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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현장Q] K리그, 변화를 원한다면 시선을 가까운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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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현장Q] K리그, 변화를 원한다면 시선을 가까운 곳으로
  • 강두원 기자
  • 승인 2014.01.24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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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축구산업교류 포럼···J리그 지역밀착 성공사례 부각

 [300자 Tip!] 지난해 30주년을 맞은 K리그는 그간 아시아클럽무대를 가장 많이 제패하는 등 경기력에선 아시아에서 가장 수준 높은 리그로 자리를 잡았다. 지금은 해외에 나가 있는 기성용, 지동원, 구자철 등은 모두 K리그에서 기량을 닦은 후 유럽에서 뛰고 있다.  K리그로선 지난 30년간 풀지 못한 숙제가 있다. 바로 '어떻게 하면 보다 많은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도록 만들 것인가?'라는 화두다.  관중과 수익 확대를 통한 안정적인 성장모델에 대한 질문이다.

[스포츠Q 글·사진 강두원 기자] 매년 K리그가 시작할 때마다 무수히 묻고 또 묻는 이 물음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K리그는 물론 이웃 나라 일본 프로축구 J리그 구단이 한데 모인 교류의 장이 마련돼 연초 큰 관심을 끌었다. 지난 23일 서울 한양대학교 백남학술정보관에서 열린 '한•일 축구산업교류 포럼'이 그 현장이었다.

이 포럼에서 논의된 화두는 시즌을 준비하는 국내 프로축구계에도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초청사인 경향신문사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이 공동 주관한 이번 포럼의 취지는 한국 프로축구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자 프로축구 및 구단 관계자, 축구 지도자와 그밖에 다양한 스포츠 관련업계 종사자들이 모여 K리그 구단 및 일본 J리그 구단의 성공사례 등을 듣고 함께 발전적인 대안을 찾아보자는 것이었다.
 

▲ 지난 23일 한양대 백남정보학술관에서 한•일 축구산업교류 포럼이 열리기에 앞서 기념 촬영하고 있는 K리그와 J리그 관계자들.

◆ '지역민에 집중하는' J리그 성공사례들

J리그에서는 반포레 고후FC 우미노 가쓰유키 회장, 산프레체 히로시마FC 오리타 히데카쓰 강화부장, 시미즈 S펄스FC 하라 야스시 강화부장, 마쓰모토 야마가FC 오쓰키 히로시 사장이 참석해 각 구단의 성공사례를 전했다. K리그에서는 포항의 '스틸러스 웨이 프로젝트'를 만든 손성욱 포스코경영연구소 상무와 FC서울 이재호 마케팅팀장이 해당 구단의 마케팅 방안을 소개했다.

포럼에 참석한 많은 청중은 K리그보다 출범이 10년 늦었지만 가파른 성장동력을 보이고 있는 J리그 구단의 성공사례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항상 만원 관중으로 꽉 들어찬 우라와 레즈의 예처럼 J리그만이 가진 특별한 무언가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가장 먼저 발표에 나선 반포레 고후는 창단 초반 관중이 고작 600여 명에 불과하고 매년 적자에 시달리는 작은 클럽에 불과했지만 지역단체 및 기업, 심지어 작은 업체의 대표에게까지 지원을 부탁하고 구단 선수들에게 휴식시간을 이용한 지역공헌사업을 하도록 유도해 지역민들에게 신뢰감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또한 원정응원단이 많은 구단과 상대할 때는 원정응원단으로 인해 지역민들이 경기장에 들어오지 못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보다 규모가 큰 경기장을 빌려 경기를 치르는 등의 아이디어를 실행하기도 했다. 그리고 유니폼과 경기장 내 곳곳에 스폰서를 유치하고 스폰서 기업에서는 고후 구단의 경기티켓을 복리후생의 차원으로 지급하며 경기장으로 유도하는 마케팅방식을 추진해가면서 지역민에게 가깝게 다가가고자 했다.

시미즈 S펄스 구단은 구단의 총 수입이 J리그 1부의 모든 구단의 평균 수입과 대동소이하지만 특이한 점은 총 수입 중 18.1%를 차지하는 입장료 수입과 12.6%의 스쿨·풋살 수입, 12.1%의 구단관련 상품 판매 수입이다.

시미즈 구단은 홈구장 관중석에 지역교류응원석을 별도로 운영해 많은 지역민을 경기장으로 끌어들이고 펄스 짱 클럽이라는 자원봉사단체를 구성해 매 경기마다 약 65명의 지역민이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는 등 연간 1천300명이 참가하고 있다. 시미즈 구단 역시 지역교류사업의 일환으로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직접 지역유치원과 보육원을 방문하거나 구단 치어리더인 '오렌지 웨이브'와 함께 지역축제에 참가하면서 지역민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창단 10년차인 마쓰모토 야마가 구단은 스폰서조차 없이 시작한 시민구단으로 구단 서포터스 역시 2003년 단 5명의 인원으로 시작하는 등 굉장히 열악한 구단이었지만 안정적인 경영과 함께 지역과 함께 발전하기 위한 지역공헌사업을 실시해 꾸준한 발전을 이룩했다고 밝혔다.

특히 자원봉사자를 지속적으로 모집해 2005년 평균 자원봉사자수가 13명에 불과했지만 2013년에는 111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또한 마쓰모토 구단은 관중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목적으로 극장과 같은 스타디움 분위기를 조성하고 육성 및 강화조직을 확립해 다각적인 방송권과 값비싼 선수에게 의존하지 않고 지역밀착의 경영과 인재육성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발표에 나선 J리그의 구단들이 공통적으로 들려준 메시지는 구단이 위치한 지역과 지역민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가라는 것이었다.

성공사례들은 지역민들과 함께 이벤트를 실시하거나 지역민들을 자원봉사자로 초청해 지역구단에 위해 활동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유치원 혹은 초등학교에 축구교실을 열어 어린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치고 구단에 관심을 갖게 만든다. 지역 기업들을 구단의 스폰서로 끌어들이기 위한 끊임없이 노력하고 유치시켜서 구단의 수입도 발생시키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킨다.

J리그 구단 발표자들은 "나아가 유소년 정책을 강화하고 클럽의 철학에 맞는 인재를 꾸준히 영입하고 육성시켜 구단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강조했다.

산프레체 히로시마는 구단 강화부의 중점적인 역할과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히로시마는 클럽(구단)이 장기적인 프로세스를 가지고 지역에 사랑받고 공헌하는 클럽을 만드는 것에 집중한다면 팀(선수단)은 승리와 선수육성 같은 중·단기적인 역할에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강화부는 그 사이에서 매력적인 팀을 형성하기 위해 클럽과 팀의 철학에 맞는 인재를 선발하고 구단 아카데미 내에서 선수육성은 물론 구단 자체의 축구교실을 개설해 축구경기를 보급하는데 일임하고 지역이벤트에도 참가시켜 후에 장기적 시야에서 장래성있는 선수를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로 인해 1993년 히로시마 유스팀이 창설된 이래로 약 180명의 졸업생 중 프로선수가 45명이 배출됐다. 올해는 히로시마 구단에서 9명이 등록됐고, 전국 대회에서도 9번 우승을 차지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발표가 끝난 뒤 일부 청중은 “저게 전부야?” “뭐 대단한 게 있는 건 아니네" 하는 등의 반응을 보였지만 J리그 구단이 들려준 성공사례들은 간단하면서도 사실 우리가 놓치고 있던 것이었다. 한 마디로 구단의 발전방향을 먼 곳에서 찾지 말고 바로 구단이 위치한 지역에 집중해 발전방향을 모색하라는 것이었다. “연고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역민들에게 보다 획기적인 마케팅 사업을 벌인다면 지역민들이 경기장을 찾게 되고 관중은 분명 늘어날 것이다”라는 주장이었다. 

 ◆ 지역 팬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야

J리그 구단의 성공사례와 같은 방식을 취하고 있는 K리그 구단이 포항 스틸러스와 FC서울이었다.

포항은 관중을 불러 모으기 위한 방법으로 지역 축구팬들이 무엇을 원하는 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분석과 관찰을 통해 ‘스틸러스 웨이(Steelers Way)’ 라는 개선책을 마련했다. 실천을 통해 관중들이 원하는 경기를 펼치자 2007년 평균 5천명에 불과하던 관중이 2009년 1만1600명으로 급상승했다. 경기력 또한 좋아져 지역 축구팬들에게 사랑받는 구단이 됐다. ‘스틸러스 웨이'에 포함된 개선책 중 일부는 프로축구연맹에서 차용하는 등 다른 구단에게도 모범사례로 꼽히게 됐다.

FC서울도 관중에게 한 발 더 다가가기 위해 경기장에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데 주력했다. K리그 구단 최초로 멤버십 제도를 시행해 팬들의 정보를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한 홍보를 통해 팬들의 눈높이에 맞춘 전략을 시행해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한경기 최다 관중기록을 세우는 등 인기 구단으로의 명성을 이어 나갈 수 있었다.

포럼에 참가했던 K리그 챌린지 FC안양의 구단관계자는 "우리와 같은 2부리그에서 뛰고 있는 마쓰모토 야마가FC의 발표가 굉장히 인상 깊었다. 마쓰모토 구단과 팬이 한 가지 목표를 가지고 구단을 발전시켜 나가는 모습과 팬이 중심이 되고 팬들과 함께 구단을 만들고자 하는 마쓰모토 구단의 올바른 경영관점은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보다 착실한 준비과정을 통해 K리그 챌린지가 출범했다면 순조롭게 발전하고 있는 J리그처럼 경쟁력있는 리그로 나아가는 데 큰 밑거름이 되지 않았을까 하며, 구단과 연맹, 팬 모두가 K리그의 발전을 위해 한 마음, 한 뜻을 모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포레 고후의 우미노 회장은 “적자 경영이 이어지고 스폰서가 붙지 않아 관중이 줄어들면 팀 력의 약화로 이어진다. 먼저 구단을 안정적으로 운영해 스폰서를 유치하고 관중이 늘어나면 팀전력은 저절로 강화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FC서울 이재호 팀장은 “관중이 없는 구단은 존재할 가치가 없다” 고 의미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이번 포럼은 K리그 구단들도 발전을 위해 맹목적인 성적지상주의를 버리고 많은 연고지 시•도민들에게 관심을 갖고 다양한 이벤트와 마케팅, 홍보활동을 벌여 그들이 관중석을 가득 채울 수 있도록 실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됐다.

[취재후기] 발표 내용도 좋았지만 젊은 대학생의 청중 참여가 두드러진 게 인상 깊었다. 행사장에 좌석이 모자라 단상 앞쪽에 의자도 없이 앉아서 발표를 경청하는 모습을 보면서 K리그 구단 관계자, 지도자, 선수, 서포터스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 이들과 같은 축구팬들의 열정에 '응답'해야 한다는 걸 되새길 수 있었다.

kdw0926@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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