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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도약 노리는 투기종목의 태극투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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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도약 노리는 투기종목의 태극투혼
  • 조승윤 기자
  • 승인 2014.09.18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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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서 레슬링 노골드에 종주국 자처한 태권도도 사상 최악 성적…꺾인 자존심 회복 다짐

[스포츠Q 조승윤 기자] 한국은 2010년 광저우 대회까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617개와 은메달 533개, 동메달 676개를 거둬들이며 모두 1826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종목은 바로 투기다. 육상이나 수영처럼 메달이 많은 기초 종목은 중국과 일본에 밀리지만 투기 종목만큼은 그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다.

한국의 투기 종목은 아시안게임 뿐 아니라 세계무대에서도 강력한 전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1974년 테헤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양정모는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한국 스포츠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등극하기도 했다.

이번 아시안게임 역시 격투기 종목은 한국의 아시안게임 종합 2위 달성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4년 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효자종목’이라는 수식어에 물음표가 달릴 정도로 투기 종목의 성적은 초라했다. 레슬링은 노 골드의 수모를 겪었고 태권도는 12개 종목에서 금메달이 고작 4개에 그쳤다.

▲ 레슬링 대표팀이 광저우에서 무너진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11일 레슬링 대표팀 미디어데이가 열린 태릉선수촌 필승관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이처럼 한국의 격투기 종목 위상은 예전같지 않다. 대한체육회가 밝힌 전력 분석에 따르면 종주 종목인 태권도만 금메달 다수 획득이 가능한 메달 전략종목으로 지정되어 있고 레슬링과 유도가 금메달 획득이 가능한 우세종목으로 되어 있다.

반면 서울 아시안게임에서 전종목 석권이라는 전인미답의 기록을 남겼던 복싱은 이제 약세종목으로 전락했다. 약세종목은 금메달이 소수이거나 획득이 어렵다는 평가를 받은 종목이다.

하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은 우리의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다. 금메달도 90개 이상을 노린다. 4년 전 역대 최악의 성적을 기록한 태권도와 레슬링은 강도 높은 훈련으로 명예히복을 벼른다. 4년 전 금메달 6개를 수확하면서 자존심을 지킨 한국 유도 대표팀은 또 한번 금빛 사냥에 나선다.

복싱도 두 대회 연속 노골드 침체에서 벗어나 강도 높은 훈련과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바탕으로 금메달 2개 이상을 노린다.

◆ 레슬링, 아시안게임에서 '효자종목' 타이틀 되찾는다

‘은메달 3개, 동메달 6개’

4년 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받아든 대한민국 레슬링의 성적표다. 보이는대로 금메달은 실종했고 28년 만에 아시안게임 노 골드라는 역대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금메달 5개 등 모두 11개의 메달을 따냈던 이전 두 대회와 비교하면 자존심이 꺾인 것을 넘어서 무너졌다.

이러한 부진을 대표팀도 스스로 인지하고 있기 때문인지 임성순 대한레슬링협회장은 “금메달을 향해 질주하는 레슬링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더 큰 사랑을 받기 위해 금메달을 향한 목숨을 건 결전을 시작한다”고 선언하며 필승을 다짐했다.

레슬링의 부활은 한국 레슬링의 간판 김현우(25·삼성생명)선수가 앞장선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그랜드슬램을 노리는 김현우는 “지면 인천 앞바다에 빠져 죽는다는 그런 필사적인 각오로 꼭 금메달을 따도록 하겠다”며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 3개 동메달 3개만 따낸 여자 레슬링은 중국, 일본 등에 밀려 정상권에는 거리가 있지만 48kg급 이유미(칠곡군청) 선수를 필두로 레슬링 부활에 힘을 싣고 있다.

730일 동안 사점을 넘나드는 훈련과 뼈를 깎는 고통을 견뎌온 레슬링 대표팀은 안방에서 열리는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전 체급 메달 획득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달아오른 독기를 모두 쏟아 부을 예정이다.

▲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6개를 따낸 유도는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자존심 지키기에 나선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재범(오른쪽)은 광저우에 이어 2연패를 노린다. [사진=스포츠Q DB]

◆ 자존심 회복이 아닌 자존심 유지의 유도

다른 투기 종목에 비해 유도의 상황은 낫다. 이미 지난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6개, 은메달 3개, 동메달 5개를 획득했고, 이미 메달을 목에 걸어본 고참과 새로운 신예의 등장은 인천에서도 대한민국 유도의 선전을 예고하고 있다.

김재범(29·한국마사회), 정경미(29·하이원), 황예슬(26·안산시청)은 아시안게임 2연패를 노리는 한국 유도의 간판 스타들이다.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이후 부상으로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었던 김재범은 국내 선발전에서 우승하며 또 한번 금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한국 여자 유도를 이끌어가는 정경미, 황예슬도 금메달을 노린다. 대표팀 맏언니인 정경미는 지난해 아시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따내면서 대회 2연패의 전망을 밝게 했다. 황예슬은 대표선발전에서 2위를 차지해 개인전에 나서지 못하지만, 몽골그랑프리에서 은메달을 따내면서 단체전에서 활약을 예고했다.

이미 지난 대회에서 각각 은메달, 동메달을 목에 걸은 김잔디(23·양주시청), 이규원(25·한국마사회) 역시 이번 인천에서 금메달이 기대되는 선수들이고, 국가대표 최고참이자 “영원한 2인자” 방귀만(31·남양주시청)은 아시안게임에서 1인자로 도약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고참 뿐만 아니라 신예들의 가세는 한국 유도를 더 기대하게 하는 이유다. 김원진(22·용인대), 김성연(23·광주도시철도공사), 정보경(23·안산시청)은 모두 20대 초반으로 각종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기대하게 하는 선수들이다.

다만 한국 유도의 걸림돌은 여러 유도 강국들이 될 전망이다. 종주국인 일본과 몽골, 북한 그리고 떠오르는 강국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을 넘어 유도의 자존심을 지켜낼지 관심이 집중된다.

▲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4개, 은메달 4개, 동메달 2개에 그치면서 최악의 성적으로 자존심을 구긴 한국 태권도는 최대 8개의 금메달을 목표로 명예회복을 준비 중이다. [사진=스포츠Q DB]

◆ 태권도, 종주국 명예회복 선언

“태권도 대표팀은 그냥 대표팀이 아니라 종주국 대표팀이다. 태권도 대표팀이라는 자긍심을 가져라.” 대한태권도협회 김철오 전무는 지난 대회 잃어버린 종주국의 자존심을 이번 인천에서 되찾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4년 전 금메달 4개, 은메달 4개, 동메달 2개에 그치면서 최악의 성적으로 자존심을 구긴 대한민국 태권도는 최대 8개의 금메달을 목표로 명예회복을 준비 중이다. 김종기 감독은 “최소 6개, 최대 8개의 금메달 획득이 목표다.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나는 지도자 자격이 없다”고 필승을 다짐했다.

전자호구의 도입과 룰 변경 등으로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선수들은 금메달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국 태권도의 간판 이대훈(22·용인대)은 “자만은 없다. 대한민국이 종합 2위를 차지하는데 태권도가 큰 도움이 되겠다” 필승을 다짐했다.

이대훈과 함께 유력한 금메달 후보인 김태훈(20·동아대)은 “공격이 최고의 수비라고 생각한다. 공격이 가장 재미있다”며 화끈한 공격력을 바탕으로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한편 송영건(18·청주공고)과 박선아(20·경희대)는 국제대회 경험이 전무하고 대표 선수 12명 중 5명이 주요국제대회 입상 경험이 없다는 국제대회 경험 미숙은 약점이다.

1500m 고지대에서 강도 높은 체력 훈련으로 이번 아시안게임을 준비한 한국 태권도 대표팀의 면모는 오는 30일부터 확인할 수 있다.

◆ 두 대회 연속 노골드 복싱, 안방에서 명예회복 도전

한국 복싱은 아시안게임에서 최강이었다. 1986년 서울 대회 때는 전종목 석권이라는 대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2006년 카타르 도하 대회와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는 노골드에 그쳤다.

이처럼 한국 복싱의 위세가 크게 위축된 것은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의 전력이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1990년 베이징 대회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은 복싱 종목 1위를 달렸지만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이 참가하기 시작한 1994년 히로시마 대회부터 그 위세가 크게 위축됐다. 광저우 대회에서는 중국까지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의 강국은 카자흐스탄이다. 카자흐스탄은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 4개를 따냈을 정도다. 우즈베키스탄도 우수한 신체조건을 가져 카자흐스탄과 쌍두마차를 달린다.

복싱 49kg급에 출전하는 신종훈(25·인천시청)은 금메달에 가장 가깝게 다가선 선수로 평가받는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카자흐스탄 선수에 밀려 4강에 오르지 못했던 신종훈은 런던 올림픽 16강전에서도 1점차로 아쉽게 져 8강 진출이 좌절됐다.

하지만 신종훈은 "이젠 경험도 어느 정도 쌓였고 홈그라운드에서 열리는 만큼 각오가 남다르다"며 "열심히 해서 광저우와 런던 떄와 같은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런던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냈던 한순철(30·서울시청) 역시 60kg급 금메달 후보다. 이미 도하 아시안게임 은메달, 광저우 아시안게임 동메달을 차지한 그는 세번째 아시안게임에서 죽을 힘으로 경기에 임해 금메달을 따겠다고 벼르고 있다.

52kg급의 최상돈(25·영주시청), 56kg급의 함상영(19·용인대), 64kg급의 임현철(19·대전대), 69kg급의 구교성(21·한국체대) 역시 금메달을 목표로 샌드백을 두드리고 있다.

박시헌 복싱대표팀 감독은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와 인터뷰에서 "81kg급 김형규(23·한국체대)와 91kg급 박남형(23·상지대), 91kg 이상급 김도현(29·남해군청) 등 중량급 선수들도 메달이 가능한 재목"이라며 "하지만 카자흐스탄은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도 남자 10체급 가운데 7체급에서 결승에 올라 금메달 4개를 따냈다. 중국은 해볼만 하다"고 경계했다.

이어 박 감독은 "예전 우리 시절에는 12개 체급 모두 금메달을 따기도 했지만 아시아 복싱 수준이 전반적으로 많이 향상된데 비해 우리는 그 흐름을 타지 못하고 오히려 밑바닥까지 떨어졌다"며 "기필코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하나는 꼭 따겠다. 최선과 혼신을 다한 경기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seungyoonjo@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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