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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챌린저] 유럽 텃세 찌른 '샤우팅 펜서' 김정환, 동메달로도 고별 피스트는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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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챌린저] 유럽 텃세 찌른 '샤우팅 펜서' 김정환, 동메달로도 고별 피스트는 빛났다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6.08.11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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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사브르 개인전 동메달…16강전서 애매한 심판 판정 넘고 유종의 미

[스포츠Q(큐) 이세영 기자] “그냥 목소리 큰 선수에게 점수 주는 거 아냐?”

11일(한국시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경기를 본 팬들이라면 한번쯤 이런 의문을 품었을 것이다.

경기 진행이 워낙 빨라 동시타가 많기에 두 펜서는 서로 자기가 점수를 냈다고 심판에게 강하게 어필한다. 득점 상황이 순식간에 발생하기 때문에 가장 가까이서 본 심판도 자체 비디오판독을 해야 할 정도다.

그만큼 심판의 주관적인 판단과 판정이 많이 들어가는 종목이 바로 사브르다. 유럽 국가들이 대세인 펜싱에서 외교력이 약한 한국 선수들이 종종 불이익을 보는 이유다.

한국 사브르 대표팀의 맏형 김정환(33‧국민체육진흥공단)의 동메달은 상대 펜서만큼 높은 벽인 심판을 넘고 획득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김정환은 이날 브라질 리우의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아레나 3에서 열린 2016 리우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동메달 결정전서 모이타바 아베디니(32‧이란)에 15-8 완승을 거뒀다.

4년 전 런던 대회 남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김정환은 자신의 2번째 올림픽 피스트에서 비록 목표인 금빛 찌르기에는 실패했지만, 개인전 동메달이라는 귀중한 성과를 얻었다.

김정환에게 이번 올림픽은 국가대표로서 출전하는 고별 무대였다.

리우에서는 종목 순환 원칙에 따라 사브르 단체전이 열리지 않기 때문에 김정환은 개인전에 온 힘을 쏟았다. 그저 땀 흘린 만큼 정당한 결과가 나오면 좋겠지만 김정환은 피스트에서 심판과도 싸워야 한다고 고개를 저었다.

리우로 떠나기 전 그는 “국제펜싱연맹(FIE) 회장이 러시아 사람이다 보니 유럽 국가 선수들에게 유리한 판정이 내려지고 있다. 양 쪽에 적색불과 녹색불이 켜지지만 누가 득점했는지 판정은 심판(주심)이 내린다. 주심의 권한이 워낙 세기 때문에 판정이 뒤집히는 경우는 별로 없다. 두 선수가 비슷한 타이밍에 서로를 공격했을 때(적색불과 녹색불이 동시에 켜졌을 때) 주심이 얼마든지 재량껏 판정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녹다운 라운드에서 심판과 신경전을 벌인 일이 있었다.

16강전에서 조지아의 산드로 발라제와 맞붙은 김정환은 경기 막판 연속 실점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선공이 득점으로 인정받지 못하자 심판에게 항의했다.

하지만 김정환의 어필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4-14, 1점만 내주면 8강 진출이 좌절되는 순간 김정환은 회심의 찌르기를 했다. 상대 선수의 불도 들어왔기 때문에 심판은 비디오판독을 실시했다. 마지막 포인트이기 때문에 으레 거치는 과정이지만 김정환은 초조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행여 상대 선수의 포인트로 인정될까봐서다.

다행히 심판은 김정환의 손을 들어줬고 김정환은 강력한 샤우팅을 했다. 8강 진출을 자축하는 외침인지, 애매한 판정으로 자신을 벼랑 끝까지 내몬 심판을 향한 분노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렇게 8강행을 확정한 김정환은 4강전, 3-4위전을 거쳐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플뢰레 전희숙이 석연찮은 심판 판정에 휘말려 중도 탈락한 상황에서 김정환이 국민들에게 낭보를 전했다. 유럽의 텃세를 꺾고 거머쥔 동메달이기에 마지막 올림픽 피스트에서 미련 없이 내려올 수 있는 김정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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