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23:04 (토)
[뷰포인트] '구르미 그린 달빛', 깨알 '설렘'있지만 뻔한 전개 펼쳐
상태바
[뷰포인트] '구르미 그린 달빛', 깨알 '설렘'있지만 뻔한 전개 펼쳐
  • 주한별 기자
  • 승인 2016.08.31 06: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주한별 기자] '구르미 그린 달빛'이 방송 편성된지 어느덧 2주가 지났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초반 10%에 못미치는 시청률로 시작했지만 본격적인 전개가 시작된 3회 방송 이후 월화드라마 시청률 1위를 기록, 앞으로의 전개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29일 방송된 '구르미 그린 달빛' 3회는 이영(박보검 분)이 홍라온(김유정 분)에게 자신이 세자임을 밝히는 '빅 이벤트'와 함께 왕과 세자, 대신들 간의 권력다툼이라는 본격적인 갈등구도가 시작돼 시청자들에게 다음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30일 방송된 '구르미 그린 달빛'(극본 김민정 임예진·연출 김성윤 백상훈) 4회는 호평받은 지난 3회와 달리 다시 1회와 2회의 전형적인 전개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이영(박보검 분)은 청나라 사신을 대접하기 위한 연회를 기획한다. [사진 = KBS 2TV '구르미 그린 달빛' 방송화면 캡처]

이날 방송된 '구르미 그린 달빛' 4회에서는 박보검이 대리청정을 맡아 아버지인 순조(김승수 분)의 생일을 축하하는 연회를 기획하게 된다. 연회에는 조선이 신하의 예를 갖춰 섬기는 나라인 청의 사신이 방문할 예정이었다. 즉 연회는 단순한 궐의 행사가 아니라 박보검의 세자로서의 자질을 시험하는 자리기도 했다.

따라서 박보검은 자신이 직접 연회의 안무를 짜고 기획을 하는 등 연회를 성공적으로 펼치기 위해 심혈 기울였다. 연회에 앞서 박보검은 명성이 높은 학자 정약용(안내상 분)을 찾아가 "칼이 아니라 꿀로 해할 수 있다"는 정치적 조언을 얻기도 했다. 박보검은 안내상의 조언에 따라 연회 말미, 청이 아닌 조선의 왕인 김승수를 찬양하는 헌사를 김헌(천호진 분)에게 읽게 해 그를 곤란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번 '구르미 그린 달빛' 4회에서 위와 같은 정치적 갈등은 이야기의 중심에서 비껴나가 있었다. 이번 방송에서 홍라온(김유정 분)은 여자 옷을 입고 싶어했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김유정은 살아가기 위해 남장을 할 수 밖에 없었고 현재는 남장을 한 채 궐에서 내시로 지내고 있다.

김유정이 다시 여자 옷을 입게 된 계기는 중전 김씨(한수연 분)의 계략 때문이었다. 한수연은 박보검의 연회를 망치기 위해 연회의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기로 계획되어 있던 기생을 궐 밖으로 내보냈다. 갑작스런 무희의 사라짐에 박보검과 동궁 내시들은 당황하게 된다.

이러한 박보검의 위기를 구한 건 김유정이었다. 김유정은 박보검의 명령에 따라 연회의 안무를 모두 기록해 두고 있었고 뛰어난 암기력으로 안무를 모조리 외우고 있었다. 김유정은 직접 자신이 무희의 옷을 입고 뛰어난 춤 실력을 뽐내며 위기에 빠진 박보검을 구한다.

이날 방송에서 박보검은 김유정의 춤에서 세상을 떠난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린다. 이후 박보검은 연회의 마지막을 장식한 무희인 김유정을 찾으려고 했다. 그러나 김유정이 남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김윤성(진영 분)이 김유정을 숨겨 김유정은 자신이 여자라는 사실을 박보검에게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이영(박보검 분)의 연회를 돕기 위해 무희로 변신한 홍라온(김유정 분) [사진 = KBS 2TV '구르미 그린 달빛' 방송화면 캡처]

남장을 한 여자주인공이 나오는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여자 옷을 입은 모습을 보고 남자주인공이 다시금 반하는 장면은 흔한 장면이다. '구르미 그린 달빛' 역시 김유정이 여자 옷을 입는 장면을 삽입하며 그동안 다른 '남장여자 드라마'에서 보여줬던 전형적인 관습을 그대로 따랐다.

하지만 전형적이라는 것은 그만큼 새롭지 못하고 진부하단 뜻이다. '구르미 그린 달빛' 4회의 하이라이트는 김유정의 무희로의 변신이었지만 이미 '남장여자' 설정의 작품에서 비슷한 장면들을 많이 봐왔던 시청자들에게 큰 감흥을 주기는 어려웠다.  

또한 3회에 이어 4회에서 긴장감을 유발할 것이라 기대를 모았던 대신들과 세자의 정치싸움은 김유정의 '여장'으로 쉽게 묻혔다. 박보검은 청나라의 사신 앞에서 조선 국왕을 높이는 헌사를 안동 김씨의 수장인 천호진이 읽게 함으로써 왕권강화를 꾀했지만 이는 드라마 내에서 충분히 설득력 있게 그려지지 않았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천호진이 헌사를 읽은 게 정치적인 수 싸움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는지 직관적으로 파악되지 않았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로맨스 장르의 드라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구르미 그린 달빛'은 로맨스적 요소를 강조할 때마다 애매한 평가를 받았다. 오히려 '구르미 그린 달빛'은 박보검이 자신의 수족이 되어주는 내시 김유정을 벗으로서 귀여워 하는 비교적 사소한 장면들에서 시청자들에게 설렘을 선사했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그동안 전형적인 로맨스 전개를 보여왔다. 과연 '구르미 그린 달빛'이 전형적이라는 평가를 깨고 시청자들에게 '깨알 설렘'이 아닌 가슴 두근거릴 만한 '커다란 설렘'을 선사할 수 있을까?

동시간대 경쟁프로그램 '달의 연인'이 본격적인 전개에 돌입한 지금, '구르미 그린 달빛'이 어떤 차별화 전략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이 높아지고 있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