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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아 다르고 어 다른데, 여성 올림피언 향한 '말의 성찬'에 숨겨진 '슬픈 성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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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포커스] 아 다르고 어 다른데, 여성 올림피언 향한 '말의 성찬'에 숨겨진 '슬픈 성차별'
  • 이규호 기자
  • 승인 2016.08.12 2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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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나 왓킨스 "미디어가 대중들이 여성선수들 바라보는 시각 결정해"

[스포츠Q(큐) 이규호 기자] 며칠 전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중계한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이 정도가 지나친 성차별적인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켜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여성혐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국내 중계진의 이런 발언은 많은 지탄을 받았다.

외국 언론들도 예외가 아니다. 영국방송 BBC는 12일(한국시간) 올림픽을 보도하는 미디어에서 쏟아지는 성차별적인 발언들을 소개하면서 “여성 선수들에 대한 묘사가 매우 불쾌할 정도”라고 분석했다.

먼저 여자 선수들의 활약상을 남자와 비교해서 설명한다. 올림픽 공식중계방송사인 미국 NBC의 한 해설자는 여자 기계체조 선수 시몬 바일스(미국)가 이단평행봉에서 멋진 연기를 펼치자 “남자 선수들보다 높게 떠오른다”고 칭찬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여자 수영 3관왕에 오른 케이티 러데키(미국)를 “여자 마이클 펠프스”라고 언급했다. 또 다른 해설자는 SNS에 러데키와 나란히 여자 수영 3관왕에 오른 카틴카 호스주(헝가리)에 대해 “코치인 남편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다”는 글을 올려 논란을 빚었다.

경기력이 아닌 외모에 딴지를 거는 경우도 있다. 데일리메일은 여자 기계체조 엄마선수 옥사나 추소비티나(우즈베키스탄)에 대해 "분홍색과 흰 유니폼이 그의 피부색을 보완해주는데 실패했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지 더선은 육상 여자 100m 허들 선수 미셸 제너커(호주)에 대해 "몸매가 정말 좋다"고 노골적으로 묘사했다.

영국 방송통신대 캐스 우드워드 교수는 “미디어들은 여성 선수들이 남성의 지도를 받아 좋은 성적을 거두면 그것을 모두 남성 지도자의 공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많은 해설자들이 여성 선수를 여성(women)이 아닌 여자 아이(girls)로 표현해 어린애 취급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들은 사소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조정 여자 더블스컬서 금메달을 딴 애나 왓킨스(영국)는 “미디어가 대중들이 여성 선수들을 바라보는 시각을 결정한다”며 “의도적인 게 아닌 경우도 있지만 오히려 의식하지 못해서 더 걱정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최근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여성 선수를 설명할 때 언급되는 단어는 ‘나이’, ‘임신’, ‘결혼이나 미혼’ 등이 대부분이다. 반대로 남성 선수들은 ‘빠르다’, ‘강하다’, ‘위대하다’ 등이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여성을 묘사할 때는 외모나 옷차림, 개인적인 삶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됐다.

성차별적인 보도행태가 여전히 만연하지만 희망적인 부분도 있다. 바로 올림픽에서 여성 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BBC에 따르면 1964년 도쿄 올림픽 13.2%, 1988년 서울 올림픽 26.1%로 꾸준히 상승한 이래로 리우 올림픽은 45%를 기록했다.

왓킨스는 "10~20년 전만 하더라도 여성스포츠에 대해 언론이 다루기만 하면 그저 기뻐했다"며 "전체적으로 더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누군가가 성차별적인 발언을 하는 지도 분별할 수 있는 능력도 생겼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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