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23:04 (토)
막내 빅맨듀오 이종현-김종규, 부딪히면서 강해진다
상태바
막내 빅맨듀오 이종현-김종규, 부딪히면서 강해진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9.03 11: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종현, 농구월드컵 슬로베니아전서 12득점·4블록 공수 맹활약…김종규도 덩크슛으로 패기 보여줘

[스포츠Q 박상현 기자] 한국 농구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역시 높이의 열세다. 한국 농구를 이끌어왔던 전통 빅맨들은 언제나 세계 무대에서 고개를 숙이곤 했다.

그러나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농구대표팀이 스페인에서 펼쳐지고 있는 농구월드컵에서 새로운 희망을 보고 있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경쟁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 '막내 듀오' 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창원 LG를 정규리그 챔피언으로 올려놓은 김종규(23)와 대표팀 내 유일한 대학 선수인 이종현(20·고려대)이다.

207cm의 김종규와 206cm의 이종현은 골밑 장악 능력과 득점력에서는 이미 국내 빅맨에서는 상위권이다. 이들은 농구월드컵이라는 흔치 않은 기회를 잡고 세계 농구와 맞부딪히며 자신을 발전시키고 있다.

◆ 미완의 대기 이종현, 대표팀내 존재감 '1등'

사실 유재학 감독은 이종현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리지 않았다. 대표팀 차출 초반만 하더라도 이종현에 대한 평가는 '게으르다'는 것이었다.

유 감독은 소속팀 울산 모비스에서도 그렇듯 열심히 뛰지 않는 선수에 대해서는 가차없다. 유 감독의 기준에서 봤을 때 이종현은 대표팀에 포함될 수 없는 선수였다.

그럼에도 그가 이종현을 대표팀에 둔 것은 그의 센스를 믿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유 감독은 계속 이종현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유재학 감독의 조언 덕분인지 이종현은 대표팀내 존재감에 있어서는 단연 1등이다.

지난달 30일 앙골라전에서 19분을 뛰며 4득점과 3리바운드에 그쳤던 이종현은 다음날 호주전에서도 17분 출전에 그치며 4득점, 2리바운드에 머물렀다. 빅맨으로서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3일 슬로베니아전에서는 확 달라졌다. 출전시간은 20분으로 앙골라전, 호주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12득점을 올리며 유일하게 두자리 득점을 올렸다. 5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낸 것을 비롯해 4개의 블록슛까지 기록하며 골밑에서 슬로베니아 선수들과 대등하게 싸웠다.

특히 이종현은 4쿼터 중반 투핸드 덩크슛을 꽂아넣으며 평균 신장이 2m인 슬로베니아를 상대로 당당하게 맞섰다. 1, 2쿼터 전반에 슬로베니아와 팽팽한 접전을 벌일 수 있었던 것도 이종현의 1쿼터 초반부터 골밑에서 제몫을 해줬기 때문이다.

이종현이 농구월드컵 세번째 출전만에 세계 강호와 당당하게 맞설 수 있었던 것은 역시 계속 경기를 하면서 경험이 축적되고 적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주눅들지 않는 경기를 하는 것 역시 이종현의 플레이가 살아나는 계기가 됐다.

물론 이종현의 플레이는 아직 어설프다.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 스피드가 떨어지는데다 요령과 기술도 아직 부족해 외곽 움직임이 아직 둔하다. 국내 아마추어 무대에서는 통할지 몰라도 농구월드컵 같은 세계 정상급 무대에서는 아직까지 부족한 것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제 약관의 센터라는 점은 이같은 단점을 상쇄시키기에 충분하다. 꾸준히 성장해나가고 세계 무대에서 정상급 선수들과 계속 싸워나가다보면 요령과 경험이 생긴다. 이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

유재학 감독은 "대학에서 편안하게 농구하다가 대표팀에 와서 해보니까 세계 농구가 어떻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며 "조금 더 분발하라는 의미에서 야단도 치고 하지만 역시 중요한 것은 몸으로 부딪혀보는 것이다.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현은 "대학 때와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라서 정말 힘들다"며 "앞선 두 경기에서 실책을 하면 풀이 확 죽었는데 슬로베니아전은 잃을 것 없이 편안하게 해보자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잘 풀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종현은 "블록슛 4개를 기록했는데 원래 블록슛은 자신있었다. 하다보니 적응이 돼서 요령이 생긴 것 같다"며 "형들이 항상 위로해주고 잘한다고 칭찬해주지만 내 스스로 만족을 못한다. 앞으로 남은 두 경기도 잘하겠다. 특히 리투아니아 센터도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뛰고 있는데 배울 것을 배우고 기회가 된다면 블록슛도 해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 김종규, 젊은 패기와 프로 경험으로 기량 발전

이종현과 함께 한국 농구의 차세대 빅맨의 자리를 완전히 굳혀나가고 있는 선수는 단연 김종규다.

프로 2년차가 되는 그이지만 '2년차 징크스' 같은 것은 잊은지 오래다. 농구월드컵에서도 이종현처럼 존재감을 발휘하며 나날이 기량을 발전시켜가고 있다.

김종규 역시 한국이 3연패를 당하는 과정에서도 꿋꿋하게 골밑을 지켰다. 앙골라전에서 8득점을 넣고 3개의 블록슛을 기록한 그는 55-89로 완패한 호주전에서도 10득점과 블록슛 3개로 김선형과 함께 대표팀내 최고의 존재감을 보여줬다.

김종규는 슬로베니아전에서도 골밑을 든든하게 지켰다. 득점은 4점에 머물렀지만 6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내면서 대표팀 내에서 가장 많은 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이날 기록한 34개의 리바운드 가운데 이종현과 함께 11개의 리바운드를 합작했다.

특히 김종규는 4쿼터 중반 조성민의 슛 불발 때 튄 공을 그대로 원핸드 덩크슛으로 꽂아넣으며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을 열광시켰다. 김종규는 앙골라와 첫 경기에서 덩크슛을 성공시켜 한국 농구의 농구월드컵 출전 사상 최초 덩크슛 기록 선수에 오르기도 했다.

김종규는 호주전이 끝난 뒤 인터뷰에서 "리바운드나 스크린 동작 하나하나 국내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경험하고 있다. 점점 몸싸움에 적응하고 있다"며 "농구월드컵이 아시안게임을 대비하는 대회라고 하지만 나는 이 대회에 일생의 목표로 걸고 나왔다.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종현과 김종규는 12명의 대표팀 선수 가운데 최연소 1, 2위다. 이 둘만 1990년대에 태어났다. 막내인 이종현과 최연장자인 문태종(39·LG)은 무려 19세 차가 난다. 두번째로 나이가 많은 김주성이 프로에 데뷔하고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김종규는 11세, 이종현은 겨우 8세 꼬마에 불과했다.

이제 이들은 한국 농구의 희망이 됐다. 유재학 감독은 선전 끝에 72-89로 슬로베니아전에 패한 뒤 "이종현도 잘했고 김종규도 마찬가지다. 가능성이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한국 농구에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20대 초반 빅맨이 한꺼번에 둘이나 나왔다는 것은 분명 고무적인 일이다.

그리고 이들은 농구월드컵이라는 세계 무대에서 정상급 선수들과 자꾸 부딪혀가며 경험을 쌓고 적응해나가고 있다. 조 4위까지 주어지는 16강 티켓은 사실상 무산됐지만 이들은 앞으로 두 차례 더 돈을 주고 사지 못하는 귀한 경험을 하게 된다.

한국 농구의 미래가 점점 밝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tankpark@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