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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연속 무패행진 '이광종호', 태국전이 진짜 고비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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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연속 무패행진 '이광종호', 태국전이 진짜 고비인 이유는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4.09.29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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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아시안게임 전적 6승 2패, 방콕 대회 8강전서 통한의 패배 경험도

[스포츠Q 박상현 기자] 28년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노리는 한국 축구가 난적 일본을 꺾고 첫 고비를 넘었다. 앞으로 두 경기만 이기면 우승이다.

그러나 앞으로 남은 두 경기가 어쩌면 진짜 고비일 수 있다. 이 가운데 태국전이 가장 큰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은 28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일본과 인천 아시안게임 축구 8강전에서 후반 42분 장현수(23·광저우 부리)의 결승골로 1-0으로 이겼다.

이로써 한국 축구는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3회 연속 4강에 진출하며 오는 30일 태국과 준결승전을 치르게 됐다.

4강전 상대가 태국이라고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일본을 일단 넘었다는 안도감에 그 다음 경기에서 방심했다가는 어렵게 올라온 토너먼트를 망칠 수 있다. 금메달을 위해 또 4년을 기다려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23세 이하 선수들은 부가적으로 따라오는 병역 혜택의 기회도 날아가버린다.

게다가 아시안게임 축구 대표팀은 지난 6월 1일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 개장경기로 열린 쿠웨이트와 친선 경기에서 2-1로 이긴 이후 공식 경기에서 6연승을 달리고 있다. 또 5월 23일 툴롱컵에서 브라질에 0-2로 졌던 대표팀은 이후 카타르, 잉글랜드와 비기고 콜롬비아를 이겨 9경기 연속 무패(7승 2무)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무패를 달리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 조심해야 한다.

◆ 일본전 승리 바이러스, 다음 경기 망친 사례 많아

한국 축구는 아시안게임에서 일본을 힘겹게 이긴 뒤 그 다음 결과가 좋지 않았던 적이 두 차례 있었다. 그 첫번째가 20년전 1994년 히로시마 대회였다.

한국은 8강전에서 황선홍의 2골과 유상철의 득점으로 난적 일본을 3-2로 물리치고 4강에 올랐다. 준결승 상대는 우즈베키스탄이었다.

우즈베키스탄은 구 소련의 영향력에 있었다가 해체 뒤 처음으로 출전한 아시안게임이었다. 우즈베키스탄의 당시 전력은 한국이 전혀 두려워할 것이 못됐다.

경기 역시 한국의 일방적인 흐름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우즈베키스탄의 골문은 열리지 않았고 오히려 중거리 슛 한방에 0-1로 무너졌다. 실점도 중거리 슛이 강력해서 막기 힘들었던 것이 아니라 골키퍼 차상광의 실수였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2무 1패의 성적을 갖고 돌아온 한국 축구 대표팀은 이 한방에 무너졌고 3~4위전마저 내주면서 메달을 따내지 못했다.

1998년 방콕 대회에서는 2차리그 1차전에서 일본을 2-0으로 꺾은 뒤 남은 두 경기에서도 승리를 거두고 8강까지 올랐지만 태국과 연장 접전을 벌이다가 1-2로 져 4강 진출에 실패하기도 했다.

한국은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태국을 상대로 6승 2패를 거뒀다. 한 골차로 승패가 가려진 경우가 많았기 떄문에 태국이 한 수 아래라고 해서 얕볼 수가 없다.

◆ '15득점 무실점' 태국의 밀집수비 뚫어라

최근 태국 축구는 국내의 인기와 함께 대규모 투자로 전력이 성장하고 있다. 1960, 1970년대 아시아 축구의 주류를 형성했던 동남아 축구의 맹주로서 위치를 다시 굳건히 하고 나아가 한국, 일본, 중국 등 동북아시아와 중동세를 위협하고 있다.

그 단적인 예가 부리람 유나이티드다. 부리람은 태국 리그의 최강팀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만만치 않은 전력을 과시하고 있다.

올해는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지난해는 FC 서울과 같은 조에 들어 16강 진출에 성공했고 16강전에서 분요드코르(우즈베키스탄)을 제치고 8강까지 올랐다. 에스테그랄(이란)과 8강전에서 물러나긴 했지만 1-2, 0-1로 지는 등 팽팽한 접전을 벌였다.

이번 아시안게임에도 부리람 유나이티드 소속 선수가 있다.

주 공격수 아디삭 크라이손은 2011년부터 부리람에서 뛰며 18골을 기록했다. 또 아디삭은 지난해 6월 중국과 친선경기에서 2골을 넣으며 5-1 대승을 이끌기도 했다. 치티파트 탕크랑은 수비수로 활약하고 있다.

부라림 소속 선수 외에도 무앙통 유나이티드, 벡테로 사사나, 촌부리 등 태국 프리미어리그 팀 선수들이 대거 포진해있어 만만하게 볼 수 없다.

그 결과 태국은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12년만에 4강에 올랐다. 태국은 E조에서 인도네시아, 몰디브, 동티모르를 상대로 11골을 넣고 실점이 하나도 없는 완벽한 경기력으로 조 1위로 16강에 오른 뒤 중국과 16강전, 요르단과 8강전도 모두 2-0으로 이겨 4강까지 올랐다.

15골을 넣은 득점력도 만만치 않지만 이보다 더 주목을 끄는 것은 한 골도 내주지 않은 탄탄한 수비력이다. 태국이 한국보다 전력이 약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작정하고 잠그기 후 역습 작전으로 나온다면 한국이 의외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게다가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상대의 밀집수비를 제대로 뚫어내지 못했다. 일본과 경기에서는 밀집수비를 펼치지 않았음에도 골문 앞 침착함이 모자라 후반 42분에 가서야 가까스로 페널티킥으로 선제 결승골을 넣었다.

이광종 감독은 "태국이 공간을 내주지 않을 것 같다. 10명이 수비를 하면 사실 골 넣기가 쉽지 않다"며 "우리는 골문 앞에서 침착함과 개인기술을 향상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김신욱(26·울산 현대)이 부상에서 회복돼 복귀한다는 점이다. 김신욱은 일본전에서도 출격 대기 상태였지만 장현수의 골로 나서지 않았다.

이광종 감독은 "윤일록과 김신욱의 부상으로 선수 운용의 폭이 좁아졌지만 김신욱은 이제 꽤 괜찮아졌기 때문에 태국전에는 슬슬 준비시키려고 한다"며 "체력 안배를 위해 선수를 바꿔 나갈 생각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요한 것은 태국의 전력이 아니다. 우리의 마음가짐과 우리 스스로 골을 침착하게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것이 앞으로 한국 축구에 남은 2개의 큰 고개를 넘는 길이다.

tankpark@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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