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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함부로 애틋하게' 100% 사전제작이 보여주는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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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포인트] '함부로 애틋하게' 100% 사전제작이 보여주는 빛과 그림자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07.29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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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원호성 기자] 블록버스터 영화의 제작비와 맞먹는 100억 원의 막대한 제작비와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는 100% 사전제작 시스템, 그리고 한류 톱스타 김우빈과 수지의 투톱 캐스팅에 '미안하다, 사랑한다'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의 이경희 작가까지.

제작 전부터 엄청난 기대를 모으며 제2의 '태양의 후예'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함부로 애틋하게'가 흔들리고 있다. 첫 방송부터 12.5%의 시청률로 산뜻한 출발을 보인 '함부로 애틋하게'는 2주차부터 시청률이 서서히 하강곡선을 그리더니 7회에서 처음으로 시청률이 10% 미만으로 주저앉고 말았다.

심지어 동시간대 시청률 1위마저 새로 시작한 이종석·한효주 주연의 MBC 수목드라마 'W(더블유)'에게 내주며 뚜렷한 하강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하지만 '함부로 애틋하게'의 이런 부진은 100% 사전제작이 보여주는 '그림자'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쪽대본과 밤샘촬영이 일상적인 한국 드라마 제작현실에서 100% 사전제작은 모든 드라마 관계자들이 동경하는 이상향이었다. 현재의 드라마 제작 시스템에서는 배우들이 감정을 잡고 연기를 준비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발연기'가 속출할 수 밖에 없었고, 카메라 앵글이나 편집 역시 큰 시간을 들일 수 없다 보니 드라마의 장면들은 대부분 인물들의 대화를 중심으로 한 얼굴 위주의 교차편집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당연히 CG나 미장센 등의 요소까지 고려하는 것은 그야말로 꿈과 같은 일이고 말이다.

그 대안으로 영화처럼 시청자들에게 공개되기 이전에 모든 이야기를 완성하는 100% 사전제작 시스템의 필요성이 오래 전부터 대두되어 왔지만 이는 여러 현실적인 문제로 쉽지 않았다. 그 대신 2000년대 초반부터 '다모'나 '추노' 등 여러 드라마들이 100% 사전제작까지는 아니더라도 초반부 분량을 확보한 뒤 방송이 시작되면 그 이후 분량부터 촬영을 개시하는 반사전제작 시스템을 통해 '생방송 드라마'가 되는 사태를 피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하지만 '반사전제작 시스템' 역시 뚜렷한 한계가 있었다. 결국 드라마 막바지가 되면 어쩔 수 없이 일정에 쫓겨 '생방송 드라마'로 전락하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CG 등 후반작업에 공을 들인 사전제작 분량으로 시청자들의 초반 시선을 사로잡는데는 성공하지만, 이후 촬영분량이 방송되면 드라마의 완성도가 급락하는 모습이 반복되곤 했다.

▲ KBS '함부로 애틋하게'는 100% 사전제작 드라마답게 영상미 등 기술적인 부분에서 월등한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지만, 정작 이야기에서 현재 시청자들이 원하는 트렌드를 잡지 못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 KBS '함부로 애틋하게' 방송화면 캡처]

이런 분위기 속에서 100% 사전제작 드라마로 2015년 등장한 KBS '태양의 후예'는 무려 4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는 높은 인기로 사전제작 드라마의 효용성을 입증했다. KBS는 '태양의 후예' 이후 '함부로 애틋하게'와 '화랑 : 더 비기닝', '구르미 그린 달빛'을 100% 사전제작으로 선보이며, SBS도 이영애와 송승헌 주연의 '사임당, 빛의 일기'를 비롯해 '보보경심 : 려'를 100% 사전제작으로 공개한다.

하지만 '태양의 후예'와 달리 100% 사전제작으로 제작된 '함부로 애틋하게'는 1회 이후 계속 시청률이 하락하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리고 '함부로 애틋하게'의 이런 부진은 아이러니하지만 100% 사전제작이 가지는 단점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100% 사전제작의 장점은 수없이 많다. '생방송 드라마'나 '쪽대본'에 대한 걱정도 없고, 마지막까지 촬영이나 편집 등에서 연출이 원하는 완벽한 영상미를 구현해낼 수도 있다. 실제로 '함부로 애틋하게'는 100% 사전제작 드라마답게 컷 하나도 평범하게 잡지 않으며, 완성된 드라마 역시 색보정을 거쳐 일반적인 TV 드라마의 날것의 질감이 아닌 영화처럼 통일된 색감으로 영상미를 높인다.

하지만 반대로 100% 사전제작은 시청자들의 피드백을 전혀 받을 수 없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함부로 애틋하게'의 경우 김우빈과 수지라는 투톱 배우의 캐스팅으로 인해 청춘의 발랄함이 묻어나는 통통 튀는 로맨스 드라마가 되지 않겠냐는 전망도 있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출생의 비밀'부터 음모와 복수, 신파가 깔려 있는 다소 올드한 느낌의 정통 멜로물이었다.

멜로물로서 '함부로 애틋하게'는 인물들의 감정선을 진지하게 이끌어가며 100% 사전제작 시스템이 가지는 장점을 살려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현재 시청자들이 '함부로 애틋하게'에 원하던 이야기가 이런 신파적인 멜로가 아니라 좀 더 밝은 이야기였다는 점이다. 이는 '함부로 애틋하게'에 비해 젊은 감각에 좀 더 맞춰낸 이종석과 한효주 주연의 MBC 수목드라마 'W'에게 시청자들이 보내는 열광에서도 드러난다.

만약 '함부로 애틋하게'가 반 사전제작 드라마였다면 중반 이후라고 해도 초반에 드러난 문제점들을 이야기에서 보완해 나갈 기회가 있었겠지만, 100% 사전제작으로 모든 촬영과 편집을 마친 지금은 이야기에서 다시 반등을 꾀할 여지를 찾기가 쉽지 않다.

KBS는 이미 올해 50% 정도의 분량을 사전에 촬영해 CG 등 특수효과를 강화한 '무림학교'를 통해 사전제작이 지니는 위험성을 경험한 바 있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코드를 전혀 짚어내지 못하고 이야기의 완성도마저 놓친 '무림학교'는 반 사전제작으로 1회 방송시점에 총 20부 중 8회까지 촬영을 마무리한 상황임에도 결국 4회나 조기종영 당하는 비극을 맛봐야 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시청자들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야 하니 100% 사전제작 시스템이 무의미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드라마를 생방송처럼 치열하게 촬영한다고 해서 올바른 피드백이 이뤄져 반등을 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으며, 100% 사전제작을 하며 생기는 문제점을 100% 사전제작으로 얻는 장점에 비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100% 사전제작을 위해서는 사전에 일반적인 드라마보다 한층 치열하게 시청자들이 원하는 콘텐츠와 트렌드를 파악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100% 사전제작이 단지 배우의 연기나 촬영, 편집, CG 등 기술적인 부분만을 위해서 시도되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100% 사전제작으로 만들어진 '함부로 애틋하게'의 부진은 기술적인 완성도는 잡았고 나름의 이야기 완성도도 잡았지만 정작 시청자들이 원하는 트렌디함을 잡지 못한 기획력의 실패로 기억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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