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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언니의 뜨거운 눈물로 빛난 리듬체조 최고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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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언니의 뜨거운 눈물로 빛난 리듬체조 최고의 순간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4.10.02 0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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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 역대 최고 성적, 방콕-부산 대회 넘어선 사상 최초 은메달

[인천=스포츠Q 민기홍 기자] “언니, 울지 마요.”, “네가 잘 해서 딴 거야.”

서로를 끔찍하게 아끼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대한민국 리듬체조 역사가 새로 쓰여졌다.

역대 최고 성적, 리듬체조 사상 최초 은메달이다.

손연재(20·연세대), 김윤희(22·인천시청), 이다애(20·세종대), 이나경(16·세종고)으로 구성된 한국 리듬체조대표팀은 1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제17회 인천 아시안게임 리듬체조 개인종합 예선 및 팀경기 B조에서 총점 164.046점을 획득, 170.130점을 기록한 우즈베키스탄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 [인천=스포츠Q 이상민 기자] 손연재(왼쪽부터), 이다애, 김윤희, 이나경이 시상대에 올랐다. 이다애가 김윤희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다.

한국 리듬체조가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얻은 최고 성적은 1998년 방콕 대회와 2002년 부산 대회에서 단체전 동메달과 2010년 광저우 대회의 손연재가 개인종합 동메달이었다. 4명의 태극 낭자들이 이를 뛰어 넘은 것이다.

예상대로 손연재가 선봉에 섰다. 그는 볼 17.883점, 후프 17.850점, 리본 17.983점, 곤봉 18.016점을 받아 총점 71.732점을 기록했다. 4종목 모두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라이벌 덩썬웨(중국)를 상대로 전종목에서 기선을 제압해 다음날 열리는 개인 결승 전망도 밝혔다.

▲ [인천=스포츠Q 이상민 기자] 손연재는 리본에서 17.983점을 받는 등 총점 71.732점을 기록하며 한국이 은메달을 따내는 데 선봉에 섰다.

손연재는 “인천에서 열리는 경기였다. 개인 메달도 물론 중요하지만 리듬체조 최초로 팀으로 은메달을 땄다는 것이 행복하다”며 “대한민국 리듬체조 역사 새로 쓰게 해준 동생들과 맏언니 윤희 언니한테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자세한 성적은 알지 못했지만 느낌으로 내가 잘해야 팀 경기 메달 색깔이 달라진다는 생각을 했다”며 “혼자 메달을 거는 것보다 다같이 따는 것을 꿈꿔왔다. 팀 전체에 걸린 메달이기 때문에 정말 좋다”고 기쁨을 표현했다.

리듬체조는 개인 경기고 단체전은 이들의 점수를 합산하는 종목이다. 아시아 정상권의 실력을 갖춘 손연재를 보유한 한국으로서는 나머지 세 선수의 활약이 절실했다. 김윤희, 이다애, 이나경은 하나같이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며 금만큼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 [인천=스포츠Q 이상민 기자] 김윤희는 볼에서 15.166점으로 부진하며 마음 고생을 했지만 리본과 곤봉에서 만회하며 한국이 2위에 오르는데 큰 역할을 했다.

김윤희는 리듬체조 선수로서는 ‘환갑’인 스물둘이다. 안 그래도 이번 대회와 다음달 열리는 전국체전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할 예정이다. 무릎과 발목 부상을 달고서도 마지막 국제 대회를 위해 투혼을 불살랐다.

세종대 재학 시절 손연재, 신수지, 이경화와 함께 광저우 대회 단체전에 나서 4위에 그쳐 분루를 삼킨 그는 시상대에 오르겠다는 일념 하나로 지난 4년간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자신의 두 번째 아시안게임이자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이번 대회에서 마침내 꿈을 이뤘다.

김윤희는 첫 번째 연기인 볼과 두 번째 연기인 후프에서 연이어 실수를 범하며 풀이 죽었다. 볼에서 15.166점으로 10위, 후프에서 15.083점으로 12위에 머물렀다. 후프를 마치고 대기석에 앉아서는 메달이 멀어질까 두려워 눈물을 보였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추스르고 리본과 곤봉에서 각각 16.416점으로 7위, 16.193점으로 10위에 오르는 뒷심을 발휘했다.

마음 고생이 심했던 김윤희는 “나 때문에 메달을 못 딸까봐 미안했는데 다행히 나머지 종목을 잘 해서 은메달을 딸 수 있었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손연재가 “울지 마요”라고 다독이자 그는 “연재에게 특히 고맙다. 떨어지지 않고 따라와 준 다애와 나경이에게도 고맙다”고 맏언니답게 후배들을 감싸 안았다.

▲ [인천=스포츠Q 이상민 기자] 이다애가 볼 연기를 펼치고 있다. 그는 국내 무대서 손연재의 뒤를 잇는 선수다.

이다애는 손연재와 동기다. 한 때 손연재에게 샘을 내기도 했지만 이제는 비인기 종목인 리듬체조의 존재를 알려준 친구가 고맙다고 스스럼 없이 말하는 ‘쿨한 여자’다.

10세 때 리듬체조에 입문한 그는 2011년, 2012년 2년 연속으로 손연재에 이어 전국체전 리듬체조 고등부 2위에 오르며 주목받았다. 지난해에는 손연재와 김윤희에 이어 대학부 3위에 오르며 국내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이다애는 리듬체조의 이상적인 신장(164~165cm)보다 다소 작은 신장(161cm)이라 예술성을 가다듬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후프와 볼에서 선전한 이다애는 “떨렸지만 한국 분들의 응원소리를 듣고 힘이 났다”라며 웃었다.

7세 때부터 체조를 시작한 이나경은 세종초, 광장중에 이어 세종고에 재학 중이다. 손연재의 직속 후배인 그의 롤모델은 ‘당연히’ 손연재다. 시니어 데뷔 시즌에서 쟁쟁한 언니들과 함께 한국 리듬체조 역사의 한 페이지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게 됐다.

▲ [인천=스포츠Q 이상민 기자] 막내 고교생 이나경은 곤봉과 리본에서 힘을 보탰다. 시니어 첫 해에 아시안게임 은메달이라는 값진 성과를 거뒀다.

곤봉과 리본에서 힘을 보탠 ‘막내’ 이나경은 “언니들 때문에 딴 은메달이다. 감사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는 소감을 밝혔다.

예선 1위에 오른 손연재와 9위에 자리한 김윤희는 2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개인종합 결승에 진출해 두 번째 메달을 노린다.

sportsfactory@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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