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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익래 SUS패션연구소장의 '패션 시장 위기 돌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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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익래 SUS패션연구소장의 '패션 시장 위기 돌파법'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4.09.26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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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도 스스로의 마음을 모르는 시대 “빅데이터로 소비자의 마음을 읽어라”

[스포츠Q 글 오소영 · 사진 노민규 기자] 조익래 소장은 ‘패션’ 분야에서 일한 지 35년째다. 10년 동안은 코오롱에서 일했고 이후 ‘SUS패션 연구소’를 만들어 20년째 이어 오고 있다. 주로 패션 시장 동향을 연구해 기업의 브랜드 진출과 시장 확대를 돕는다.

지난 12일 ‘제7회 글로벌 패션 포럼’을 앞둔 미디어데이에서 조익래 소장을 만났다. 패션계의 베테랑인 그가 생각하는 ‘현 패션계의 문제점’과 타파 방법을 들었다. 그는 패션 기업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효율적으로 현 문제를 이겨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 '팔릴 만한 것만 만드는' 현 패션 시장, 모든 측면에서의 우수성 필요

- 요즘 패션 시장의 모습은.

▲ 예전엔 제품을 잘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다 90년대부터 판매의 시대로 접어들고, 98년도경 IMF를 겪으면서 ‘팔릴 만한 것만 만드는’ 모습이 현재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다. ‘자라(ZARA)’같은 SPA브랜드가 잘 팔리는 걸 보고 한국도 SPA브랜드를 만드는 식이다.

- 기업이 자기 주도적으로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인가.

▲ 과거엔 생산력, 판매력 등 장점 몇 가지만 있으면 기업이 성공했다. 지금은 생산, 판매, 마케팅, 홍보 등 모든 분야에서 전문가 수준을 갖춰야만 지속적인 성공이 가능하다.

기업이 모든 면을 갖추기는 쉽지 않다. 경영에서 많이 나오는 얘긴데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이 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작기 다르다”는 톨스토이의 소설 구절이다. 이를 진화시키면 '성공한 기업은 다들 비슷하지만 실패한 기업은 제각기 실패 요인을 안고 있다'는 뜻이 된다. 인재가 없거나 자금력이 부족할 수도 있고 조직력, 마케팅, 홍보력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 문제점 해결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빅데이터 활용'

- 이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이때 비용 대비 효과적인 방법이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거다. 모든 부분을 다 잘하는 데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도구다. 국내에서의 발전뿐 아니라 세계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도 빅데이터는 반드시 필요하다.

빅데이터의 중요성이 커지기 이전에도 소비자를 분석해 보고자 하는 시도는 있어 왔다. 이전엔 고객의 데이터를 분석하려는 거였다면 빅데이터는 보다 내부와 외부 데이터 간을 연결하는 게 중요해졌다. 큰 데이터를 통해 전체 시장의 흐름을 보고, 내부의 작은 데이터와 합해 타깃을 선정하는 거다. 현재 국내 기업들이 빅데이터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한 상태다. 그러나 왜 중요하고 어떤 식으로 활용할지에 대해선 잘 모르고 있다.

-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것과 활용하지 않는 것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

▲ 35년간 일하면서 25년간 시장조사 결과 데이터를 다뤘다. 1500~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하지만 대표성에 대한 문제가 있다. 이론적으론 신뢰도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거다. 빅데이터는 많은 것을 나타내줄 수 있는 개념이기 때문에 이런 한계를 해결할 수 있다.

지금은 소비자도 스스로의 마음을 모르는 시대다. 예전엔 어떤 옷을 사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옷을 샀다면 지금은 충동적으로 옷을 사는 경우가 많다. ‘마음에 들어서’ 샀다는데 그 이유를 분석하는 게 쉽지 않다. 이런 면에서 기업은 소비자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데 한정된 데이터로는 안 된다. 애플이나 구글같은 기업은 소비자의 마음을 읽었기 때문에 잘 된 사례다.

 

- 빅데이터 활용을 하는 방법은.

▲ 정부가 데이터를 열어놓는 등 곳곳에 빅데이터가 많다. 지혜롭게 활용한다면 활용성 대비 적은 비용으로 많은 분석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패션기업 중엔 영세하거나 작은 규모가 많다, 이런 회사들이 빅데이터를 활용할 때 기술적인 면에서 두려움을 느끼거나 어려워하는 부분들이 있는데 적은 비용 대비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조심해야 할 부분은 외부적인 데이터에만 의지하는 게 아니라 회사 내부에서 운영하는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정리 역시 해야 한다는 점이다. 내부, 외부 데이터가 결합됐을 때 제대로 기능한다.

- 실제로 빅데이터 활용을 해봤더니 뭐가 달랐나.

▲ 예를 들어 우리는 흔히 ‘패션은 감성이다’라고 말하는데 빅데이터 분석으로서 그 문장을 검증하는 식이다. 최근 시장 조사를 해봤더니 예상했던 결과가 나오기도 했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내용이 나오기도 했다. 평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개념들을 좀더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고, 혹은 사실일까? 궁금했던 부분을 풀어줄 수 있다.

 

◆ "한국인은 감각적인 민족" 해외 진출 기회 많아지며 한국 디자인의 우수성 알릴 것

- 해외 진출에는 빅데이터뿐 아니라 디자인적 능력도 중요하다. 얼마 전 뉴욕 패션위크에서 열린 ‘컨셉 코리아’ 등 한국 디자이너들이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데.

▲ 20~30대 디자이너들이 해외에 나가 활동하고 있지만 지금 세대들의 능력이 과거와 비교해 월등히 높아졌다기보다는 시대적 흐름에 따른 것이다. 오늘날 경제규모가 나아지고 ‘한류’가 일어나면서 디자이너들 역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거다. 60~70대의 디자이너 선배들 역시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시대적인 한계로 해외에 못 나갔던 경우다.

한국인은 감각적이고 감성적인 민족이다. 해외와 비교해봤을 때 한국인들은 타고난 감각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유전적으로 디자인에 뛰어나다. 사계절이 뚜렷하다든지, 경제·사회적 발전 속도가 급했다든지, 여러 사회 문화적인 배경이 있다. 외국인들이 지금 와서 봐도 우리의 전통유산의 아름다움을 보고 놀라는 것과 같은 이유다.

▲ 지난 9일 뉴욕 패션위크에서 '컨셉 코리아' 행사가 열려 한국의 패션 문화를 알리는데 앞장섰다. 조익래 소장은 한국인의 타고난 감성과 젊은 디자이너들의 약진 등 '패션 한류'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빅데이터의 활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Dan Lecca 제공]

- 앞으로 더욱 기대해 봐도 좋다는 얘긴가.

▲ 젊은 디자이너들은 지금의 선배들보다도 더 큰 곳에서 꿈을 펼칠 수 있을 거다. 1980년대에 해외 출장을 가면 서울이 어딘지부터 얘기해야 했다. 그 정도로 한국의 인지도나 영향력이 약했다. 이젠 그런 면에서 좋아졌고 평균 이상의 감성적 유전자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럴 때 정부 차원이나 패션협회에서도 뒷받침한다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거다.

또한 글로벌적으로 한국 패션이 크기 위해서는 지금 국내 기업보다 외국 브랜드가 인기가 많아 우리 시장을 가져갔다고만 볼 게 아니라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지금은 성공 전략을 해석하고 그에 대응하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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