무책임하거나 무거워질 것 같았다. 그리고 견우의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도 너무 무겁지 않은 이별을 줄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엽기적인 그녀2'의 마지막에서도 빅토리아와의 사이에서 딸까지 낳은 차태현이 '그녀'가 다시 비구니 생활을 때려치고 속세로 돌아온다는 말에 당황하는 것에 대해 "이 영화는 전편을 이어가면서 또 다른 속편의 여지를 남겨둬야 했다"며 "오리지널 그녀가 돌아와 다시 이야기를 잇던지, 아니면 '그녀'를 잇는 엽기적인 딸이나 꼬마가 등장할지 그것은 다음 감독의 몫"이라며 후속편을 위한 여지를 남겨뒀음을 설명했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