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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연패 속에서 배우는 한국농구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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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연패 속에서 배우는 한국농구 생존법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9.02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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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골라전서 경기 감각 찾기도 전에 완패…호주전은 리바운드 싸움서 일방적으로 밀려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예상은 했지만 너무 힘없이 지고 있다.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을 아시안게임의 전초전 성격으로 치르고 있지만 기대 이하의 경기력으로 벌써부터 걱정을 자아내고 있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농구대표팀은 지난달 31일(한국시간) 스페인 라스팔마스 그란 카나리아 아레나에서 열린 호주와 농구월드컵 D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55-89, 34점차로 완패했다.

지난달 30일 앙골라와 첫 경기에서 3쿼터 초반 집중력을 발휘하며 대추격전을 벌이고도 69-80, 11점차로 진 한국 농구는 이로써 2연패를 당하며 이번 대회에서 목표로 했던 1승을 거두기도 힘겹게 됐다.

이제 한국이 상대해야 할 상대는 슬로베니아, 리투아니아, 멕시코밖에 남지 않았다. 오는 3일 오전 3차전  상대인 리투아니아는 FIBA 세계랭킹 13위로 31위의 한국보다 18계단이나 높다. 리투아니아는 호주(9위)보다 낮지만 지난달 30일 첫 경기에서 호주를 90-80으로 꺾을 정도로 최강자다.

리투아니아는 FIBA 랭킹 4위로 D조 최강이고 멕시코도 24위로 한국보다 높은 순위에 있다. 한국에게 만만한 상대는 하나도 없다.

▲ 한국 남자농구대표팀이 앙골라전에 이어 호주전에서도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완패, 농구 월드컵에서 2연패했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있는 남자농구대표팀은 외곽슛 위주의 단조로운 공격 패턴과 무뎌진 경기 감각 등으로 아시안게임이 보름여 남은 시점에서 적지 않은 숙제를 남겼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열린 한국-호주전. [사진=FIBA 홈페이지 캡처]

◆ 골밑싸움 절대 열세·외곽슛 위주 단조로운 공격 문제

한국은 호주와 경기에서 골밑싸움의 열세를 인정해야만 했다. 리바운드 숫자에서 18-47로 일방적으로 밀렸다. 특히 공격 리바운드에서는 고작 5개에 불과했다. 슛을 던져 림을 외면했을 때 이를 공격으로 다시 연결한 것이 40분 동안 고작 5번에 불과했다는 뜻이다.

이러다보니 공격이 제대로 풀릴리 만무했다. 한국은 56개의 슛을 던지는데 그쳐 68개의 호주보다 12개나 뒤졌다.

설상가상으로 외곽슛 성공률도 크게 떨어졌다. 모두 25개의 3점슛을 던져 5개 성공에 그쳤다. 3점슛 성공률이 고작 20%였고 특히 박찬희와 양동근 등은 각각 4개와 3개의 3점슛을 던졌지만 단 1개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이는 골밑에서 절대 열세를 보이자 외곽슛 위주로 공격을 풀어나가려 하는 단조로운 패턴때문이었다.

실제로 호주 언론이 밝힌 한국 공략법은 얼마나 농구월드컵에서 한국의 단점이 드러났는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호주 일간지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1일 "호주는 한국의 강점인 3점슛 25개를 던져 5개만 넣도록 막았다"고 보도했다. 또 호주 포워드 케머론 베스토우도 "한국의 주무기가 3점슛이라는 것을 파악했다. 한국의 3점슛을 20%대로 막은 것이 주효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3점슛이 56개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5개나 됐다는 점은 작전이나 경기를 풀어가면서 외곽슛을 던진 것이 아니라 난사 수준이었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다. 골밑이 막히면 3점슛 외에는 풀어갈 수 있는 공격패턴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두차례 경기에서 그대로 보여줬다.

◆ 협력수비·빠른 스피드 앞세운 공격 실종…경기 감각도 무뎌

한국은 16년 만에 도전한 월드컵을 위해 적지 않게 준비했다. 뉴질랜드와 평가전도 가졌다.

하지만 정작 월드컵 본선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기대 이하였다. 뉴질랜드전에서 보여줬던 협력 수비와 빠른 스피드를 앞세운 공격은 실종됐다. 상대의 높이에 일방적으로 밀리면서 제대로 경기를 풀어가보지도 못했다.

한국이 농구월드컵에서 힘 한번 써보지 못한 또 다른 이유는 실전 감각이 무뎌졌기 때문이었다. 지난 7월 31일 뉴질랜드와 평가전 이후 한달 동안 제대로 실전을 치러보지 못했고 이는 앙골라전에서 경기를 스스로 망치는 요인이 됐다.

그러나 한국이 미리 실망하고 자신감이 떨어지는 경기를 할 필요는 없다. 최종 목표는 농구월드컵이 아니라 한달도 남지 않은 인천 아시안게임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농구월드컵에서 한국보다 훨씬 키가 큰 상대를 맞아 장신에 대한 면역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아시안게임에서 2002년 이후 12년만에 남자농구 금메달을 따기 위해서는 중국과 이란, 필리핀 등 장신 앞에서도 자신있게 골밑을 돌파하고 3점슛 성공률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농구월드컵을 통해 미리 한국 남자농구대표팀의 문제점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큰 수확이다. 대표팀의 전력을 점검하는 소중한 기회도 아직 세차례나 남아있기 때문에 한 경기, 한 경기를 소중하게 치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 한국 남자농구대표팀이 골밑 열세와 외곽슛 위주 단조로운 공격 패턴, 떨어진 경기 감각 등 여러 문제에 직면하며 농구 월드컵에서 2연패를 당했다. 사진은 지난달 19일 열렸던 대표팀 연습경기에서 유재학 감독이 선수들에게 지시하는 모습. [사진=KBL 제공]

◆ 유재학 감독 "자꾸 부딪혀보면 요령이 생긴다"

이에 대해 유재학 감독은 자꾸 부딪혀보면 요령이 생긴다는 반응이다. 격렬한 몸싸움을 하고 부딪혀보는 경험을 자꾸 해볼수록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유재학 감독은 "체격이 작은 것은 우리가 가진 엄연한 현실이다. 격렬한 몸싸움을 하고 부딪혀보는 경험을 그동안 해보지 못한 것,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한 것은 감독으로서 미안하다"며 "자꾸 부딪혀보면 요령이 생기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이번 대회를 통해 나나 선수들 모두 '농구는 이런 것'이라는 것을 경험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유 감독은 "세계 랭킹이 높은 팀은 기술 뿐 아니라 신장과 힘에서 월등하다는 것을 느꼈다. 한국 농구가 아직 국내에서만 머물러 있는 경향이 있다"며 "세계 무대에 더 넓게, 계속 경험하면서 선수들이 몸소 느껴야 한다. 몸싸움이 격투기 수준으로 이뤄지지만 심판들이 비겁한 행동만 아니면 격한 몸싸움을 정상적으로 인정해준다"고 지적했다.

또 유 감독은 "선수들에게 '기 죽을 필요없다'고 말했다. 지금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좋은 경험을 계속 살리면 점점 나아질 것"이라며 "몸싸움에 대한 적응력이 없으면 우리는 국내 리그에만 머무르는 농구가 된다. 세계는 말할 것도 없고 아시아에서도 안된다"고 밝혔다.

어떻게 보면 지금 한국 농구는 지독한 홍역을 겪고 있는 중이다. 국내 리그에서는 조금 몸이 부딪혀도 파울 휘슬이 울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몸싸움을 기피하는 농구를 하게 되고 세계 농구의 흐름과 동떨어지고 말았다. 지금 농구월드컵은 한국 농구가 얼마나 세계 흐름에 멀어져있었는지 일깨워주는 대회가 되고 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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