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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 왕언니' 정경미의 눈물, 부상 역경 이겨낸 2연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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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 왕언니' 정경미의 눈물, 부상 역경 이겨낸 2연패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9.22 2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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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kg급 결승서 북한 설경에 우세승…허리 통증 참아내고 금메달

[인천=스포츠Q 박상현 기자] 일반적으로 여자 나이 서른이라고 하면 긍정적인 것보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 부각되곤 한다. 집에서는 '왜 시집 안가느냐'고 채근당하기 일쑤다.

페미니스트에게 공격당하기 딱 좋은 얘기들이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경미(29·하이원)는 나이 서른에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유도로서는 환갑이나 다름없는 이립에 다시 한번 아시아 정상을 제패했다.

정경미는 22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유도 여자 78kg급 결승에서 적극적은 공격으로 설경(북한)으로부터 지도 2개를 이끌어내며 우세승을 거뒀다.

이로써 정경미는 4년 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2회 연속 유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 굴곡의 유도 선수 생활, 다시 한번 정상에 서다

유도선수로 30세가 될 때까지 현역으로 뛴다는 것은 여간 몸관리를 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힘겨루기를 해야 하는 종목이기 때문에 여자 유도 선수는 주로 20대 초중반, 심지어 10대 후반의 나이에 전성기를 맞기도 한다.

사실 정경미의 전성기도 20대 초반에 왔다. 2007년 세계유도선수권에서 동메달을 따며 두각을 나타낸 그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동메달을 따내며 단숨에 한국 여자유도의 에이스가 됐다.

또 2010년에는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일본선수 오가타 아카리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때부터 정경미라는 이름이 매스컴을 탔다. '왕비호' 개그맨 윤형빈이 동료 개그맨 정경미를 '국민요정'이라고 부르는 통에 동명이인인 그 역시 '유도요정'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어느덧 20대 후반의 나이가 된 그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1회전 탈락의 수모를 겪었다.

그럼에도 정경미는 굽히지 않았다. 정경미는 10년 동안 한국 여자유도의 에이스 역할을 자처하며 끝까지 매진했다. 남들은 은퇴를 생각할 나이지만 정경미만은 달랐다.

◆ 허리 끊어질듯한 통증 이겨낸 아시안게임 2연패

정경미는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후보로 평가받았지만 그는 계속 부상을 안고 뛰었다. 허리디스크는 런던 올림픽의 기억을 잊고 아시안게임 2연패에 매진하는 그를 계속 괴롭혔다. 국가대표 선발전 역시 허리 통증을 참아가며 치렀다. 지금은 그나마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컨디션이 100%라고 볼 수 없다.

노력하는 자에게 행운까지 깃든다면 어떨까. 정경미가 그랬다. 7명만 출전한 78kg급 경기에서 정경미는 1회전을 부전승으로 통과, 4강전과 결승전 두 경기만 소화하면 되기 때문에 체력을 아낄 수 있었다.

게다가 라이벌 우메키 마미(일본)가 설경과 8강전에서 지는 바람에 정경미는 한결 수월해졌다. 설경은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세계선수권 우승을 차지했지만 정경미도 지난해 4월 아시아선수권에서 설경을 꺾은 적이 있었기에 자신감이 있었다.

결국 결승에서 설경을 만난 정경미는 자신감을 갖고 몰아붙이며 4분 동안 지도 2개를 따냈다. 정경미 역시 지도 1개를 안긴 했지만 우세승은 정경미의 것이었다.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정경미는 그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한국 여자유도 아시안게임 2연패라는 새로운 업적을 남겼다. 오직 유도 하나만 바라보고 살았던 '진정한 유도인'에게 어울리는 영광이었다.

그리고 정경미는 서정복 감독을 얼싸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롤러코스터 같은 역경 속에 따낸 값진 업적이어서 더욱 감격적이었다.

정경미는 경기를 끝낸 뒤 조직위원회와 인터뷰에서 "허리디스크가 있었지만 재활을 많이 했다.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면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많았지만 이끌어주시고 잡아주신 서정복 감독님께 감사드린다"며 "다치지 않고 이겨서 다행이다. 끝까지 응원해주신 분들께 보답해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대결에서 이긴 것에 대해 정경미는 "설경은 내가 어려워하는 상대지만 평소에 대회에서 만나면 언니라고 부르기도 하고 대화를 많이 나눈다. 다른 선수들보다 정이 많이 간다"며 "체중을 잴 때 만나 서로 많이 힘들다고 얘기하기도 했고 선수촌 얘기도 나눴다"고 밝혔다.

◆ 개인전 마지막날 네 종목서 동메달 4개 수확

한국 유도는 22일 치러진 다섯 종목 가운데 정경미의 금메달을 제외한 나머지 네 종목에서 모두 동메달을 수확했다.

남자 90kg급의 곽동한(22·용인대)은 8강전에서 오트곤바타르 루카그바수렌(몽골)에 절반으로 져 금메달이 좌절됐지만 패자부활전 최종전에서 티무르 볼라트(카자흐스탄)에 우세승을 거둔 뒤 콤론소 우스토피리욘(타지키스탄)과 동메달 결정전에서 한판으로 이겼다.

남자 100kg급 조구함(22·용인대)과 100kg이상급 김성민(27·경찰체육단) 역시 동메달 결정전에서 승리,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또 여자 78kg이상급 김은경(26·동해시청)은 4강전에서 나미 이나모리(일본)에 한판으로 졌지만 동메달 결정전에서 나기라 사르바쇼바(키르기스스탄)을 한판으로 이기고 동메달을 차지했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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