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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진화론, TV예능에도 살아 숨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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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진화론, TV예능에도 살아 숨쉰다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4.09.18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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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박영웅 기자] TV 예능프로그램에도 진화론이 존재한다. 우리나라 예능프로의 특성이라면 시청률 경쟁에 밀려 사라진 프로들이 무수히 많다는 점이다. 반면 시청률 경쟁과는 상관없이 끝없이 변신하면서 살아남은 진화를 기초로 한 프로도 존재한다. 이런 진화하는 예능프로는 우리나라 안방극장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들이다. 자칫 사라지는 예능프로의 난립으로 시청자들의 '좋은 프로그램을 봐야 하는 권리'를 빼앗아 갈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진화하는 예능프로는 우리나라 안방극장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려 주는 중요한 원동력이다.

▲ 예능에 군 문화를 도입하며 혁신을 일으킨 MBC '일밤-진짜 사나이' [사진=MBC 제공]

◆진화하는 예능프로그램

우리나라에서 '진화'하는 예능프로를 손꼽자면 역사적으로나 변신 정도를 고려할 때 대표적으로 MBC '일밤'과 '황금어장-라디오스타', KBS '해피선데이-1박2일',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 등이 있다.

이들 프로들은 생명력이 길다. 최근 시청률 싸움이 격화되고 있는 현실에서도 발전을 거듭하며 길게는 수십 년에서 짧게는 5년 이상 우리나라 안방극장 터줏대감 역을 하고 있는 프로들이다.

특이한 점은 이들 프로그램의 진화 방식이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지고 진행됐다는 점이다.

◆일밤-교과서적 진화론

'일밤'의 역사는 현재 방송되는 대한민국 예능프로 중 가장 오래됐다. 지난 1981년 3월 첫 전파를 탄 '일밤'은 무려 33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긴 역사 속에서 '일밤'은 무수히 많은 변신을 통해 진화를 거듭해 왔다.

초창기 꽁트 위주였던 '일밤'은 90년대 초반 주병진의 토크 형 개그로 새바람을 일으키며 초 절정기를 맞았다. 이후에는 공동 MC 체제의 도입, 공익성 프로그램으로서의 변신까지 2000년대 초반까지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위기도 있었다. 2000년대 중반부터 나타난 리얼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에 밀리기 시작하면서 무려 10여 년 가까운 시간 동안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한때 폐지론까지 나왔다.

'일밤'은 이런 위기를 다시 한 번 진화를 통해 헤쳐나갔다. 진화의 서막은 실제 예능과 군 문화를 합친 '진짜 사나이'였다. '진짜 사나이'는 그동안 방송사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군 문화와 예능의 결합이라는 참신한 콘셉트로 지금까지 큰 인기를 얻게됐다.

▲ 방송지상파 3사 육아프로그램 열풍을 주도한 일밤 '아빠 어디가'는 일요 예능 시작시각 경쟁의 최전선에 서 있었다. [사진=MBC 제공]

특히 시청률 4%대를 기록하던 '일밤'은 '진짜 사나이'의 힘으로 같은 시간대 시청률 1위를 무려 10여년 만에 찾아올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일밤'은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숙식하며 리얼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육아예능프로 '아빠! 어디가?'까지 내보내면서 인기 절정을 달리고 있다.

일밤의 '진화'의 힘은 매우 극적이고 교과서적이었다. 폐지 위기를 '진화'로 극복한 사례는 앞으로 방송될 많은 예능프로그램에게 좋은 참고자료가 될 전망이다.

CJ PD 출신 매그넘 오프스 이모 본부장은 "불과 2년 전만 방송가는 '일밤'이 곧 사라질 예능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며 "하지만 혁신과 진화를 거듭하며 '진짜 사나이', '아빠! 어디가?' 등을 기획하고 위기를 벗어났다. 이것이 진화 아니냐"는 의견을 내놨다.

▲ [사진=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 방송 캡처]

◆'황금어장-라디오스타' 기생 프로에서 주력 프로그램으로 진화

예능의 진화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황금어장-라디오스타'(이하 '라스')다. '라스'의 진화 방식은 특이하다. 서브 프로가 주력 프로를 대체한 양상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대 후반 시작된 MBC 수요예능프로 '황금어장'은 원래 강호동이 진행하던 '무릎팍도사'가 프로의 내용과 시간 측면에서 80% 이상을 차지하던 상황이었다. 상대적으로 '라스'는 방송시간이 20~30분 내외의 서브 프로에 불과했다.

하지만 상황이 뒤바뀌었다. 지난 2011년 강호동이 세금포탈 논란으로 방송에서 하차하면서 '황금어장'은 존폐위기에 몰렸다. 이 와중에 서브 프로였던 '라스'는 대대적인 변신을 통해 황금어장 2시간을 모두 소화하는 메인 프로로 올라섰다.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라스'는 시청자들로부터 '무릎팍도사'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으며 현재 대한민국 최고의 예능프로그램 중 하나가 됐다.

'라스'의 서브에서 주력 프로로의 변신은 분명 새로운 방식의 예능 진화임에 틀림없다.

이 본부장은 "'라스'의 변신은 기존부터 가지고 있던 역량의 효과 같다"며 "이 역량을 확장하고 성공적인 예능 프로로 거듭났다. 이 부분이 진화로서 설명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KBS 2TV '해피선데이'의 '1박 2일' 김주혁 [사진=KBS 제공]

◆'1박 2일', '런닝맨' '역사적 진화론', 그들은 살아 있다.

대한민국 예능프로의 진화를 말할 때 다른 프로를 모티브로 발전한 것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예가 KBS '해피선데이-1박 2일'과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이다. 이들 프로는 대한민국의 예능프로 혁신 혹은 인기 프로를 그대로 가져와 발전시키면서 진화한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우선 '1박 2일'의 경우 초반에는 리얼 예능프로그램의 원조 격인 MBC '무한도전'의 방식을 그대로 받아들여 프로를 진행했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무한도전'이 추구하던 프로젝트 위주의 리얼 예능이 아닌 멤버들의 역량과 장소가 중심이 되는 리얼 예능으로 한 단계 진화했다.

'1박 2일'은 이런 진화 능력을 바탕으로 현재는 원조 격인 '무한도전'의 시청률을 눌러버렸다. 원조보다 잘나가는 아류 리얼예능의 탄생을 알린 것이다.

▲ [사진=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 방송 캡처]

'런닝맨'도 비슷한 경우다. 이 프로는 예전 인기 예능을 모두 짜깁기한 듯한 형식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점차 '런닝맨'이라는 하나의 완성된 새로운 예능을 만들어 냈다. '런닝맨'에는 2000년대 초반 히트를 했던 MBC '강호동의 천생연분', SBS 게임 예능프로 X맨, SBS형 리얼 예능 '패밀리가 떴다' 등의 방식이 그대로 녹아들어 있다.

이처럼 두 프로는 '모방을 통한 창조'와 '혼합을 통한 변신'의 힘으로 대한민국 예능 프로 역사의 또 다른 진화론을 만들어냈다.

이모 본부장도 "'1박 2일'과 '런닝맨'은 잘 보면 비슷한 진화 형식을 갖춘 것"이라며 "이들 프로를 잘 살펴보면 이를 만드는 제작진은 예전부터 예능을 제작해 오던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들이 '모방'이라는 요소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진화는 '계속'돼야

앞으로도 대한민국 예능프로그램의 진화는 이어져야 한다. 예능프로의 진화는 시청자들에게 선택권 확대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 준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주의할 부분도 있다. 특히 모방형 예능의 경우 너무 비슷한 프로라는 인식을 탈피하기 위해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창조성이 들어가야 한다는 소리다. 만일 이런 노력이 없다면 이는 예능프로의 진화가 아니라 단순 모방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앞으로도 안방극장 예능프로그램들은 진화를 계속 해야 한다.

이모 본부장은 "우리나라 예능프로의 진화는 계속돼 왔고 지금도 이어져 왔다. 하지만 모방과 창조를 분명히 구분하고 예능프로를 업그레이드해야만 진정한 '진화' 아니겠느냐'며 모방과 창조의 경계를 분명히 해야 할 것을 지적했다.

dxhero@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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