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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스틸러 탐구](3) 길해연, '풍문'부터 '워킹 맘 육아 대디'까지, 무대 넘어 TV에서 펼쳐진 그의 존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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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스틸러 탐구](3) 길해연, '풍문'부터 '워킹 맘 육아 대디'까지, 무대 넘어 TV에서 펼쳐진 그의 존재감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6.07.13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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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신스틸러(Scene stealer)는 말 그대로 '장면을 훔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주연 배우만큼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열정적인 연기력으로 장면을 압도하며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극에 다채로운 매력을 더하는 그들은 이야기를 원활하게 굴러가게 하는 '윤활제'다. 스포츠Q는 연재 '신스틸러 탐구'를 통해 드라마와 영화에서 활약하고 있는 신스틸러들의 개성 넘치는 연기 세계를 작품 속 장면을 중심으로 조명한다.

[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명품 조연, 명품 신스틸러의 자격은 남·녀를 가리지 않지만 많은 여성 조연들은 좋은 배역을 얻기 상대적으로 쉽지 않다. 20·30대 이상의 중견 여성 연기자에겐 간악한 시어머니, 혹은 자비로운 어머니 둘 중 하나의 캐릭터 선택지 밖에 주어지지 않는게 보통이다.

이처럼 중년 이상의 여성 연기자에게 주어지는 역할의 다양성 부족은 여성 신 스틸러의 부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여성배우 배역 불모지'에서 최근 두각을 보이는 배우가 있다. 바로 길해연이다. 길해연은 TV 시청자들에게 낯선 배우이나 사실은 30년 내공의 연극배우로 연극계에서는 유명한 스타다. 

길해연이 본격적으로 TV 시청자들의 눈에 띈 것은 2015년 방송된 SBS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 였다. 당시 '풍문으로 들었소'는 현실을 반영한 블랙코미디와 각종 조연들의 활약에 마니아 층이 형성된 작품이었다. '풍문으로 들었소'는 기존에 자주 TV에서 보여지던 조연들이 아닌 연극 무대에서 활약하던 배우들을 앞세웠다.

▲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비서 양재화 역을 맡은 길해연 [사진 = SBS '풍문으로 들었소' 홈페이지 제공]

길해연은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법무법인 한송의 대표이자 처세술의 제왕 한정호(유준상 분)의 심복 양재화 역할을 맡았다. 양재화는 극중에서 '한정호의 어머니가 한정호에게 남긴 가장 큰 유산'이라고 불릴 만큼 냉철한 상황 판단과 처세술, 권력 유지의 방법을 이용할 줄 아는 인물이다.

'풍문으로 들었소'의 양정화는 갑중의 갑, 한정호의 권력과 부를 유지시켜주고 그러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뒤로 챙기는 비열한 면도 갖추고 있는 인물이다. 이러한 양정화의 비열하고 의뭉스러운 면모는 비서실의 멤버인 민주영(장소연 분)과 한국어와 일본어를 섞어 기밀을 나눌 때 도드라진다.

양정화는 한정호의 측근으로 그의 집안의 사정을 우스워하면서도 따로 용역 회사를 차려 뒷돈을 챙기는 등 민감한 '촉'을 이용, 권력의 위험하면서도 달콤한 본질을 시청자들에게 호소한다. 

정치 드라마 '어셈블리'(KBS 2TV)에서 길해연이 맡은 천노심 역 역시, 작은 정당의 수장이자 카리스마 있는 인물로 '풍문으로 들었소'의 양정화와 비슷한 캐릭터였다.

그러나 길해연이 이처럼 카리스마 있는 역만 맡는 것은 아니다. 그는 착실하고 순박한 가정부나 주부 역할도 많이 맡았다.

최근 작품인 '굿바이 미스터 블랙'(MBC)과 '워킹 맘 육아 대디'에서 길해연이 맡은 역할은 카리스마와 남다른 처세술보다 순박하고 뛰어난 공감능력을 보이는 캐릭터들이었다. '굿바이 미스터 블랙'에서 길해연은 윤마리(유인영 분)의 가정부인 홍인자 역을 맡아 차지원(이진욱 분)과 김스완(문채원 분)의 복수에 유용한 도움을 준다.

현재 방송 중인 MBC 일일드라마 '워킹 맘 육아 대디'에서 길해연은 아들의 육아휴직을 결단코 반대하는 꽉 막힌 시어머니의 전형으로 나오지만 이내 아들과 함께 손주를 돌보면서 며느리 이미소(홍은희 분)의 고충을 공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 길해연은 MBC '워킹 맘 육아 대디'에서 억척스럽지만 따뜻한 마음을 지닌 이해순을 연기한다 [사진 = MBC 일일드라마 '워킹 맘 육아 대디' 방송화면 캡처]

'워킹 맘 육아 대디'에서 길해연은 걸걸한 영남 사투리를 쓰는 전형적인 억척스러운 어머니 상을 연기한다. 그러나 길해연은 고아 며느리 홍은희와 홍은희의 친엄마 옥수란(이경진 분)의 사정을 딱히 여기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정 많은 모습을 보여주며 미워할 수 없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연기해냈다.

길해연이 '워킹 맘 육아 대디'에서 맡은 이해순이라는 역할은 '풍문으로 들었소'의 양정화와는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다. 이해순이 무식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지닌 서툰 인물상이라면 양정화는 영리하지만 교활하고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두는 이기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길해연은 그동안 드라마 속에서 단순히 선역과 악역으로 구분할 수 없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이러한 길해연의 입체적 연기의 힘은 다년간 무대에서 보여줬던 내공이 빛을 발한 결과였다. 길해연은 중년 여성 캐릭터가 단편적이지 않은 입체적인 매력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연기로 증명해 냈다.

최근 길해연은 다수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캐릭터의 스펙트럼 또한 시어머니부터 유력 여성 사업가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전성기를 맞이해 마치 '소' 처럼 일하고 있는 길해연의 활발한 연기 행보에 시청자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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