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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챌린저] 첫 메달로 편견 허문 여성레슬러 말리크, '인도의 딸'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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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챌린저] 첫 메달로 편견 허문 여성레슬러 말리크, '인도의 딸'이 되다
  • 이규호 기자
  • 승인 2016.08.19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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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 가장 보수적인 지역에서 태어나…말리크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

[스포츠Q(큐) 이규호 기자] 여성 레슬링 불모지 인도에서 태어난 샤크시 말리크(24)가 불평등을 이겨내고 조국에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첫 메달을 안겨다줬다.

말리크는 18일(한국시간) 벌어진 리우 올림픽 레슬링 여자 자유형 58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아이술루 티니베코바(키르기스스탄)를 8-5로 꺾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5-0까지 뒤지면서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5-5까지 따라잡은 뒤 경기 종료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3점을 획득하면서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영국방송 BBC에 따르면 말리크는 “내가 인도에 올림픽 메달을 가져다주는 첫 번째 여성 레슬링 선수가 될 줄 꿈에도 몰랐다”며 “이 동메달은 12년 레슬링에 헌신한 결과물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나 자신을 믿으면서 최선을 다했다”라고 말했다.

리우 올림픽에서 인도가 따낸 첫 메달이었다. 올림픽에 출전한 인도 여성 선수로는 4번째로 메달을 획득했다.

말리크는 12세 때부터 레슬링을 시작했다. 레슬링 선수 출신 할아버지를 롤모델로 삼았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부모도 말리크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말리크가 태어난 하리야나 주는 인도에서 가장 보수적인 지역 중 하나다. 높은 여아 낙태율로 성비 불균형이 가장 심한 곳이다. BBC에 따르면 하리야나 지역 사람들은 말리크에게 레슬링을 시킨 부모를 비난했다. 딸이 잠재적인 구혼자들에게 바람직한 결혼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환경도 열악했다. 인도는 1990년대 중반부터 여자 레슬링이 도입됐고 여자 선수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하리야나에서는 2002년까지 남자 선수들과 훈련하는 것이 금지됐다. 말리크는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묵묵히 땀을 쏟았다.

그리고 말리크가 올림픽에서 메달을 땄다는 낭보가 전해지자 그토록 반대하던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달라졌다. 아버지 수쿠비르 말리크는 BBC를 통해 “말리크가 인도 전체에 알려졌다”며 “사람들이 우리 집 바깥에서 말리크가 메달을 딴 순간부터 축하해주고 있다”고 기뻐했다.

인도 전역에서도 SNS를 통해 말리크에게 축하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그를 ‘인도의 딸’이라고 부르며 격려했다. 다른 SNS 이용자들 또한 “말리크는 여자가 약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했다”, “인도 사람들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줬다”고 찬사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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