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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패자' 박경두, 은메달에도 미소지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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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패자' 박경두, 은메달에도 미소지은 이유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4.09.21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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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펜싱 남녀 동반우승 누구보다 기뻐"

[스포츠Q 이세영 기자] “한국 선수끼리 결승에서 만나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기뻤어요.”

첫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 문턱에서 아쉽게 주저앉은 박경두(30·해남군청)의 가슴 속에는 개인보다 조국이 자리 잡고 있었다.

박경두는 지난 20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에페 결승에서 정진선(30·화성시청)에게 9-15로 패해 은메달을 획득했다.

▲ 박경두(오른쪽)와 정진선이 20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에페 결승전을 마치고 태극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스포츠Q DB]

완패였다. 준결승에서 베트남의 티엔낫을 11-8로 힘겹게 꺾은 것이 결승에서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였다. 반면 정진선은 4강에서 싱가포르의 림웨이웬을 15-5로 가볍게 제압했다.

2009년 처음 국가대표팀에 차출됐던 박경두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에페 단체전에서 첫 메이저대회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는 이듬해 세계선수권대회 에페에서 동메달을 따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2년 전 런던 올림픽에서는 1라운드 탈락이라는 굴욕을 맛봤다. 우즈베키스탄의 루슬란 쿠다예프에 9-15로 져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던 것이다.

충격적인 패배에 마음이 무거웠지만 박경두는 다시 피스트 위에 올라섰고 올해 세계선수권대회 개인과 단체 에페에서 나란히 은메달을 수확했다. 더불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시안게임에서 펜싱은 하루에 예선부터 결승까지 치르고 경기 일정도 빡빡하기 때문에 휴식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따라서 이전 경기에서 힘을 덜 뺀 선수가 다음 경기에서 체력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 박경두는 비록 아시안게임 개인전 첫 금메달을 획득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조국의 금메달에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 사진은 20일 고양체육관에서 인천 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에페 준결승전을 치르고 있는 박경두. [사진=스포츠Q DB]

아쉬움이 짙게 남을 법도 했지만 박경두는 결승에서 정진선을 만나 기뻤다고 말했다. 시상식이 끝난 뒤 박경두는 “한국 선수끼리 결승전에서 만난 것은 뭐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뻤다”며 활짝 웃었다.

이어 “국제대회에서는 국가가 잘 되는 것만 생각하게 된다. 나와 (정)진선 형이 최고의 결과를 냈다고 생각한다”며 만족감을 표현했다.

아울러 박경두는 이날 결승에서 한국 선수들끼리 집안잔치를 벌인 것에 누구보다도 기뻐했다. 앞서 열린 여자 사브르 결승에서는 이라진(24·인천중구청)과 김지연(26·익산시청)이 만나 선의의 대결을 펼쳤다.

그는 “펜싱이 첫날부터 남녀 동반 우승을 하면서 스타트를 끊어 기분이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 박경두(오른쪽)가 20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에페 결승전이 끝난 뒤 열린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진=스포츠Q DB]

그렇다고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날 박경두를 응원하기 위해 멀리 전라남도 해남에서 가족들과 소속팀 동료들이 응원차 고양까지 올라왔다. 먼 길을 달려와 준 응원군에게 금메달을 안겨주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박경두는 “해남에 펜싱팀이 생겨 올해 이적을 했는데 많은 분들이 올라와 응원을 해주셨다”며 “개인적으로도 욕심이 났던 대회였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실력이 부족해서 진 것이고 나보다는 한국이 우승하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최고의 시나리오가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 개인전 첫 금메달로 영광을 누릴 수도 있었지만 박경두에게는 조국이 먼저였다. 조국이 금메달을 땄기에 박경두는 자신의 목표를 달성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syl015@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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