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23:04 (토)
빙상 유망주였던 장경구, '사이클 마라톤' 28년 숙원 풀다
상태바
빙상 유망주였던 장경구, '사이클 마라톤' 28년 숙원 풀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9.28 18: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시간7분52초로 1986년 서울 대회 이후 남자 개인도로 첫 금메달

[스포츠Q 박상현 기자] 장경구(24·코레일사이클팀)가 모이자미 고다지 아르빈(이란)과 끝까지 접전을 벌이며 우정의 레이스를 펼친 끝에 우승했다. 28년 동안 한국 사이클이 따내지 못했던 남자 개인도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장경구는 28일 송도사이클도로코스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사이클 남자 개인도로(로드레이스)에서 모이자미 고다지와 함께 4시간7분52초를 기록했다.

거의 동시에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간발의 차이로 앞선 장경구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들에 1분 정도 뒤진 4시간8분51초를 기록한 릉천윙(홍콩)은 동메달을 차지했다.

이로써 장경구는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인 28년전 1986년 서울 대회에서 신대철이 금메달을 차지한 이후 한국 사이클이 남자 개인도로에서 처음으로 금메달을 따낸 선수가 됐다. 여자 종목까지 합해도 부산 대회 이후 12년만에 나온 개인도로 금메달이다.

▲ [인천=스포츠Q 최대성 기자] 장경구가 28일 인천 송도사이클도로코스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사이클 남자 개인도로 경기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 금메달이 확정된 뒤 기쁨에 겨워 감격하고 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도 출전해 13위를 차지했던 장경구는 14km 구간을 13바퀴 도는 남자 개인도로 경기에서 모이자미 고다지와 시종일관 팽팽한 접전을 벌였다. 두 선수 모두 9바퀴를 돌 때까지는 거의 비슷한 기록으로 들어왔다.

10바퀴째를 돌았을 때 장경구가 3분11초56으로 3분12초00의 모이자미 고다지에게 4초 앞섰고 11바퀴째에도 3분30초37로 5초차가 났지만 12바퀴에서는 다시 3분49초14로 같아졌다. 이후 1, 2위를 다투던 두 선수는 결승점을 통과할 때까지도 대접전이 이뤄졌지만 결국 먼저 결승점을 통과한 것은 장경구였다.

특히 장경구는 모이자미 고다지와 마지막까지 우정의 레이스를 펼친 것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했다.

장경구는 조직위원회 인터뷰에서 "모이자미 고다지와 서로 열심히 해보자고 말했는데 말이 씨가 된다고 마지막까지 경쟁을 벌였다. 호흡이 잘 맞아 경기하기 좋았고 마지막까지 같이 스프린트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세계적인 프로팀에 입단하는 것이 목표고 올림픽에서도 메달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 [인천=스포츠Q 최대성 기자] 장경구가 28일 인천 송도사이클도로코스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사이클 남자 개인도로 경기에서 모이자미 고다지 아르빈(뒤)에 근소하게 앞서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장경구는 182km를 도는 '사이클의 마라톤'인 개인도로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서울에서 대전까지 더 긴 거리를 4시간 이상 쉼없이 달려야하기 때문에 육상 마라톤처럼 심폐지구력이 요구된다.

사이클 개인도로는 심폐지구력도 중요하지만 막판 스퍼트 능력까지 요구된다. 마지막 순위를 가리기 위해 혼자 달려 결승선을 통과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번 경우처럼 마지막까지 동시에 들어오는 경우도 많아 스프린트로 경쟁을 벌여 순위를 따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장경구는 개인도로에 최적합한 선수다. 장경구는 지난 6월 13일 영주시민운동장에서 평창 알펜시아리조트까지 이어지는 177.2km 구간을 1위로 통과했다. 평창 알펜시아리조트까지 가는 구간이다보니 오르막코스가 있는 산악코스였지만 이를 이겨내고 우승을 차지했을 정도로 스피드와 지구력을 겸비했다.

2010년 투르 드 코리아에서도 산악왕과 개인종합 2위에 올랐을 정도로 일찌감치 실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그의 이런 능력은 어렸을 때 했던 스피드 스케이팅을 통해 단련된 하체 덕분이었다. 고교생 때 주니어 국가대표 상비군 명단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재능을 보였던 그는 빙상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늦깎이로 사이클로 전격 전향했다.

▲ [인천=스포츠Q 최대성 기자] 장경구(가운데)가 28일 인천 송도사이클도로코스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사이클 남자 개인도로에서 우승한 뒤 부모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사이클은 늦었지만 스피드 스케이팅을 통해 단련된 하체는 사이클 선수로서 발전하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사이클과 스피드 스케이팅을 동시에 겸업하는 선수가 전세계적으로 많다.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1500m에서 동메달을 따냈던 하시모토 세이코(일본)도 사이클 선수와 겸업했고 크리스타 루딩(독일)은 사이클에서 1988년 서울 올림픽 은메달,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로서 1984년 삿포로 올림픽과 1988년 캘거리 올림픽, 1992년 알베르빌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수확했다.

2012년 투르 드 코리아 구간 1위를 차지하는 등 오랜 기간 장경구와 함께 개인도로를 양분했던 박성백(29·KSPO)은 4년 전 광저우 대회의 아쉬움을 풀지 못했다.

박성백은 광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규정 위반으로 19위로 강등돼 아쉽게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박성백은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4분14초29의 기록으로 16위로 들어왔다.

tankpark@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