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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차태현① "'슬로우 비디오'는 지금 나이라 할 수 있었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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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차태현① "'슬로우 비디오'는 지금 나이라 할 수 있었던 작품"
  • 오소영 기자
  • 승인 2014.09.27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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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자 Tip!] 영화 ‘슬로우 비디오’는 동체시력이 뛰어나 남들이 못 보는 찰나까지 잡아내는 남자 여장부(차태현 분)와 그의 초등학교 시절 첫사랑 봉수미(남상미 분)의 이야기다. 자신의 장점을 살려 CCTV관제센터에서 일하는 장부가 수미를 다시 만나게 되며 일어나는 일들을 따뜻하게 담아냈다. 2012년 개봉한 ‘헬로우 고스트’의 김영탁 감독이 차태현과 또 한번 작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10월 2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기사 본문에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스포츠Q 글 오소영 · 사진 노민규 기자] '슬로우 비디오'의 VIP시사회 다음날인 23일 차태현을 만났다. 그는 관객 반응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태껏 시사회 한 후 처음 보는 반응인데요. 너무너무 잘 만든 영화라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저는 그냥 킥킥거리면서 볼 수 있는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좋아하니까 더 모르겠더라고요. 차라리 ‘재밌다’ 한 마디가 낫지. 너무 좋다는 게 뭘까요?”

 

◆ “‘슬로우 비디오’는 나이가 들었기에 할 수 있었던 작품”

‘슬로우 비디오’엔 빠르거나 자극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는다. 거기서 오는 잔잔함이나 신선함 때문에 출연하긴 했지만 보고 나서는 차태현 본인에게도 조금 심심했다.

“뭔가 더 빠르고 긴박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예능 프로그램에 자막이 없으면 못 보는 것처럼요. 자막이 있고 빠르게 돌아가는 것에 익숙하니까. 사실은 예전엔 자막 없이도 잘만 봤는데 거기 익숙해지니까 예전이 참 낯설게 느껴져요.”

1995년 KBS드라마 ‘젊은이의 양지’에서 첫 선을 보였으니 올해 데뷔 20년차다. ‘슬로우 비디오’는 그에게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선택할 수 있었던 작품이다.

“영화를 본 (홍)경민이가 ‘나이드니까 좋다’ 한 마디 하더라고요. 만약 젊은 나이에 이런 시나리오를 받았다면 출연했어도 지금같은 느낌은 받지 못했을 것 같아요.”

차태현은 뛰어난 동체시력을 가져 극중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등장한다. 적극적이지 않은 성격의 캐릭터라 대사보단 내레이션이 많았다. 이 내레이션을 녹음하면서 몇 번이고 울컥하기도 했다.

“내레이션을 녹음하면서 이상한 부분들에서 짠했어요. ‘대놓고’ 슬픈 장면도 아닌데 이상하게 울컥하더라고요. 장부가 눈이 멀고 나서 엄마와 함께 길을 걷는 장면이 그렇게 슬펐어요. 울 장면이 아니었는데 촬영 때도 그렇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다같이 버스를 타고 바다에 가다가 못 가게 되잖아요. 고속도로에서 중간에 뛰쳐나와 싸우는 장면의 내레이션을 녹음할 땐 나도 모르게 무겁게 표현됐고요. 나중엔 덜 무겁게 해달라고 해서 다시 녹음했지만. 이런 부분에서 울컥하고 짠했던 건 나이가 어렸다면 못 느꼈을 감정이었을 거예요.”

 

◆ “‘슬로우 비디오’는 탁 감독의 성장기”

차태현은 인터뷰 중 김영탁 감독에 대해 많이 언급했다. 전작 ‘헬로우 고스트’보다 훨씬 잘 만들었다는 칭찬부터 시작해서 농담도 빼놓지 않았다.

“슬로우 비디오는 여장부의 성장기가 아니고 탁 감독의 성장기인 것 같아요. 자신의 색을 계속 유지하면서 발전한 거죠. 탁 감독은 영화도, 사람도 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언론 시사회 때 주연배우보다 감독이 질문을 더 많이 받는 건 처음 봤어요. 이 감독이 매력이 있구나 생각했죠. 얼마전 MBC '라디오스타' 출연도 그랬어요. 제작진 측에서 감독과 함께 나왔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헬로우 고스트'에 관객이 300만 들었는데, 그걸 가지고 '헬로우 고스트의 김영탁 감독님!' 이런 타이틀로 TV에 나올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정말로 감독님을 원하는 것 같더라고요.”

‘헬로우 고스트’ 이후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춘 만큼 김영탁 감독의 페르소나는 아니냐는 질문엔 장난스럽게 답했다.

“아직은 나밖에 몰라서 그래요. 이제 다른 배우들과도 해 봐야죠. 내가 얼마나 잘 해주는 건지 알아야지.(웃음)”

말은 이렇게 하지만 차태현은 제작진이나 주변 사람들이 잘 되는 것에 제 일처럼 기뻐해 하는 배우다. 영화에서도 스스로가 돋보이기보단 영화 자체가 보이는 것을 좋아한다.

“‘차태현’보다 ‘차태현 영화’를 보러 온다는 말을 들었는데 좋더라고요. 연기를 하며 제가 추구하는 방향이에요. 저 혼자가 보이기보다 영화 전체가 보였으면 좋겠어요.”

 

◆ 직접 부르고 싶었던 OST, 인디밴드 눈물에 내 일처럼 기뻐

상대 봉수미가 뮤지컬 배우 지망생으로 나오는 만큼 극중에는 남상미가 노래하는 장면이 나온다. 차태현 역시 가수로서 음반을 냈던 적도 있는 만큼 OST에 참여도 가능했을 것.

“삽입된 노래 중 정말 좋은 곡이 있어요. 너무 좋아서 감독에게 ‘내가 부를까?’ 물어봤는데 ‘됐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곡을 어디서 구했는지 궁금했는데 인디밴드 노래였어요.”

2인조 밴드 ‘백수와 조씨’의 노래였다. 제작진이 노래를 우연히 듣고 영화에 넣게 된 것.

“이 친구들이 영화를 보다가 그 노래가 나올 때 울었더라고 하더라고요. 꿈 중 하나가 극장에서 자기 목소리를 듣는 거였대요. 음반 타이틀도 아니고 수록곡인데, 우연하게 좋은 기회가 온 거죠. 전 이럴 때 기분이 좋더라고요. 전혀 예상하지 않았는데 도움을 받는 걸 봤을 때.”

여장부는 CCTV관제센터에서 일하며 자신이 목격한 불의의 현장에 나타나 사람들을 도와준다. 사람들에게 정을 주는 모습은 실제 차태현과 닮았다.

“장부처럼 헌신적이진 않지만 지금껏 주변을 많이 생각하며 살긴 한 것 같아요. ‘슬로우 비디오’ 제작사가 영화 ‘바보’ 때와 같아요. 그때 영화가 잘 안 됐기 때문에 이왕이면 내가 출연하는 게 좋겠단 생각을 했어요. 출연 작품이 늘어나면서 이런 일들이 점점 늘어나요. 어릴 땐 시나리오만 보고 출연을 결정했었는데. 지금은 다른 요소들까지 보다 보니 신인감독이나 재기하는 감독들과 작품을 많이 하고 있네요.”

최근 출연이 확정된 ‘엽기적인 그녀2’도 지난 2001년 전편을 함께 했던 제작사 ‘신씨네’와 다시 한 번 작품을 한다는 생각에서 출연에 응했다. 그래서 ‘슬로우 비디오’의 성적 목표를 묻는 질문에도 흥행보단 현실적이고 도움이 되면 좋겠단 답을 내놨다.

“전작 성적을 넘는 게 최고의 목표예요. 다음 영화를 만들 수 있을 만큼만 되면.”

 

[취재후기] 느릿한 말투로 여유롭게 대답을 이었다. 덕분에 타이핑하는 손도 느려졌다. ‘슬로우 비디오’처럼 느릿한 인터뷰를 마치고 타이핑 분을 확인하니 핵심 멘트가 잔뜩이다. 사진을 찍으면서는 스태프들과 계속 얘기를 하면서도 입은 활짝 웃고 있다. 데뷔 20년차 프로의 자세! 주변 사람들을 돕는다더니 이런 인터뷰에서도? 덕분에 기사를 수월히 써냈다.

ohso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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