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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리우 올림픽 10대 정치적 사건, 남북한 체조선수 '위대한 몸짓' 으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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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이슈] 리우 올림픽 10대 정치적 사건, 남북한 체조선수 '위대한 몸짓' 으뜸
  • 안호근 기자
  • 승인 2016.08.21 2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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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가 꼽은 올림피아드 '정치적 명암'들

[스포츠Q(큐) 안호근 기자] 세계 200여국에서 1만 명이 넘는 선수들이 참가한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다양한 나라에서 참가한 만큼 정치적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20일(한국시간) 폐막을 앞둔 리우 올림픽을 돌아보며 ‘차별 없이 평화와 화합을 도모하자'는 올림픽 정신에 부합하거나 이에 위반된 10대 정치적 사건을 선정했다.

워싱턴포스트가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지구촌 유일한 분단국인 한국과 북한의 두 기계체조 선수의 ‘셀피(셀프카메라 사진)’. 지난 7일 한국 이은주는 여자 체조 예선을 마친 후 북한 홍은정에게 함께 사진을 찍자고 권했고 홍은정이 이를 흔쾌히 수락했다.

▲ 워싱턴포스트가 20일 남한과 북한의 체조선수 이은주(오른쪽)과 홍은정이 함께 사진을 찍은 장면을 2016 리우 올림픽 10대 정치사건의 첫번째로 꼽았다. [사진=이안 브레머 트위터 캡처]

이후 해외 언론에서는 이를 비중 있게 다뤘고 워싱턴포스트는 “한반도는 아직 휴전 중이지만 남북의 두 선수가 작은 평화를 만들어냈다”며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위대한 몸짓’이었다고 높게 평가했다”고 전했다.

테러 위협 등으로 인해 서구와 이슬람 사이의 불신이 깊어지는 가운데 큰 울림을 준 사례도 있다. 미국 여자 검객 이브티하즈 무하마드는 미국인 최초로 올림픽에 히잡을 착용하고 출전했다. 그는 여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무하마드는 무슬림의 입국 금지 등으로 논란을 일으킨 미국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 “그의 발언은 매우 위험하다”며 “미국에서 태어나고 뉴저지에서 자랐다. 또 다른 고향이 없다. 나의 가족도 마찬가지다. 난 어디로 가야 하나”라고 일침을 날렸다.

내전이 진행 중인 남수단, 시리아, 에티오피아 등의 선수들이 포함된 올림픽 사상 첫 난민대표팀의 참여도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10명 중 한 명도 메달을 수확하지 못했지만 워싱턴포스트는 그들의 의미 있는 도전에 주목하며 ‘진정한 챔피언’이라고 치켜세웠다.

조국에 대한 넘치는 애국심을 보여준 쿠웨이트 사격의 페하이드 알디하니도 눈길을 끌었다. 그는 자국 올림픽위원회가 지난해 10월 IOC로부터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아 대회 출전이 어려워지자 올림픽 독립 선수 자격으로 나섰다.

IOC는 무하마드에게 쿠웨이트 국기가 아닌 IOC 깃발을 들고 입장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그는 “나는 쿠웨이트 군인으로서 오직 쿠웨이트 국기만 들 수 있다”고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 그는 사격 남자 더블트랩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쿠웨이트의 위상을 높였다.

감동적인 장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중동에서도 사이가 안 좋기로 유명한 레바논과 이스라엘 선수단은 버스 동승을 두고 다툼을 일으켰다. 레바논 선수들은 지난 6일 개회식 장소인 마리카낭 주경기장으로 향하는 셔틀버스에 올라탔고 이스라엘 선수들이 동승하려고 하자 선수단장이 이를 막아섰다. 이스라엘 측은 “적대적인 행동”이라며 비난했지만 레바논은 “작은 충돌이었을 뿐”이라고 해명하며 문제가 잘 해결됐다고 밝혔다.

또 미국과 러시아의 도핑을 둘러싼 신경전도 있었다. 수영 여자 평영 100m 우승자 미국 릴리 킹은 2차례 도핑 전력이 있는 러시아 율리야 예피모바에 대해 비판했다. 이를 두고 예피모바는 “나는 냉전이 오래전에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대회에서 다시 살아난 것 같다”고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이집트 유도 선수 엘 셰하비는 상대로 만난 이스라엘 오르 새슨의 악수를 거부해 자국 올림픽위원회로부터 귀국조치 명령을 받았다. 셰하비는 유도 남자 100㎏ 이상급 32강에서 한판패로 탈락하자 먼저 손을 건넨 새슨을 뒤로하고 그대로 퇴장했다.

새슨은 “그가 그런 행동을 할 것이라고 생각해 놀라지는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그 이상 아무 것도 말할 수 없다. 그의 결정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호주 선수들 간의 언쟁도 화제가 됐다.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금메달리스트 맥 호튼은 결승전을 앞두고 2014년 금지 약물 양성 반응을 보였던 라이벌 중국의 쑨양을 ‘약물 복용자’라고 비판했고 중국 언론은 즉각 사과를 요구했다. 쑨양은 호튼에 이어 2위를 기록, 2연패에 실패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무엇보다 가장 큰 걱정을 안긴 것은 브라질의 내부 상황이다. 여기에는 혼란스러운 브라질의 정치상황도 반영돼 있었다. 브라질에서는 올림픽을 앞두고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퇴진 요구가 잇따랐고 개회식에 나선 그에게는 야유가 쏟아졌다.

개막 후에도 그러한 움직임이 지속되자 브라질올림픽위원회는 올림픽 시설 내 정치적 시위를 금지했다. 이에 이러한 행위를 하는 관중을 자리에서 내쫓으며 논란을 가중시켰고 브라질이 올림픽 정신을 훼손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세계적인 모델 지젤 번천의 등장으로 화제를 모았던 개회식 장면도 많은 논란을 낳을 뻔 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번천에게 해변에서 강도짓을 벌인 흑인 소년의 영상이 사전 리허설에 등장했다. 이후 번천이 자비를 베푸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비판이 일자 결국 개회식 때는 이 영상을 제외시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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