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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고산자, 대동여지도' 강우석 감독 "금강산 화면에 담지 못해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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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현장] '고산자, 대동여지도' 강우석 감독 "금강산 화면에 담지 못해 아쉬워"
  • 원호성 기자
  • 승인 2016.08.31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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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원호성 기자]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어린 고종이 아버지 흥선대원군과 함께 수많은 시종들을 이끌고 온양으로 행차하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이 순간 스크린 가득 펼쳐지는 긴 행차의 모습에서는 순간 '란'이나 '꿈'과 같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후기작에서 엿보이던 웅장함과 화려한 색채가 살며시 엿보인다. 그동안 수많은 영화를 만들어오면서도 '영상'으로는 단 한 번도 칭찬을 들어본 적이 없었던 거장 강우석 감독의 심상치 않은 변화가 감지되는 장면이었다.

30일 오후 서울 CGV 왕십리에서는 강우석 감독과 차승원, 유준상, 신동미, 김인권이 참석한 가운데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대동여지도를 만든 고산자 김정호(차승원 분)의 이야기와 함께 지도를 두고 대립하는 흥선대원군(유준상 분)과 세도가문인 김씨 일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의 가장 큰 볼거리는 압도적인 풍광이다. 이미 개봉 이전 한국영화사상 '역대급' 포스터라는 찬사를 받았던 사계절 포스터부터 짐작된 것이지만,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영화가 시작한 후 고산자 김정호(차승원 분)가 대동여지도를 만들기 위해 한반도의 사계절을 누비는 모습을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풍광으로 스크린 가득 담아낸다.

강우석 감독은 "원작을 처음 읽고 내가 과연 김정호 선생의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싶어서 잠시 덮었는데 그 이후에도 너무나 생각이 나고, 안 하면 정말 후회할 것 같았다"며, "2주 동안 고민을 하다 원작자인 박범신 선생에게 전화를 드려서 3개월만 고민할 시간을 달라고 했고, 그러고도 2개월을 더 고민했다"며 평소보다 쉽지 않았던 '고산자, 대동여지도'의 연출을 맡게된 과정을 밝혔다.

▲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제작진이 발품을 팔아 한반도 사계절의 압도적인 풍광을 담았다. 강우석 감독은 "지도만큼은 가짜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남다른 집념을 표현했다.  [사진 = 스포츠Q 이상민 기자]

강우석 감독이 '고산자, 대동여지도'의 연출을 맡은 후 가장 공을 들인 것은 역시 사계절의 풍광이었다. 꽁꽁 얼어붙은 북한강부터 제주도, 그리고 백두산과 독도까지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전국을 누비며 CG 없이 이것이 진짜 한반도에서 나올 수 있는 풍광인가 싶을 정도로 압도적인 화면들을 스크린에 가득 담아낸다.

강우석 감독도 "CG가 아니냐는 말을 많이 하는데, 자연경관이 펼쳐지는 장면에서는 CG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며 "하늘에 있는 전기선 정도를 지우긴 했지만, 이 영화에서 지도만큼은 가짜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 계절의 변화나 색감 등은 다 발품을 팔아서 찍은 것"이라며 남다른 고집을 설명했다.

그런 강우석 감독에게 아쉬움도 있었다. 북한의 풍광을 스크린에 담아내지 못한 것. 강우석 감독은 "금강산 등 북한의 풍경을 담기 위해 여러 차례 방북신청도 했지만, 그때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쏴서 무산됐다"고 웃으며, "금강산을 담지 못해 아쉽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강우석 감독의 진짜 고집은 다른 곳에 있었다. 바로 영화 마지막에 엔딩크레딧과 함께 등장하는 대동여지도의 목판본이다. 강우석 감독은 직접 국립중앙박물관에 보존된 대동여지도 목판본을 클로즈업으로 스크린 가득 담아내며 영화의 대미를 장식한다.

강우석 감독은 "김정호 선생이 발로 전국을 답사하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목판을 새기는 것에만 몇 십년은 걸렸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원판을 보기 위해 문화재청에 연락을 했다. 그리고 문화재청과 국립중앙박물관의 도움을 얻어 강우석 감독과 촬영감독, 조명감독, 미술감독 등 최소한의 인원만으로 직접 대동여지도 원판을 카메라에 담아냈다"며 당시 스태프들이 대동여지도의 원판을 촬영하면서도 "이것이 진짜 사람이 만들 수 있는 것이냐?"고 감탄하며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동했다고 밝혔다.

강우석 감독의 또 다른 연출 포인트는 '코미디'였다. 강우석 감독은 "내 영화 중 '실미도'를 내가 봐도 재미가 없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못 본다"며, 관객의 긴장을 풀어줄 유머가 없이 계속 힘있게 몰아붙이는 영화가 힘겹다고 말했다.

대표작이 '투캅스'로 불릴 만큼 코미디 연출에도 정평이 난 강우석 감독은 "영화에 정치색이나 철학을 담아내도 관객들이 즐기기에는 유머가 있어야 한다"며 "그런 유머나 해학이 있어야 관객들에게 김정호 선생의 고난이나 삶이 더욱 강렬하게 전달될 것이라 생각했다"며 의외로 영화의 분위기가 묵직하지 않고 가벼운 톤으로 김정호의 일상을 그려낸 것을 설명했다.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에서는 기존 작품들에서 느끼지 못한 강우석의 새로운 집념과 시선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강우석 감독이 '전설의 주먹'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오는 9월 7일에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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