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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인천 아시안게임 개회식 '영화처럼'...한국적 퍼포먼스 돋보였으나 연예인 중심은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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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인천 아시안게임 개회식 '영화처럼'...한국적 퍼포먼스 돋보였으나 연예인 중심은 아쉬워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4.09.20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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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오소영 · 사진 최대성 기자] 서사적 구성과 한국적 퍼포먼스는 돋보였으나, 연예인 중심의 연출은 아쉬웠다.

19일 오후 6시 인천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의 개회식이 열렸다. 이날 개회식 공연은 '아시아의 미래를 만나다'란 주제 아래 노래와 무용, 시 낭송 등 여러 구성으로 꾸며졌다. 임권택 총감독과 장진 총연출을 맡았으며 공연 예산만 239억원, 2700여명의 출연진이 투입됐다.

◆ ‘굴렁쇠 소녀’ 중심의 서사적 구성…장동건, 김수현 등장에 시선집중

이날 공연은 4개의 막으로 구성됐다. 1막 ‘아름다운 꿈의 시작’, 2막 ‘새로운 아시아, 희망의 노래’. 3막 ‘가족이 되고 친구가 된 아시아’, 4막 ‘오늘의 아시아, 하나의 미래’라는 주제였다.

이야기의 중심이 된 것은 ‘굴렁쇠 소녀’였다. 굴렁쇠를 굴리며 등장한 소녀(리듬체조 선수 김민 어린이)는 지난 88올림픽의 ‘굴렁쇠 소년’을 떠올리게 했다.

여기에 배우 장동건이 등장해 소녀의 굴렁쇠를 받아들었다. 흰색 수트를 입은 장동건이 굴렁쇠를 받는 모습은 경기장을 순식간에 영화 속으로 끌어들이는 듯했다. 그는 "우리는 아시아의 미래를 오래 전 과거에서부터 찾으려 합니다"라는 말로 1막을 열었다. 지금은 각자의 나라가 된 아시아 국가들이 과거에는 하나였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 배우 장동건과 굴렁쇠 소녀의 만남.

굴렁쇠 굴리기는 아시아의 화합을 상징했다. 숙련된 연기자가 아닌 굴렁쇠 소녀가 장동건에게 "정말 아시아가 하나였던 때가 있었을까요?"라고 묻는 장면에는 순수함에서 오는 울림이 있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성공으로 한류스타로 떠오른 김수현 또한 굴렁쇠 소녀와 함께 했다.

극 중간중간 다른 공연들을 넘어 두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굴렁쇠 소녀와 함께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는 일관된 등장으로 관중들이 하나의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줬다. 마지막 순서인 4막에서 이들은 하나가 된 아시아 사람들과 인천항에서 손을 흔들었다.

장동건과 김수현은 얼굴이 많이 알려진 스타라는 점에서 관중의 시선을 잡아끌 수 있었다. 이들이 등장할 때마다 관중의 환호로 아시아드 주경기장이 뜨거웠다.

▲ 조수미는 인천 지역 합창단과 '아리랑'을 선보였다.

◆ 고은 시인의 시낭송, 청사초롱 등 한국적 퍼포먼스 돋보여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한국적 퍼포먼스들이었다. ‘서편제’, ‘취화선’, ‘천년학’ 등을 연출한 임권택이 총감독한 만큼 한국적인 색채가 표현됐다.

한국을 표현하는 방법엔 여러 가지가 있다. 흔하게 다뤄지는 것이 ‘비빔밥’, ‘김치’와 같은 음식류나 ‘아리랑’ 음악이다.

이번 개회식에선 고은 시인의 등장으로 한국을 표현했다. 고은 시인은 전광판에 등장해 ‘아시아드의 노래’를 낭송했다. '아시아의 새로운 우정으로/여기 모여 아시아의 역사를 새로 여는 날/오늘을 노래하라' 글귀 등이 힘있는 음성으로 경기장 가득 울려퍼졌다. 한국을 대표해 노벨 문학상 수상 후보에도 여러 번 올랐던 고은의 시는 한국에 대한 소개를 따로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묵직하고 강했다.

▲ 인천 시민들이 LED의상을 입고 청사초롱을 표현한 '청사초롱 퍼포먼스'.

'청사초롱 퍼포먼스' 또한 특별했다. 인천 시민 200여명이 초록색과 붉은색의 LED의상을 입고 나와 거대한 청사초롱을 만든 모습은 전통적인 콘텐츠를 디지털적으로 표현해낸 무대였다. 까만 밤을 환히 밝히는 청사초롱은 그 자체만으로도 희망을 전달하는 한국의 전통적인 상징이다. 이는 다른 어떤 설명이 없이도 한국을 나타내주는 비주얼적 퍼포먼스였다.

이어 조수미가 '아시아드의 노래'를 부르고 수묵화 영상이 경기장 가득 펼쳐졌다. 이어 선곡된 곡은 ‘아리랑’이었다. 아리랑 자체는 한국 국제행사에 흔히 노래되지만 여기에는 조수미와 919명으로 구성된 인천 지역 합창단이 함께 했다는 점이 차별성이 있었다. 스타와 시민 합창단의 멋진 화음으로 경기장이 가득 채워졌다.

또한 인천의 역사 속, 설화 속 인물인 비류와 심청이 등장해 바다와 접한 인천 지역의 특징을 알렸다. 인천은 해안에 위치해 신문물이 처음 도입된 곳이다. 한국 최초의 우정업무가 시작된 곳이라든지, 인천국제공항 등 인천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며 노래와 춤을 섞어 무대를 구성했다.

▲ 자전거를 탄 우편 배달원은 인천에서 우정 업무가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 몰입 흐트러지는 중반부, 한류스타 중심 연출 지나쳐

아쉬웠던 부분은 몰입도가 높았던 초반에 비해 공연이 중후반으로 진행될수록 산만해졌다는 점이다. 굴렁쇠 소녀와 고은 시인 등은 혼자만으로도 집중을 받고 무대를 채우는 느낌이 있었다. 또한 이들은 한국과 아시아를 표현한다는 콘셉트가 뚜렷했다. 그러나 중반부로 흐르며 연기자들이 대거 나와  안무를 펼치며 인천을 표현하는 부분은 산만한 감이 있었다.

한류스타들이 지나치게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 또한 아쉬웠다. 물론 한류는 한국에 큰 영향을 주고, 많은 아시아인들이 한류를 통해 한국을 접하는 것은 사실이다. 스타라는 점에서 관중들의 시선을 잡아끌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출연에는 이유가 있었으나 퍼포먼스 끝까지 이들이 무대의 중심에 설 만한 역할을 했어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개회식의 마지막은 가수 싸이의 축하공연으로 끝냈다. 싸이는 메가 히트곡 ‘강남스타일’을 낸 바 있는 월드스타다. 그의 공연으로 개회식을 끝내는 것은 음악계 공연이라면 이해할 수 있는 구성이었으나 스포츠를 주제로 한 축제에 녹아들기는 어려웠다. 흡사 ‘음악축제’같은 느낌을 줬다. 축하공연에 노래와 춤이 빠질 수는 없지만 좀더 아시안게임이란 정체성을 확실히 한 후 마무리하는 순서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영화감독들이 개회식 공연을 연출한다는 말에 기대했던 부분은 스타의 출연이 아니라 좀더 영화적이고 미적인 구성에 대한 것이었다. 서사적인 구성과 한국적인 장치들은 있었으나, 성화 점화자가 배우 이영애라는 점과 더불어 개회식을 마친 후 기억에 남는 것은 한류스타들이었다. 이들의 출연은 이해는 가능했으나 연예인에게 초점이 지나치게 갔다는 생각을 떨치긴 어려웠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은 20일부터 본격적인 경기에 들어간다. 19일 개막식은 '아시아인의 스포츠 축제'의 문을 여는 무대였다. 앞으로의 16일이 정말 아시아의 축제가 될지는 주최 측의 일 처리와 선수들의 멋진 기량 등 복합적인 요소들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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